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며 수많은 방사(方士)들을 삼신산(三神山)으로 보내 불사(不死)의 선약(仙藥)을 찾아 헤매게 한 진시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북한에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장수를 위한 일명 ‘김일성장수연구소(이하 장수연구소)’가 비밀리에 가동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의식해 ‘기초의학연구소’란 공식 명칭을 붙인 장수연구소는 산하에 동의과학원(일명 동의연구소), 청암산연구소, 아미산연구소 등 여러 분과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청암산연구소와 동의과학원 연구원 출신 한의사 석영환(38)씨에 따르면 장수연구소의 핵심은 동의과학원이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장수연구소는 분과연구소마다 맡은 분야가 각기 다르다. 양·한방 기초의학에서 한약재, 식품에 이르기까지 연구분야가 세분화돼 있고, 김일성이 먹고 쓰는 생활필수품을 따로 재배·조달하는 기관이 있다. 쌀, 과일 등 북한 자체 농산품 관련연구와 함께 외국산 수입 농산품을 다루는 곳이 아미산연구소다. 내가 잠시 근무했던 청암산연구소는 한약재의 효능과 약리작용 등을 연구한다. 이외에 침 전문연구소 등이 따로 있다.”
기초의학연구소 산하 분과연구소가 정확히 몇 개인지, 이들 기관에 종사하는 인원이 몇 명인지, 그 내부에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는지에 대해 한때 몸담았던 석씨조차 제대로 모를 만큼 장수연구소는 비밀에 싸여 있다. 그가 동의과학원으로 옮기기 전 근무했던 청암산연구소의 인원은 대략 300명 정도였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만수무강과 장수를 위해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자연요법과 양·한방 비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 수백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곳도 장수연구소다. 석씨는 “임상실험 대상자는 김일성 부자와 나이·체질이 같고 유사한 질병을 가진 남성들 중에서 가려뽑았다. 그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약리·생리학적 검사를 미리 했다”고 밝힌다.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장수연구소 명령에 의해 한방쪽은 고려의학병원에서, 양방쪽은 적십자병원에서 진행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봉화진료소에서 김일성 부자를 진료했다. 그들의 고혈압과 당뇨·중풍을 한방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심혈관계 질병에 대한 한약재의 약리작용과 치료법을 연구하는 게 연구사(연구원)인 석씨의 임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