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남측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얻은 성과 역시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따라서 평가돼야 한다. 이 점에서 2000년 1월5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향후 대북정책기조로 확정했던 ① 조건없는 남북 당국자 대화 ② 남북교류의 다변화 ③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 추진 ④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등을 평가기준으로 일단 제시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김대중 정부는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정부의 업적을 양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왜냐하면 김대중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에 투자해온 물질적·정신적 비용과 현재의 성과를 ‘투자 대 효용’으로 평가해보면 여전히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이다. 또, 김대통령은 자신을 통일전문가로 차별화했고, 이념 문제로 정치적 고초를 경험했기 때문에 질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김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성과는 그가 2000년 신년사에서 제시했던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 중요한 잣대라고 할 ▲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제거 ▲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 군축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조치 등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다.
구체적으로 남북한간 군사문제의 해결을 위한 군사 당국간 대화 개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 운영,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불가침’과 부속합의서 실천방안 및 남북한 군비통제방안 등의 합의 실천 등에서도 역시 성과가 없다.
비록 회담 목적이 경의선 복원과 관련된 것이긴 했지만, 남북 국방장관회담 및 실무회담이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또 북한의 박재경 대장이 송이버섯 전달을 위해서 서울을 잠시 방문한 것도 실질적인 성과는 아니라도 화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자신이 구상한 ‘3단계 통일론’의 제1단계인 남북연합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이 미국·일본과 수교하는 것을 지원하고, 남북한 군사적 신뢰관계를 형성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바 있으므로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다행히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그 결과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1항),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2항),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 인도주의 문제의 접근(3항),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과 다방면의 남북 교류·협력(4항) 및 남북 당국간 대화(5항) 등을 담은 6·15 공동선언이 탄생했다. 김정일의 남한 방문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냈다. 이후 적십자회담과 장관급 회담 등 후속 회담을 통해서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을 제외하곤 남측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더군다나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라는 큰 틀의 변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처럼 남한의 성과는 장기적이고 추상적이며, 그것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까지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온 6·15 공동선언문과 후속회담 합의문, 북·미 공동코뮈니케 등을 분석해보면 남·북한간에 몇 가지 쟁점들이 예상된다. 그중 정치적·사상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북한은 그들의 강점인 사상전을 다방면에 걸쳐 전개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과 이와 관련된 주한미군 문제, 그리고 통일방안 등이 앞으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특히 2002년의 국내 정치일정은 잠복한 이념 갈등이 증폭되는 계기를 마련해줄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국가안보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는 시기이므로 사전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 3자회담인가 4자회담인가
앞서도 말했듯이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에 관한 한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일단 미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도 양국은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여기서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방안이 3자회담과 4자회담 방식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6자회담을 선호하겠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회담 주체가 많다는 것은 성공과 분배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북·미 3자가 참여하는 3자회담 방식 혹은 중국까지 포함한 4자회담 방식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보장체계는 최소한 남·북한과 미국이 합의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반면에 북한이 주장해온 북·미 평화협정 체결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이라는 북한측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을 배제한 구도이므로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에 3자회담은 북한도 요구하고 있고, 미국 역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방식이 채택된다면 북한으로서는 1(북한) 대 2(한·미)의 구도에서 세계 최강의 미국을 상대한다는 선전효과를 누리면서 동시에 남한을 미국의 들러리로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3자회담이 북·미 평화협정 체제의 변형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것은 평화체제의 주체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한국으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중국 역시 이 방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음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북·미간에 당면 현안은 북한 미사일 문제다.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한반도 평화보장체계에서 미국이 배제되지 않고 중심에 있게 된다면, 어떤 방식이든 거부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 과정에 자신이 소외됐다고 생각한다. 북·미 공동코뮈니케에 6·15 공동선언을 지지한다는 그 흔한 말 한 마디 없었던 게 그런 배경 때문일 수 있다. 오히려 “조명록 특사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 상황을 미국측에 통보했다”는, 코뮈니케에는 어울리지 않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은연중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 했을 수 있다.
북·미가 쥔 ‘꽃놀이패’?
이러한 상황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측 주장에 합의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자신들의 국익 실현을 위해서 ‘회담 방식’을 남한에 대한 ‘꽃놀이패’로 활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더욱이 남한이 4자회담을 물러설 수 없는 카드로 고집하는 이상 북·미 양측의 대남 협상력은 오히려 커질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미국이 국익 우선의 대외정책에 충실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97년 한국의 경제위기에서도 실증됐듯이 미국은 대한반도 문제를 상당 부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남북문제에서도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안을 채택할 것이고, 여기서 남·북·미 3자회담의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3자회담 방식이 떠오를 경우, 한국은 이에 대해 과거처럼 마냥 거부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북·미관계 개선을 적극 지지한 바 있고,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임을 볼 때 더욱 그렇다.
1996년 4자회담이 처음 제안됐을 때, 그 배경은 2(한·미) 대 2(북·중)의 대립관계를 기본으로 상정하고 그 속에서 균형을 찾자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선언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남북이 적대관계 청산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 당사자만 동의하면 굳이 회담 주체를 늘릴 이유가 없다. 이는 4자회담을 파기하지 않으면서 이와 별도로 3자회담 구도를 새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최근 김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과거의 4-2 형식의 4자회담을 변형한 2+2 형식의 4자회담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곧 남북이 먼저 평화체제에 합의하고, 이를 미·중이 보장한다는 형식이다. 지난 11월 말 김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ASEAN+3 회의에서 4자회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북한만 설득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내에 한반도에서 4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완성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선호하는 4자회담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고 구속력을 가지고 가동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결론적으로 북한과 미국은 3자회담을, 남한과 중국은 4자회담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3자회담과 4자회담이 독립적으로 가동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원칙인 ‘자주‘ 반미(反美)인가 용미(用美)인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실천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물론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그것도 전세계 앞에서 공개적으로 서명함으로써 실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이 존재하는 이상, 국가안보 차원에서 만에 하나 나타날지 모를 문제에 대한 대비는 꼭 필요하다. 비록 북한이 장관급회담이나 국방장관 회담 등 일련의 회담에서 공동선언의 이행과 준수를 촉구한다고 해도, 저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견지에서 6·15 공동선언문의 내용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조항은 통일원칙에 관한 것으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자주’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등장한다.
김대통령은 외세 배격이 주가 아니고 남북 당사자 원칙의 확인에 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 시대에 자주가 외세 배척을 의미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또 “소련 붕괴 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존속해서 유럽의 안정을 이루었듯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서 미군 주둔은 필요하다”는 요지로 김정일을 설득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휴전선의 비상사태시 주한미군이 조정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언론사 사장단이 방북했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 주둔문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언을 분석해보면 북한이 ‘자주’의 의미를 반외세·반미와 주한미군 철수 등에 초점을 맞춘 ‘배타적 자주’로부터 통일을 위해서 외세를 활용한다는 ‘협력적 자주’로 전환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생전의 김일성은 남한의 적화통일을 위해서는 미군 철수가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언급했으며, 아직까지 북측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했다는 공식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상회담 이후 평양방송을 통해서 “미국은 더 이상 자주적 평화통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미군의 남조선 강점을 끝낼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 주장한 적이 있을 뿐이다. 또 9월27일, 평양방송은 더 나아가 통일 이후에도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를 비난하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북한 대내용 또는 대미 협상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방송은 북한 주민이 듣는 ‘내부용’이 아니라 주민이 듣지 못하는 ‘대남방송’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이런 언급은 그들의 ‘근본문제’인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김대통령의 월권적 언급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기존 방침을 변경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다.
양 정상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핵심 문제는 주한미군의 위상 변경에 관한 부분이다. 요컨대 1항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포기했거나 반미·반외세 자주 개념의 변경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 목표인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주한미군의 성격을 중립적(분쟁조정자)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자주’의 문제를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북 공동선언문의 합의정신을 지키는 것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남측의 능력에 달려 있다. 특히 경제력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도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치와 외교, 구체적으로는 국내경제 상황과 대북 포용정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지금까지 ‘자주’의 원칙은 정치적 명분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와 안보는 상호 연계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도 결국은 대북 경협을 위한 김대통령의 국제자본 유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남한이 혼자 힘으로 북한 경제를 재건하기는 불가능하다. 국제자본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세계화를 적극 수용하려는 한국의 경우 경제부문의 대외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 심화는 남북관계의 대외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바로 경제부문의 자주성 훼손이 정치·안보분야의 자주성 훼손으로 직결된다는 말이다.
통일방안 ‘연합제‘ 인가 ‘연방제‘ 인가
6·15 공동선언의 둘째 조항은 통일방안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 조항에 숨겨진 함의는, 양 정상 스스로가 통일방안에 합의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적으로는 일찌감치 통일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시작됐다. 김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이 사실상 연방제를 포기하고 연합제를 수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의 이회창 총재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가기 위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연방제라고 반박한다.
북한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무엇인지 에 대해 지난 10월6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20돌 기념 평양시 보고회에서 조평통 서기국장 안경호가 공식적으로 밝혔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의 원칙에 기초해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 개의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가지게 하고, 그 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통일적으로 조정해나가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분명 북한의 고려민주연방제에 기초한 설명이다.
또, 10월9일 ‘노동신문’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연방제로 가기 위한 잠정적 조치”라고 했으며, 12월5일 평양방송은 “북남 공동선언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과 남측의 ‘연합제’ 안의 공통성을 살리고 장차 연방제 통일에로 나가는 길을 명시했다”고 주장, “우리측 통일방안을 북측이 수용했으니 성공적”이라는 우리 정부 당국의 해석이 자의적인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정부 스스로도 “중앙정부의 국방·외교권을 지방정부가 갖는 이 안(낮은 단계의 연방제)은 우리의 남북연합과 공통점이 있어 연구하기로 한 것일 뿐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하기로 합의한 적은 없다”고 구차한 해명을 하고 있다. 이는 정부 스스로가 2항의 통일방안에 대해 자신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남북 양측의 연방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통일방안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해야 한다.
먼저, 남측의 연합제 안은 김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에 기초한 ‘남북공화국연합’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민족적 합의와 남북 당국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남북연합으로의 진입은 언제든 가능한 것으로 본다”(‘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1995년. 36쪽)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통일의 단계를 남북연합 → 연방 → 완전통일의 세 단계로 나누면서 제1단계 남북연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곧 1민족 2국가 2체제 2독립정부 1연합의 남북연합이며, 김대통령은 임기 내에 남북연합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김대통령의 남북연합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현 상태를 그대로 둔 1민족 2국가 2체제 2독립정부 때문이 아니라 1연합 때문이다. 남북연합의 핵심은 1연합기구의 구성에 있다. 김대통령의 남북연합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남북연합정상회의, 대의기구로서 남북연합회의와 남북연합회의 사무국, 그리고 집행기구인 남북연합각료회의 및 분야별 남북연합위원회를 두어서 분단상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2단계인 연방으로의 효율적인 진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은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기본법인 남북연합헌장을 채택하여 남북 의회에서 인준을 받아 발효시킨다(위의 책. 39쪽).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완성하는 작업이 연합 단계의 핵심이다.
또, 남북연합으로의 진입조건에서 “남북연합으로 들어갈 것이냐, 들어간다면 언제 들어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남북 전적으로 주민과 당국의 결단에 달려 있다”(위의 책. 39쪽)고 한 점으로 미루어, 지난 번 이회창총재와의 영수회담에서 흘린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은 자신의 3단계 통일방안을 채택하여 임기 내에 남북연합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아닌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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