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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포트

역전 홈런 노리는 야심만만 업계 '넘버 투'

  •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역전 홈런 노리는 야심만만 업계 '넘버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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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난 1등'은 '똘똘한 2등'이 바짝 따라붙을때 더 힘을 낸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발전의 보폭도 커지게 마련이다. 정상을 향해 맹추격에 나선 업계 2위 기업들의 진공(進攻) 작전과 이에 맞선 1위 기업들의 수성(守城) 전략.
역전 홈런 노리는 야심만만 업계 '넘버 투'
대한항공 S부장은 번개표 형광등을 사지 않는다. 번개표 형광등을 만드는 회사가 금호전기라서이다. 대한항공과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바로 금호그룹 계열 아닌가. 금호전기가 금호그룹에서 계열분리된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S씨는 그저 ‘금호’라는 이름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돋는 것 같다.

아시아나항공 C과장은 한진택배를 이용하지 않는다. 대한항공과의 치열한 전방위 경쟁에서 대응논리를 짜내는 게 그의 주업무다. 그러니 눈엣가시 같은 대한항공을 간판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에 고운 시선을 보낼 턱이 없다.

‘너의 행복은 나의 불행’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5조6706억원과 2조2181억원. 72대 28이었다. 올 상반기엔 각각 2조9148억원과 1조190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대한항공이 71대 29로 2위 아시아나를 여전히 압도하는 양상이다. 9월13일 종가 기준으로 대한항공 주가는 1주당 1만3900원, 아시아나는 2820원이다. 이 정도 격차라면 두 회사를 ‘라이벌’로 보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그러나 두 회사를 단지 외형이나 주가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국내 항공운송업계엔 1위 기업과 2위 기업만 존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단 두 회사가 양분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한 회사에게 ‘+1’이 되면 다른 회사에겐 즉각 ‘-1’이 된다. ‘너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 되는 냉혹한 제로섬 게임인 만큼 경쟁이 불꽃을 튀기는 것은 불문가지. 비방공세와 흑색선전도 난무한다. 그 전초기지 격인 두 회사의 홍보실은 입구부터 전운(戰雲)이 화약냄새를 풍긴다.



항공운송업은 기업이 직접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를 파고드는 여느 업계와는 경쟁 양상이 다르다. 항공사는 정부가 배분하는 운항노선 면허에 따라 비행기를 띄우고 영업활동을 벌인다. 때문에 정부로부터 어떤 운항노선을 얼마나 많이 받아내느냐가 기업의 수익과 성장을 좌우한다.

올 상반기 말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운항횟수 비율은 56대 44. 후발주자인 아시아나가 이미 상당 수준까지 근접했다. 더욱이 양사의 주력사업인 국제선 여객사업 중 흑자 노선인 일본·중국·동남아 노선 운항횟수는 51대 49로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캐리어(Global Carrier)’를 지향하는 우리는 아시아나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좀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은 1997년 괌공항 사고 이후 1999년까지 수차례 거듭된 사고로 1년6개월 동안 노선 운항권 배분제한 조치를 받으면서 아시아나에 추격의 빌미를 줬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기간에 국가간 항공회담이 자주 열려 신규 노선 운항권이 대량 확보됐고, 이들이 모두 아시아나에 돌아간 것. 게다가 그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일본·중국 노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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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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