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의 맛이 짜고 매운 데도 종류가 있다. 조미료와 양념맛으로만 짜고 맵다면, 먹는 이의 혀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짜고 매운 맛에 재료와 조리법에서 생긴 깊고 그윽함과 향기가 배어 있다면 맨밥을 몇 술씩 떠서 짠맛을 달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도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 박관용 의장댁의 경상도식 음식이 바로 그렇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박관용 의장은 경상도 특유의 짜고 매운맛에 길들어 있다. 생선회도 좋아하는데, 살이 깊은 생선을 곱게 회를 떠서 간장에 찍어 먹는 일본식보다는, 살이 얕은 잡어들을 뼈째 썰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부산· 경남에서 생선회를 먹는 방식이다. 경상도 음식 가운데서도 박의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미더덕찜.
부산 범일동에서 살던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부모님과 형제자매 일곱 명, 친척 두 명까지 합쳐 모두 11명이었다. 미더덕찜은 원래 경남 마산 음식인데, 대가족의 식사를 책임졌던 박의장의 어머니는 이 미더덕찜으로 가족들을 감동시켰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매운 미더덕찜을 한 함지박 그득하게 만들면, 대가족 11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포식하고, 이웃에도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미더덕찜은 만들기가 까다롭다. 먼저 미더덕과 대합 같은 조갯살, 새우살 등 해물을 잘 손질하여 씻어둔다. 다음에 미나리를 잎을 제거하고 줄기만 골라 씻어 4cm 두께로 채 썬다. 콩나물은 머리와 꼬리를 떼내고, 양파는 0.5cm 두께로 채 썬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속이 깊은 프라이팬이나 찜용 냄비에 콩나물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중불로 익힌다. 불은 계속 중불로 유지하면 된다. 김이 나고 콩나물이 익으면 미더덕과 해물, 양파를 넣고 다시 살짝 익힌다. 재료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물은 따로 붓지 않아도 된다. 해물이 익으면 갖은 양념(고춧가루, 마늘, 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여기에 쌀가루나 녹말가루에 된장을 조금 넣고 물에 갠 뒤, 찜에 붓는다. 걸쭉해지면, 방아잎을 마지막에 넣고 살짝 뒤적인 뒤, 불을 끄고 접시에 담아내면 된다. 처음 만들어 보아 간이나 양념에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소금과 조미료를 많이 넣지 말고 맛을 보아가며 중간 중간에 넣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