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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주도권 행사 부시, 평화연출 김정일, 체면유지 김대중

2002년 남·북·미 3각 게임

  • 정낙근 < 국제전략정보연구소 통일전략실장 >

주도권 행사 부시, 평화연출 김정일, 체면유지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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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두 가지 큰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첫째는 테러기지의 소탕과 테러계획의 분쇄, 그리고 테러분자들에게 정의를 보여줄 것이다. 둘째는 화생방 무기를 소유하려는 테러조직과 체제들이 미국과 세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9·11 이후 테러지원국가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진정한 본질을 안다.

북한은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로 무장된 체제이다. 이러한 국가들(북한, 이란, 이라크)과 이들의 테러동맹들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면서 악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을 기습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개발 배치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는 세계의 가장 위험한 체제들을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단지 시작일 뿐이다.”

미 정부는 연두교서 발표와 함께 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다. 각 부서의 장관들은 예산 편성의 합리성을 설명하기 위해 의회에 출석하여 보고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악의 축’이 적절치 못한 레토릭임을 미국과 전세계의 언론이나 전문가들 그리고 부시행정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무부, 국방부, CIA 책임자와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각 부서의 중간 책임자 중 어느 누구도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다는 식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이란을 이라크와 함께 다룬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도 미행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부시행정부는 내년 국방예산으로 올 회계연도보다 480억달러 증액(14.5%)된 3790억달러를 제출해 놓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초 레이건행정부 이후 최대 규모의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새 예산안은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겨야 하는 전쟁수행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새 예산안은 ‘전시 예산’으로 불린다. 결국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을 한 첫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포함한 국방예산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북한은 왜 ‘악의 축’에 포함되었을까. 이란과 이라크만 지목할 경우 자칫 이슬람권과의 문명충돌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을 끼워넣은 점도 있는 것 같다.



비록 발언은 세련되지 못했지만 북한의 본질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했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을 한 후 미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대북 관련 발언을 보면 “북한은 세계 제일의 미사일 장사꾼”(라이스 백악관 보좌관) “햇볕정책에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파월 국무장관) “평양 당국이 한반도를 북한의 통제하에 영구히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했다는 증거를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테닛 CIA 국장) 등등 하나같이 강경 일변도다.

‘미국방보고서’에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중동·동남아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국가로서,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 지도부가 최근 잇따라 북한의 미사일 수출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의한 화생방무기 기술의 확산도 우려하고 있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집단이나 개인에게 유출되는 것을 심각한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방보고서는 또 북한의 재래식무기 전방 배치와 핵과 생화학무기 그리고 미사일 개발 계획이 동북아와 한반도에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까운 장래에 국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한반도를 평가한 것이다. 동시에 북한을 본질에 있어 ‘악’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도덕적 결함도 지적하고 있다. 민생을 희생하면서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에 자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행정부의 이러한 대북 인식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입이 닳도록 북한이 변했다고 주장한 대북 온건파들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보여준 그동안의 변화는 현상의 변화일 뿐, 본질에 있어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한편 부시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압박용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대중 정부 4년 동안 햇볕정책으로 소위 남북당사자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든 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부시행정부는 남북 공조 분위기를 반전시켜 다시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2월 하순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햇볕정책에 발목잡힌 김대통령을 압박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의도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몇 차례에 걸쳐 결정이 연기된 FX(차세대 주력전투기)사업의 미국행 결정에 대한 압력도 필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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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낙근 < 국제전략정보연구소 통일전략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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