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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연구|의사와 환자의 효과적인 의사소통법

말 잘하는 환자가 병도 빨리 낫는다

  • 이두원

말 잘하는 환자가 병도 빨리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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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간 의사소통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의사소통의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 개인에 의해 통제 가능한 요인(예절, 친절, 신뢰, 화법 등)이며, 다른 하나는 통제 불가능한 요인(의료제도, 병원행정, 시설 및 장비, 사회구조 등)이다. 여기서는 전자에 중점을 두고, 의사-환자간 의사소통 문제의 유형을 정리했다.

의사에게서 나타나는 의사소통의 문제점들

(1) ‘웜 하트(warm heart)’와의 의미적 갈등

여기서 ‘웜 하트’란 이성보다는 감정을 앞세우는 환자의 의사소통 스타일을 지칭한다. 의사를 찾아온 환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의사의 ‘사회적 행위모델’은 응석을 받아주는 어머니처럼 ‘따뜻한 마음’의 실천이 아니다. 오히려 의사는 가급적 감정을 지양하고 의학 지식을 수행하는 ‘쿨 헤드(cool head)’의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 대화 사례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잘 나타난다



환자 어젯밤에는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배를 잡으며) 죽는 줄 알았어요. 밤새 잠을 하나도 못 자고 새벽에야 겨우 잠들었는데…. 십이지장 궤양이 암으로 될 수도 있나요?

의사 근데,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고, 십이지장 궤양인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차트를 보면서)? 아주머니.

환자 (명치 부위를 잡고) 아, 여기를 짚으면 싹싹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니 십이지장 궤양이지. 우리 동서도 나하고 증상이 똑같은데(큰소리로), 내시경 검사하고 오더니 십이지장 궤양이라고 그러대요.

이를 수사학적으로 표현하면, 파토스(pathos, emotion)와 로고스(logos, reason)의 대립적 양태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의사소통 당사자간에 ‘가치의 준거틀’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의미적 갈등(semantic conflict)’이 예견되는 난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 권위적 행위 및 어투

의사는 전문지식을 통해서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지만, 이러한 지위가 ‘권위’로 바뀌면서 환자와의 의사소통에서 지배-복종 관계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상황이 있다. 환자가 인사를 했을 때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도 반말과 존대어를 섞어 쓰거나 반말로 일관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도 이에 응답하는 의사가 많지 않으며, 대개 곧바로 “어떻게 오셨나요?” “어디가 불편한가요?” “어디 볼까요” 등으로 반응한다. 환자 쪽에서 보면 이러한 행위는 환자에 대한 무시와 모욕을 의미하지만, 막상 의사의 의학지식과 경험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불만과 거부감을 간직하게 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의사의 권위적 행위와 어투 문제는 환자와 의사를 소통하는 과정에 ‘기형적 관계’로 왜곡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지배 대 피지배’ ‘명령 대 복종’ ‘전문가(유식) 대 비전문가(무식)’ 등의 대립적 형태다. 그 결과 의사는 환자에게 권위자로 군림하는 대립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하는 의사소통 문제로 불친절·설명부족·치료-선택권 미제시·반말·전문어 남용 등을 들 수 있다. 한 환자는 의사와의 면담을 이렇게 설명했다.

“의사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청문회 증인이라도 신문하듯이 반말 반, 존대말 반으로 물어보는데, 내가 돈 내면서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 경청

의사소통은 참여자가 발화자(發話者)와 청자(聽者)의 역을 교대로 수행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일만큼 상대방 이야기를 듣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환자의 설명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에게는 환자가 한 말은 물론이고 말하지 않은 것까지 들을 수 있는 경청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의사에게는 청자에게 필요한 인내심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화 자료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의 진술을 막는 경우가 많으며, 의사 자신이 질문한 내용에 대한 답변도 끝까지 듣지 않는 사례도 많았고, 문진에 대해 “예” “아니오”식의 응답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환자의 진술을 중지시키는 대화도구로는 “됐습니다” “알았어요” “그만, 알겠습니다” 등이 있었다. 또, 의사는 환자로 하여금 진술을 빨리 정리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 다양한 준언어적(paralinguistic)·비언어적(nonverbal) 기호를 사용하는 것도 관찰됐다. 전자의 사례로는 “으음∼” “네∼ 네” 헛기침 및 잔기침 등이 있으며, 갑자기 시선을 돌려 다른 장소나 간호사를 응시하거나, 필기하던 펜을 멈추고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고, 진찰도구나 안경 등 주변 소품을 만지는 행위 등이 후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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