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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6·29 서해교전과 기막힌 군사정보 유출 배후

  • 글: 이정훈 hoon@donga.com

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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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제조사는 휴대전화에서 발신되는 주파수가 마구 바뀌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때문에 주파수를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곧 주파수가 변해버려서 쉽게 감청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주파수가 변조되는 공식을 알면 충분히 감청할 수 있다. 군사용 무선통신 체계는 휴대전화보다 복잡하다. 군사용 통신은 일반인은 해독할 수 없는 암호나 음어로 대화 내용을 구성하는 데다 주파수 변조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든다.

777부대는 북한에서 나오는 수많은 전파를 잡아 주파수를 연결한 후 여기서 오고간 암호나 음어를 찾아낸다. 그리고 축적해온 노하우를 이용해 암호와 음어를 풀어 대화 내용을 복원해 낸다.

777부대도 정찰기를 운용한다. 린다김과 이양호(李養鎬) 전 국방장관 간의 스캔들로 유명해진 ‘백두정찰기’가 그것이다. 이 정찰기는 백두산 이남에서 오고가는 신호는 전부 수집한다고 해서 ‘백두’라는 암호명을 얻었다.

초기 777부대에서는 주로 미군이 암호를 해독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서 교육받은 한국군 부사관들이 돌아와 해독에 참여했다. 이들은 북한군과 같은 한국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군보다 해독능력이 뛰어났다. 이후 777부대에서는 미군보다는 한국군이 주류로 등장했다.

정보사가 ‘천리안’과 ‘보이지 않는 손’을 가진 부대라면 777부대는 ‘큰 귀’와 ‘IQ가 좋은 두뇌’를 가진 부대다. 큰 귀와 좋은 두뇌를 이용해 777부대는 적지않은 전과를 쌓아왔다.



남북정상회담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북한은 김대중 정부 때에도 적잖이 도발을 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언론은, 지금과 달리 북한의 도발을 비중 있게 다뤘다.

1998년 10월20일 황해도 해주에서 나온 북한의 공작선이 야음을 틈타 강화도로 침투했다 해병대 2사단(청룡부대) 초병에게 발각돼 북한으로 도주한 적이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과 야당은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방장관을 공격했다.

강화도는 군(郡) 단위의 큰 섬인데 500명 남짓한 해병대 한 개 대대가 지킨다. 이는 해병대 2사단의 방어 지역이 육군 사단보다 현저히 넓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공작선 침투 사건 조사에 나선 합참은 ‘1개 대대가 강화도를 방어한다’는 현실을 무시하고 간첩선을 나포하지 못한 것만 문제삼아 대대장 김모 중령(해사 37기), 연대장 우모 대령(해사 30기) 등을 보직해임하고, 2사단장 손모 소장(해간 39기)은 징계위원회에 회부, 그리고 해병대 2사단을 작전통제하는 육군 수도군단장 홍순호 중장(洪淳昊·학군 4기·현재 육군 2군사령관)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해병대를 포상한 777부대

눈치보는 군 수뇌부 겨냥한 한철용의 ‘쿠테타’

777부대가 운용하는 배두정찰기. 777부대의 감청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한다.

합참의 이러한 징계는 책임은 부하에게 넘기고 야당과 언론의 공격으로부터 천장관을 살려주려는 ‘떳떳치 못한 행태’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방부와 합참의 결정에 항의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후 777부대가 이 결정을 뒤엎는 조치를 취했다.

777부대는 ‘해병대 대대가 간첩선을 놓친 것은 간첩선을 추적할 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가 감청한 정보를 토대로 제대로 작전했다. 어쩔 수 없어서 간첩선을 놓친 것 외에는 상부 보고를 포함한 초동 작전을 제대로 추진했다’고 판단해, 간첩선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포상금을 받게 해주었다. 777부대는 ‘쟁이들’ 부대답게 장관이 어떤 결정을 내렸든 상관하지 않고 소신껏 판단하는 근성이 있는 것이다.

1998년 12월18일 북한 조선로동당 작전부는 전남 여수 앞바다로 반잠수정을 상륙시켰다. 그리고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진운방’으로 위장해 침투해 있던 대외연락부 소속 공작원을 태우고 나가다가 해군에 발각돼, 다음날 광명함이 쏜 76㎜ 함포를 맞고 격침되었다. 해군이 반잠수정을 격침할 수 있었던 것은 777부대가 북한의 공작선 침투를 제대로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777부대는 신호정보 수집을 통해 북한의 공작선 한 척이 남포항을 빠져나와 중국 상해 앞바다의 한 섬에 들러 식량과 물을 보급받은 후 공해를 빙 돌아 전남 해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믐날인 12월19일 전후의 3일간(19일부터 21일 사이) 전남 해안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보고서를 제출했다(반잠수정이 침투할 때는 일체의 무선교신을 중단하므로 추적할 수는 없다). 육군 31사단은 이러한 정보를 받고도 반잠수정이 여수 해안에 상륙해 고정간첩을 태워 나가는 걸 놓쳤으나 다행히 해군이 발견해 격침시켰다. 반잠수정 격침으로 국회에 해임결의안이 제출되는 등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렸던 천용택 국방장관이 가까스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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