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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론

정치인들이여! ‘商道’를 지켜라

네거티브 캠페인에 나라 결딴난다

  • 글: 서병훈

정치인들이여! ‘商道’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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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권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오랜 정치적 경륜과 단단한 정치적 기반을 겸비한 두 김씨가 그토록 허망하게 몰락한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 단임제의 병폐를 지적하면서 4년 중임제 개헌 등의 논의가 나오는 것도 전적으로 정치적 복안의 산물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레임덕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원인과 처방에 대해 논의할 생각은 더구나 없다. 단 한가지, 올해 12월 새로 등장할 대통령 또는 앞으로 줄줄이 탄생할 우리의 대통령이 이 레임덕이라는 유령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 들어 레임덕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이 힘을 잃고 권위를 상실한다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 국민 사이에서 거론되는 대통령후보들은 두 김씨에 비교하면 장점도 있지만, 취약점도 두드러진다. 따라서 취임 초기에 ‘산천도 떨 정도로’ 국정을 확실히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느 유력 후보 스스로 ‘한 1년 버티면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다.

뒷부분에서도 밝히겠지만,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하자면 어느 정도의 혼란과 무질서는 불가피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 노(老) 대통령의 건강까지도 가십거리로 삼거나 정치적 계산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면, 이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 글이 문제 삼는 것은, 가뜩이나 취약한 대통령후보들이 장기간 진행되는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통해 정치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재기불능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사실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들을 고의로 군대 보내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야 나라 영이 서겠는가. (실체적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빨갱이 집안’의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흑색선전이 왜 난무하는가?

우리 정치가 이 모양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당연히 정치인들의 탓이 크다. 사람이 모여서 정치를 하는 것인데, 그 사람들이 변변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의인(義人)이 50명만, 아니 10명만 있어도’하며 부르짖던 아브라함 신세가 되고 있다. 의인까지 갈 것도 없다. 과거 정치인들이 그랬듯이, 낮에는 싸우다가 밤에는 술잔을 나눌 줄 아는 그런 평범한 낭만이라도 남아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죽기 살기 식으로 정치를 난장으로 몰고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이것저것 바랄 것 없이,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영리한 이기주의자’만 되더라도 우리 정치가 한결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 비록 도의고 염치고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 보신(保身) 하나만은 진정 걱정할 수 있을 정도의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는 그런 비열한 싸움을 계속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의인을 찾는 것도, 낭만을 부르는 것도, 이기적 타산능력을 기대하는 것도 다 부질없는 일이 되고 있다. 그러니 정치인들에 대한 논의는 아예 접어두기로 하자.

● 승자 독식, 권력 집중이 문제

정치가 이렇게 생사를 건 싸움으로, 그래서 꿩 잡는 게 매라고, 음해든, 모략이든,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정권 쟁취를 통해 얻을 것이 너무 많다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든, 일단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집권당이 되고 나면 세상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달라지고 만다.

홍명희의 ‘임꺽정’에 보면 신분을 숨기고 비루먹다시피 하던 어느 양반 이야기가 나온다. 권세가 바뀌고 나서 이 양반이 고을 원님을 찾아가서 신분을 밝히고 나니 그 순간 당장 먹는 음식부터 휘황찬란해지는데, 그 변화라는 것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집권자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더구나 일단 이기고 나면, 그 시점부터는 역사에 대한 평가, 즉 자신의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한 재단권(裁斷權)까지도 수중에 들어오는 것이 관례 아닌가. 그러니 ‘성공하면 영웅이요, 실패하면 역적’이라는 신념으로 이 해볼 만한 싸움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승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현 정치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제도보다는 인치(人治)가 호령하는 정치문화가 지양되지 않는 한, ‘이문이 남는 장사’에 사활을 걸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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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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