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척추이상 없는 요통, 내과 찾아라

  • 장일태

    입력2002-10-09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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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가 아플 땐 대개 파스부터 붙이고 본다. 3∼4일쯤 지나 파스가 소용없다고 생각되면 디스크니 척추이상이니 하는 단어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때쯤이면 덜컥 걱정이 돼 허겁지겁 신경외과를 찾는 게 요통 환자들의 일반적 행동양식이다. 사실 대부분의 요통이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 근육손상 등에 원인이 있으므로 이런 순서를 따랐다면 ‘정석’을 밟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때로 요통이 사람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

    J무역 인사팀 직원 신모(36)씨는 몇 주 전 “디스크가 심하다”며 허리 중앙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파스를 둘러붙이고 기우뚱한 자세로 진찰실에 들어섰다. 평소 비뚤어진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그런 것 같다는 나름의 진단도 곁들였다.

    척추이상 없는 요통, 내과 찾아라
    그러나 방사통 검사를 통해 요통 증후를 관찰해보니 디스크는 아니었다. 옆구리 결림이 동반된 것으로 보아 내과 검진을 권했다. 그러나 환자는 ‘허리가 아픈데 내과에 가라니…’라는 듯한 눈빛으로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다.

    보통 척추뼈 이상으로 인한 요통은 엉덩이나 다리에까지 방사통을 수반한다. 하지 저림, 마비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 허리 전체가 뻐근하다면 허리를 둘러싼 근육과 인대에 문제가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옆구리 결림을 동반한 경우라든지 아랫배에까지 통증이 미치는 요통이라면 내과적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 척추이상만 의심하고 거기에만 매달린다면 심각한 내과적 이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신씨는 결국 요로결석 진단을 받고 수술로 결석을 제거했다. 이후 요통이 사라진 건 물론이다.

    요통 환자들이 척추이상이나 디스크 이외의 다른 질병을 의심하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실제로 요통의 가장 많은 증상은 잘못된 자세와 직업상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해 나타나는 허리근육통, 즉 허리염좌다. 전체 요통 환자의 80% 이상이 허리염좌이며, 이때는 파스가 소염진통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십이지장궤양, 담낭염, 췌장염, 췌장암, 동맥류 등 내과적 질환에서 비롯된 요통은 파스론 효과를 보지 못할 뿐더러 질병의 근원적 치료 없이는 회복되지도 않는다. 심장근육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심장 허혈증으로 인한 요통이라든지, 배꼽 아랫배가 뻐근하면서 허리까지 두르는 통증을 유발하는 방광염 등도 마찬가지다.

    통상 의료기관에서는 요통 환자의 경우 척추이상을 진단하는 것 외에도 내과적 질환을 의심해 소변검사 등을 시행한다. 이는 좀더 근원적인 질환을 발견하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요통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척추이상만 생각하고 이런 기본검사를 거부하는 것은 환자 자신의 건강을 위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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