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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ㅣ 정년퇴직 외교관 3인의 회고담

권력 눈치 보는 외교관에 외교정책은 공염불

  • 이동진 < 시인, 전 주나이지리아 대사 >

권력 눈치 보는 외교관에 외교정책은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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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면 외무부에서 승진과 보직 그리고 해외발령 등에서 유리하다는 그릇된 풍조 때문에 영어 외의 다른 외국어를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극소수인 형편이 아닌가? 나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이외에 일본어도 했고, 네덜란드어와 아랍어도 공부해봤지만, 근무하던 그 나라를 떠난 뒤에는 자연히 소홀하게 되었다. 열심히 계속해서 공부할 의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랍어에 발을 더 깊이 들여놓으면 평생 중동지방에서 썩을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영어 하나만 가지고 외교가 되겠는가. 그나마 국제무대에서 원고 없이 30분 정도라도 연설할 실력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지만….

영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고 넘어가자.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마저 나오는 세상이니 말이다. 내가 주재하던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2000만 명이고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근 100년이나 받았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종족이 400개가 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영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학교에서도 대개 영어로 수업을 한다.

그러나 영어 일간지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10%도 안된다. 인도와 필리핀의 경우도 영어를 정말로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절반도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한국인들은 언제 영어를 배워서 공용어로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누가 가르칠 것인가? 외국인 영어 선생을 10만 명 정도 수입할 것인가? 그들은 한국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우리는 모두 천재들인가? 정말 천재들이라면 왜 조기유학을 못가 안달인가? 영어 방송도 날마다 들을 수 있고, 회화 교재도 넘치고 영어학원도 많고 영어책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가? 무엇이 부족해서 영어 실력이 없다고 하는가? 게다가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통일을 외치는데, 영어를 공용어로 한 뒤에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도 영어를 강제할 작정인가?



영어는 그것을 가지고 밥을 벌어먹어야 할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우리 국민의 90% 이상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로 배우는 그 정도 영어면, 그거라도 열심히 배운다면 해외여행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미국인도 영어 문맹률이 20% 이상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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