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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충무로 전성시대 이끄는 감초 연기자 20인

  • 황희연 lala4@korea.com

“대박? 내 손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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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그가 맡은 역할들은 ‘퍼니 페이스’라는 닉네임이 딱 어울리는 것들. 그는 ‘자귀모’에서 자살을 권장해 실적을 올리는 영업사원이나 어쭙잖은 시로 유부녀를 농락하는 ‘넘버3’의 삼류 시인 랭보, 장의를 천직으로 아는 ‘행복한 장의사’의 이웃마을 장의사, 미국에서 불법 자동차 영업을 하는 ‘아이언팜’의 동석 등을 연기하며 ‘야비하게 웃기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1999년 초입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한국영화계를 주름잡는 대표적인 조연 스타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명계남 최종원 안석환 박광정 등을 제외하면, 조연 스타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당시 활약한 대표적 조연배우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일정으로 수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영화계의 분위기는 그때와 확실히 다르다. ‘넘버3’처럼 감초 연기가 더해져야 제 맛이 나는 영화들이 자주 기획되면서 스타급 조연배우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넘버3’를 시작으로 ‘행복한 장의사’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공공의 적’ ‘라이터를 켜라’ 등의 코미디 영화들이 배출한 조연 스타들. 강성진 유해진 이원종 이문식 성지루 공형진 정은표 등이 바로 그들이다.

순박함과 껄렁함의 경계, 강성진

“대박? 내 손 안에 있소이다”

강성진(사진 왼쪽)

‘주유소 습격사건’의 ‘딴따라’로 유명한 강성진. 그 역시 알고 보면 선배 조연배우들에 뒤지지 않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다. 1992년 강우석 감독의 ‘열아홉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로 영화에 데뷔했으며, 지금까지 총 18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중견배우’라는 호칭도 어색하지 않은 필모그래피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유소 습격사건’ 이전 그의 모습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남자, 도대체 어떤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였기에 이제서야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건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짝 귀띔한다면, 그는 ‘깡패수업’과 ‘찜’ ‘산전수전’ 등의 영화에서 맛깔스러운 조연 연기를 선보인 ‘과거’가 있다.

김상진 감독의 조폭 코미디 영화 ‘깡패수업’에서 그는 해구(박상민)의 충실한 부하 겐지로 출연한다. 고등학생에게 돈을 빼앗길 만큼 능력 없는 깡패인 해구. 유능한 바텐더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일본에 입성한 해구는 그곳에서 별 볼 일 없는 자신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순진한 일본인 부하를 만나게 된다. 그가 바로 강성진이 연기한 삼류 건달 겐지다. 비록 살벌한 조직세계에서 일하는 조폭이지만 순박하기 그지없는 그의 모습은, 강성진의 연기 패턴을 하나의 틀 안에 오랫동안 묶어두었다.



‘깡패수업’ 이후 출연한 영화는 안재욱이 여장남자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로맨틱 코미디 ‘찜’. 친구의 누나 채영(김혜수)을 사랑하게 된 준형(안재욱)이 여장을 해 그녀의 동성 친구가 되고 결국 사랑까지 얻어낸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의 이 영화에서, 강성진은 준형의 절친한 친구이자 채영의 남동생으로 출연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의 캐릭터가 여장을 한 안재욱보다 훨씬 ‘오버’하는 연기로 코미디의 재미를 한껏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안재욱이 여자로 변장한 자기 친구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러닝타임 내내 그를 향해 구애작전을 펼친다.

만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한 적은 이것말고도 또 있다. 일본영화 ‘비밀의 화원’을 리메이크한 ‘산전수전.’ 이 영화에서도 강성진은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는 여자를 향해 구애작전을 펼치는 남학생 역을 맡아 재기 발랄한 연기를 선보였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그는, 그 여자의 ‘돈 가방 찾기 대작전’에 겁 없이 뛰어든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성진은 분명 어눌하고 순박한 이미지 안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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