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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사건특검 특별수사관 문병호 변호사의 충격증언

“특검은 이형자 거짓말에 끌려 다녔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특검은 이형자 거짓말에 끌려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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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특검 활동의 문제점과 한계를 꼽는다면요.

“특검은 검찰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 출신 변호사와 검사들이 주도함으로써 특검이 특수부 수사로 변질돼 본뜻이 상당 부분 훼손된 측면이 있습니다. 언론에 자주 뜨면 우선 수사가 제대로 안 돼요. 언론의 과열보도와 그에 따른 흥분은 차분한 수사와 냉정한 결론을 방해했습니다. 언론의 숱한 오보도 걱정이 됐습니다. 뭣보다 수사기간이 짧았던 것이 가장 큰 한계였습니다. 나중에 이형자씨의 거짓말을 알았는데 터닝하기에 너무 늦었어요. 초반 2주에 제대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는데. 기간이 짧으니 실수를 만회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또 준비기간이 짧다보니 인선 작업에 문제가 있었지요. 한 6개월은 줘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력이 있으면 권력기관의 축소·은폐와 관련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싶었습니다.”

―옷사건 특검의 성과를 꼽는다면요.

“무엇보다도 코트 구입 및 반납날짜와 관련된 연정희씨의 위증 혐의를 밝혀낸 점, 그리고 사직동팀 최초문건과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는 계기를 만들어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계기가 된 점을 꼽을 수 있겠지요. 특검이 이 사건에 대한 권력의 개입 및 축소·은폐 의혹까지 다뤘다면 옷사건의 실체가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났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대해선 대검도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은 듯합니다. 박주선씨 처리로 적당히 덮었다는 느낌입니다. 김태정씨가 알려진 것 이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문변호사는 특검 수사를 통해 수사관행의 문제점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수사관의 고압적 태도와 밀어붙이기식 수사방식, 그리고 참고인을 죄인 다루듯 하는 수사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자씨의 구속을 두고 형평성 시비를 제기하고, 이씨의 로비 시도를 옹호하는가 하면 심지어 이씨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아주 위험하고 수상한 논리예요. 같은 거짓말이라도 이형자씨의 거짓말은 아주 죄질이 나빠요. 연정희씨와 정일순씨의 거짓말은 도덕적 비난을 두려워 한 방어적인 거짓말입니다. 그에 반해 이씨의 거짓말은 남을 음해하려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거짓말로 보입니다.”

문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형자 음모론’과 관련해 흥미 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사직동팀 최초문건 중 ‘조사과 첩보’(99.1.15 작성)엔 ‘이형자 음모론’을 입증하는 핵심 내용이 담겨 있어요. 여기서 이씨는 연정희씨를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씨가 말한 것으로 묘사돼 있어요. 그런데 내사기록을 보면 1월19일 진술에서는 연씨가 쏙 빠지고 갑자기 옷값 대납 요구의 주체가 정일순씨로 바뀌었어요. 처음에 연씨를 직접 겨냥했다가 겁이 나니 정씨에게 모든 걸 떠넘겼을 가능성이 있어요. 자기가 한 말이 있으니 취소하진 못하고. 어떻게 4일 만에 그렇게 말이 바뀔 수 있습니까. 최초문건이 사직동팀에서 작성한 것이 맞다면, 이건 음모론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김태정씨가 이씨를 불러 입을 막았다는 얘기인데…. 이건 옷사건의 흐름이나 이씨의 그간 행적에 비춰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겠지요.”

문변호사가 말하는 ‘조사과 첩보’의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평소 알고 있는 논현동 소재 라스포 의상실 정사장(성명 미상, 여)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검찰총장 부인과 통일원장관 부인 등 2명이 와서 수천만원 하는 외국산 밍크 롱코트 1벌, 소형 밍크 망토, 소형 코트 등 3가지 옷을 외상으로 가져가려고 하는데 그 옷값을 이형자가 부담할 것이라고 하였으니 그 대금을 달라고 연락이 와서…’.

신동아 200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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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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