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교문 밖을 채운 풍경은 영 딴판이다. 아방가르드에 포스트모던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옷차림, 총천연색의 거리 모습, 화려하고 세련된 ‘물 좋은’ 카페며 술집들. 유행과 패션의 첨단을 가로지른다는 ‘질주하는 젊음의 거리 홍대 앞’은 2002년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교문을 경계로 적잖은 시차가 있는 이 두 공간을 31년 동안 지켜봐왔다는 이 학교의 관리장 김주한씨가 이 달의 주인공. 그러나 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수위라는 프로필만으로 그를 상상했던 필자의 머릿 속 이미지는 사정없이 어긋났다. 허리가 어느 정도 휜 듯하고 얼굴은 고구마처럼 시골스럽지만 한편으론 우직함이 뚝뚝 묻어나는 고정관념 속의 수위 아저씨 캐릭터와는 영 달랐다. 김주한씨는 한마디로 세련되고 단아한 모습의 빈틈없는 공무원 스타일이었다. 손에 가방만 하나 든다면 영락없이 교수로 보일 만큼 깨끗한 풍모다.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순간의 망설임이 필자를 스쳤지만 ‘어디 외모가 중요하랴, 중요한 것은 사연이지’하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는다. 한두 마디 건네다보니 깐깐한 외모와는 달리 풋풋하고 소박한 시선이 내비친다. 게다가 김씨의 아들도 아버지의 길을 밟아 수위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말하자면 수위 2대 가족인 셈. 자식만은 이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랐다지만 알게 모르게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쯤 되면 놓칠 수 없는 취재 대상임에 분명하다.
가난 때문에 시작한 천직
정문 앞 수위실은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었다. 책 외판원에 길을 묻는 사람까지 끊임없이 드나드는 사람을 안내하느라 잠시도 여유가 없었다. 산만한 자리를 피해 이공관의 수위실 안쪽에 혹처럼 붙어있는 숙직실로 옮겼다.
-도무지 수위로 보이지 않는 인상이어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상당히 깐깐해 보이시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까.
나름대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이 없다. 별 시시껄렁한 질문을 다 한다는 뜻일까. 순간 흐르는 침묵이 어색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니 왼쪽 광대뼈 쪽에 난 큰 흉터가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