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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 글: 이정훈 hoon@donga.com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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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부 발단 : 3인의 동업자와 편승공작 ”유에서 무를 창조하라”

지금부터 주인공은 ‘흑금성’ 박채서씨다. 박씨는 충청북도의 명문인 청주고를 거쳐 육군 3사관학교(14기)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이 되었다. 갓 소령으로 진급한 장교는 육군대학에 입교하는데, 박씨는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육군대학을 졸업했다.

국군정보사령부에 배치된 그는 1991년부터 정보사령부 공작단의 한미공작대 A-23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A-23팀은 미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미 CIA와 함께 대북 우회침투공작을 하는 비밀 조직이었다.

A-23팀은 조총련 조직원인 ‘서재호’라는 사람을 통해 대북 우회공작을 폈다. 서재호를 통한 공작이 마무리될 때쯤(1992년쯤으로 추정), 이 팀은 새로운 공작을 준비하게 되었다.

공작은, 공작을 담당하는 각 팀이 ‘이렇게 공작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는 기획안을 만들어 상부에 올려 승인을 받으면, 그에 필요한 자금이 내려와 착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북한 조선로동당의 대남 공작기관인 대외연락부와 조사부,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국방위원회 직속의 국가안전보위부(이하 보위부)도 비슷한 방법으로 공작한다.

동구권과 소련이 붕괴된 1990년대 초 북한이 직면한 사정은 1997년말 한국이 처한 IMF 경제위기보다 더욱 심각했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북한의 공작기관에도 밀어닥쳤다(북한이 맞은 위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공작금을 지급하던 조선로동당은 “각 공작기관은 자체적으로 공작금을 마련해 공작하라”고 지시했다.

A-23팀의 공작, “고첩을 속여라”

정보의 세계에서는, 이상하게도 은밀히 주고받는 정보일수록 상대 정보기관에 재빨리 포착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대 정보기관에 깊이 침투해 있는 고정간첩(고첩) 때문인데, 고첩의 활약은 생각 밖으로 대단하다고 한다.

보통의 한국인은 누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이나 국군기무사 대공처, 그리고 경찰청 보안국 요원인지 알 방법이 없다. 이러한 요원들에 관한 정보는 주민등록 사항부터 거의 모든 것이 위장돼 있기 때문이다. 가족마저도 이들이 어떤 이름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의 공작기관에 근무하는 자들은 이를 훤히 꿰고 있다고 한다. 조총련에 포섭돼 대남공작 교육을 받았던 한 인사는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남한 각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대공요원들의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슬라이드 사진을 수십 차례 보며 눈에 익혔다. 대공 요원들의 얼굴 사진을 정밀하게 찍을 정도로 북한 고첩망은 한국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말했다.

박소령 팀은 북한 공작조직이 당면한 자금난을 이용한 공작안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엘리트’인 박소령은 무능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장교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 장교에게 수시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신용불량자로 찍히기 시작했다.

박소령의 이러한 행위는 감찰 파트에 체크되었다. 이 자료는 이후 박소령의 진급을 막는 결정적인 자료가 되었다. 박소령이 중령 진급에 떨어진 것이다. 중령 진급을 1차에서 실패한 3사 출신은 어찌 어찌해서 2차나 3차에서 중령으로 진급한다 하더라도, 대령 진급은 언감생심 꿈도 꿔볼 수가 없다.

박소령의 군대 생활은 먹구름만 가득하게 된 것이다. 희망이 없는데 현실이 만족스러울 수 있겠는가? 자연 박소령은 군대 생활에 대해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신용 불량자에다 불평불만에 가득 찬 사람이 되었으니 그의 운명은 ‘예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1993년 3월 박채서씨는 3사 출신의 ‘그렇고 그런’ 소령 중의 한 명으로 군복을 벗었다.

그러나 박씨의 전역은 정보사에 침투해 있을 북한 고첩의 눈을 속이기 위한 ‘고도의 위장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랫동안 한국에 침투해 있는 고첩들은 맡은 분야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아주 냉철한 눈을 갖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는 이들을 속여넘기려면, 공작관은 완벽하게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아야 한다. 자신의 운명까지도 바꿔가며 온몸을 던질 줄 알아야 진정한 공작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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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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