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든 암환자든 ‘건강을 지켜주는 식단’에 대한 관심사는, 채식으로 모든 영양분의 섭취가 가능하고 질병 치료도 가능하다는 채식론과 채식만으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하므로 육고기도 섭취해야 한다는 육식병행론으로 압축된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한바탕 불꽃 튀는 논쟁을 치른 바 있는 두 관점은 일선 의료현장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서울위생병원. 19개 진료과에 400여 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식단은 모두 식물성이다. 육고기에 풍부한 고단백질의 음식 섭취가 필요한 환자에게도 예외는 없다. 식물에서도 얼마든지 고단백질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병원의 박기환 영양과장은 고기를 즐기는 환자들이 처음에는 육류를 안준다고 퇴원했다가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점을 알고 재입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채식으로 건강을 회복시켜보겠다고 일부러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생겨날 정도다.
이 병원의 최건필 원장(혈액종양학)은 “육류를 섭취하고 2∼3시간 뒤 혈액을 채취해보면 채식한 경우보다 혈액 이 많이 탁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혈액 속에 육류의 노폐물인 요산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육류 위해론’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 ‘엔돌핀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구 박사 역시 국내외에서 뉴스타트 운동을 전개하면서, 채식이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춰준다는 등 그 우수성을 강조한다.
그가 제시하는 식이요법은 산화방지제(황색을 띤 과일, 채소 등)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방을 줄이며, 단백질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채식 위주의 영양식(Nutrition)을 바탕으로 규칙적인 운동, 생수, 맑은 공기, 휴식 등을 취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뿐아니라 질병치료도 가능하다고 이박사는 장담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암을 비롯해 당뇨병, 치매, 뇌졸중 등 성인병의 대부분이 육류의 과다한 섭취와 관련이 있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채식이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실제로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 암을 극복한 사례들도 적잖다. 현직의사이자 한국암환자협회의 김선규 회장은 직장암 수술을 받은 후 2년간 한적한 시골에서 요양생활을 한 끝에 암을 극복한 경우. 김회장은 제철 과일이나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먹는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암치료에 매우 중요하다는 ‘요양 노하우’를 공개한 바 있다. 또 대한암환우협회 배강수 회장 역시 병원 치료 후 무공해 신토불이 농산물을 골라 먹고 깨끗한 물을 찾아 마시는 등의 식이요법을 꾸준히 실천해 폐암을 극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채식 예찬론과 달리 채식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는 육식병행론은 대다수 영양학 전문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채식 열풍’이 패스트푸드나 지나친 육류섭취의 위험을 경고한 것은 좋지만 채식만 주장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는 “여러가지 채소류를 잘 조합해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로도 동물성 단백질 못잖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일반인이 이같이 챙겨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영양 부족이 되기 싶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식품영양학에서는 단백질의 3분의 1 정도는 동물에서 섭취하라고 권하고 있으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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