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위크’도 미국인 가운데 7000만 명이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절반은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잠들지 않는 세계가 불면증을 양산하고 있으며, 여기에 카페인 섭취, 운동부족, 불규칙한 생활 등이 더욱 잠들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도 잠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2년 전 아시아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아시아인의 절반 가량이 각종 수면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방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필리핀, 타이, 대만의 성인 3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가 잠들기 어렵다, 56%는 한밤중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한다, 44%는 아침에 잠이 깬 뒤에도 졸립거나 피로하며, 38%는 아침에 너무 일찍 잠이 깬다고 대답했다. 60%가 점심 먹고 꾸벅꾸벅 조는 것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됐고, 70%는 수면부족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수면장애의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하기보다 수면제 몇 알로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떨까? 가톨릭대 의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정신과 홍승철 교수가 지난해 한국수면학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전국 15세 이상 남녀 3719명) 결과를 보면, 17%가 1주 3회 이상 제대로 잠을 못 이루며, 8%는 미국 정신장애진단분류 기준에 따라 불면증 혹은 수면시 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불면증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 사람은 5% 미만이었다.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조사한 결과 역시 한 달 동안 불면증을 경험한 비율이 73.4%로 4명 중 3명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 내용을 보면 33%는 30분 이내에 잠들기 어렵고, 45.2%는 자다가 깨며, 40.2%는 자다가 화장실에 간다.
잠을 자야 키가 큰다
수면장애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밤늦도록 TV를 보는 자녀에게 “빨리 자지 않으면 키가 안 큰다”고 하는 말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 각종 연구결과를 보면 키 작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를 고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견주어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날 위험성이 2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청소년(고교생) 가운데 코골이는 11.2%. 고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신철 교수팀은 학업성적과 수면의 관계를 밝혔다. 학급석차 25% 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과 그 이하 하위권 학생의 코골이 비율이 각각 9.9%와 13.9%로 1.5배 가량 차이가 났다. 코골이로 인한 수면장애는 만성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가져오며 학업성취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의 코골이 위험성은 피우지 않는 학생보다 1.8배나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