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국가적 행사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권재창출과 정권탈환을 각각 목표로 내건 여야의 극한 대립에 오히려 염증만 느낄 뿐이다. 정치권은 바쁘지만 정작 표를 던질 유권자들은 마뜩찮은 표정이다.
‘신동아’는 창간71주년 특별기획으로 대선을 앞둔 민심을 읽기 위해 정밀 여론조사를 벌였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변화는 물론, 후보들의 경쟁력, 즉 ‘상품성’을 알아보는 것도 이번 조사의 목적이었다. 후보의 경쟁력은 자질과 업무능력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관심한 척하지만 유권자들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후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정치권은 격한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들을 표로 심판할 유권자들은 침착하게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표심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최근의 폭로공방에도 민심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의 폭로공방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음에도 한 달 전 실시한 여론조사와 비교해 후보들의 지지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현대상선 대출금의 북한 송금의혹을 제기했던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한나라당은 들인 노력에 비해 그다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민주당도 이렇다할 반등 계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 지지율 바닥만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 두 정치세력의 틈새에서 독자행보를 해온 정몽준(鄭夢準) 의원도 이회창 후보와의 오차범위 내 열세를 뒤집을 만한 계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쟁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표를 모으고 마침내 대선에 승리할 수 있을까. 각 후보진영은 지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국민이 바라는 후보, 국민이 기대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잘 홍보한다면 표를 모을 수 있다. 이 간단한 이치를 정치권이 모를 리 없다. 대선까지 남은 두 달, 과연 각 후보 진영은 얼마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