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호

쾌활·유연·유머로 세상을 즐깁니다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입력2004-11-0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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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재 요리는 요리법보다도 먹는법이 까다롭다. 손과 망치 가위를 제대로 사용해야 맛있는 살을 먹을 수 있다. 허리를 꺾을 때는 물이 튈 염려가 있어 냅킨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점잖게 상대했다가는 본전도 못 건지니 체면 차리지 말고 덤비는 것이 좋다.
    쾌활·유연·유머로 세상을 즐깁니다
    프랑스계 사람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첫인상이 있다. 쾌활하고, 유연하고 유머가 넘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서울 성북동의 주한캐나다대사관저에서 만난 드니 꼬모 대사(51)도 그랬다. 그는 캐나다에서도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주 출신이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마음껏 부려먹으세요”

    캐나다 국기 문양이 그려진 앙증스런 앞치마를 두르며 꼬모 대사는 애교를 부렸다. 사람을 대할 때의 순간 동작과 표정, 배려가 일국의 대사라기보다는 솜씨있고, 명랑한 요리사가 어울릴 법했다. 이런 태도는 칼질을 하면서도 드러났다. 재료를 수시로 손가락으로 집어먹고, 부인에게 집어주고, 지켜보는 취재진에게도 먹어보라고 건넸다. 살아있는 재료인 바닷가재의 집게발에 양상추를 물려 싹둑싹둑 자르면서 장난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천진스런 소년같다. 이렇게 하면서 그는 처음 만난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는 나라를 대표하는 뚜렷한 음식이 없다. 영국계와 프랑스계 이민이 가장 많아 영국과 프랑스 음식문화가 주류지만, 세계 곳곳의 음식이 뒤섞여 있다. 세계음식이 곧 전통음식인 셈이다. 굳이 특징을 들자면 겨울이 매우 길고, 춥고, 곡식을 추수하기가 힘든 탓에 추위를 이기는 지방질을 축적하는 육식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바닷가재는 이런 캐나다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바닷가재가 잡히지만 캐나다와 미국 북부 대서양 연안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바닷가재는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요리법이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살아있는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바닷가재를 집을 때는 집게발을 조심해야 한다. 바닷가재의 집게발은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잡는다. 그래서 시판되는 바닷가재는 안전장치로 집게발에 고무밴드를 물려놓고 있다.



    우선 물에 소금을 적당히 넣고 완전히 팔팔 끓인다. 그런 다음 바닷가재를 넣는데, 머리쪽부터 먼저 넣고 뚜껑을 덮고 삶는다. 삶는 시간은 10분 내외인데, 크기가 작은 놈은 8분에서 10분 정도, 큰 놈은 11분에서 12분 정도 삶는다. 원래 갈색이나 삶고 나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바닷가재는 살을 발라낸 뒤,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요리를 하기도 하지만, 통째로 접시에 담아 내놓고, 손님이 가위와 망치와 포크 등을 사용하여 살을 빼먹는 방법이 가장 좋다.

    바닷가재는 요리법보다는 먹는 법이 조금 까다롭다. 먼저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 시작이다. 바닷가재의 등을 잡은 채로 천천히 다리를 잡고 비틀면서 떼어낸다. 이렇게 떨어진 다리를 가위로 자르면 살이 나온다. 다음은 집게발을 떼낸다. 이 집게발의 마디마디를 절단하면 그 안에 맛있는 살이 들어있다. 참고로 바닷가재의 입 주위와 수염은 먹지 못하는 부분이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꼬리다. 한 손으로는 꼬리 부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 부분을 잡고 뚝 꺽는다. 이 때 물이 튈 염려가 있으므로 옷을 버리지 않도록 냅킨으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바닷가재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이 바로 이 꼬리와 몸통 살인데, 머리와 분리시킨 뒤 랍스터 포크를 꼬리 지느러미 떼낸 곳으로 깊숙이 밀어넣어서 살을 완전히 밀어낸다. 꼬리와 몸통 살 가운데서도 백미는 허리를 뚝 꺾고 나면 바로 불거져 나오는 ‘토말리’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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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사람들도 바닷가재 요리는 비싸기 때문에 기념일이나 생일 등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먹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바닷가재는 캐나다와 미국 북부의 대서양 연안에서 잡히기 때문에 대서양 연안 사람들은 자주 먹는 편이다.

    캐나다에서는 이 바닷가재를 캐나다 야생쌀과 함께 먹는다. 캐나다 특산품인 야생쌀은 사람이 기르는 것이 아니라, 들에서 자생하는 품종이다. 캐나다 야생쌀을 요리하자면 먼저 쌀을 3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물에 불린 뒤에는, 그냥 밥하듯이 하면 된다. 밥이 완성되면, 프라이팬에 버터 한 테이블 스푼을 넣고 녹인 뒤, 잘게 썬 빨간 피망과 푸른 피망, 양파를 볶는다. 이 재료가 적당히 익으면 파슬리 분말을 넣고 볶다가 소금 후추를 넣고 간을 한다. 맨 마지막에 캐나다 야생쌀밥을 넣고 뒤적이며 볶다가 불을 끈다. 캐나다 야생쌀 요리가 준비되지 않으면 감자 요리를 곁들여도 된다.

    드니 꼬모대사의 부인 조셀린 여사(47)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20대 초반에 남편과 결혼했다. 이 부부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큰아들인 맥심(21)은 캐나다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둘째 아들 스테판(11)은 서울의 프랑스 외국인학교 6학년이다.

    대사 부부는 두 사람 모두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퀘벡주 출신이다. 아이를 프랑스학교에 보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싱가포르, 일본, 자카르타 등 근무지를 8번이나 옮겨다니면서도 프랑스어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아들을 반드시 프랑스학교에 보냈다.

    대사 부부는 자녀교육에 관한 한 한국의 부모 못지 않게 열성이다. 특징이 있다면 학과공부 뿐만 아니라 음악, 스포츠를 통해 인성을 고르게 발달시킬 기회를 주려고 애를 쓴다는 점이다.

    드니 꼬모 대사 부부처럼 캐나다의 학부모들은 읽기 쓰기, 수학 등 교과 수업 이외에도 인성과 지도력, 독립성, 협동성을 키워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하지만 이 부부의 자녀교육 최고 원칙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부모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은 아이들이 제대로 인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첨병이다. 드니 꼬모 대사와 한국의 인연도 음식으로 시작됐다.

    드니 꼬모 대사는 25년 전에 스위스에서 한 한국 외교관을 만났는데, 이 외교관이 김치와 불고기, 보리밥을 대접했다고 한다.

    드니 대사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90년대 일본의 캐나다공관에 근무할 무렵. 한국 사람을 처음 만난 뒤, 한국을 방문하기까지 15년가량 걸린 셈인데, 그때까지 그의 기억 속에서 한국을 지탱한 것은 김치와 불고기, 보리밥이었다.

    현재 캐나다와 한국의 교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지금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외국 학생 중 한국학생이 가장 많다. 또 캐나다는 한국인이 이민국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나라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2만6천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내년은 그 한국전쟁이 끝난지 50년이 되는 해이고, 양국이 대사급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지, 40년이 되는 해다.

    올 한 해와 내년은 친절하고 유머가 넘치는 드니 꼬모 대사에게 어느 해보다도 바쁜 시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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