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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방아잎 향기로운 경상도의 맛

박관용 국회의장의 미더덕찜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방아잎 향기로운 경상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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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잎 향기로운 경상도의 맛

콩나물이 익었는지 살펴보는 박의장 부부

박의장댁 미더덕찜의 특징은 매운맛도 매운맛이지만 방아잎을 쓴다는 점이다. ‘배초향’이 원명인 방아는 경상도에서만 먹는 향기로운 잎채소다. 경상도에서는 부침개, 찜, 국, 찌개를 끓일 때 방아잎을 넣는데, 타지 사람들은 향이 강해 먹기 힘들다. 박의장은 이 방아잎을 좋아해서 사저에 살 때는 좁은 마당에 이 방아를 직접 키워서 먹었다.

박의장은 1967년 10월, 스물아홉 살의 나이로 정치에 입문한 뒤 반평생을 국회에서 지냈다. 국회는 인생 그 자체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통령이든 총리든 자리 욕심을 낸 적이 거의 없지만, 임기 2년의 국회의장 제의가 왔을 때 사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겼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는 국회의장을 국회에서 시작한 그의 인생을 총정리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란 자리는 고달프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출근시간이 따로 없고, 비교적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해야 하고, 개인 일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도그럴 것이 각종 의전과 외국 귀빈 영접 등 국가 차원의 행사가 쏟아진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사생활이 있을 수가 없다. 퇴근한 뒤에도 사는 집 자체가 국회의장 공관이니, 제대로 쉬질 못한다. 공관에서는 공식 만찬이 이어진다. 그러니 의장 공관에 정이 들 리 없다. 집은 사저보다 넓고 쾌적하지만,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긴장을 풀어주는 사람이 바로 부인 정순자 여사다. 박의장 부부는 1967년 7월 부산 광복동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니, 올해로 결혼 35주년이다. 이 부부는 2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결혼했는데, 37년 묵은 연애 이야기가 재미난다. 첫 데이트하던 날 박의장이 정여사를 데리고 간 곳이 부산 중앙동의 권투시합장이었다. 기가 찬 정여사는 그래도 데이트 상대가 듬직해서 참아내려 했으나, 피가 튀는 권투시합을 여린 처녀의 시선으로 볼 수가 없어 초반에 시합장을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박의장의 경상도 사나이식 교제는 이때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여사의 푸념이다.



“이 양반하고 데이트한다고 부산 광복동에 자주 갔는데, 싸움만 나면 사람이 없어져예. 어데 갔는지 찾아보면 싸움판 곁에 서서 싸움 구경하고 있는 거 아입니꺼? 애인은 관심도 없어예.”

요즘 같으면 딱지 맞기 십상인 연애 방식이지만 37년 전 부산 아가씨들한테는 박의장식 연애가 통했나 보다. 아마 정여사는 그런 박의장이 듬직하고 사내다워서 끌렸을 것이다. 박의장에게 “사모님의 어떤 점에 끌렸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그 대답이 또 고전스럽다. 첫째는 마음씨가 너무 곱고, 둘째는 순종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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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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