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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 ‘깜짝쇼’ 북한의 얼굴

‘도박사’ 김정일,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hoon@donga.com

‘도박사’ 김정일,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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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변화시킨 것은 부시가 든 매
  • ●북한 경제는 돈 먹는 하마
  • ●사실상의 화폐개혁 단행한 북한
  • ●신의주는 도박도시로 개발된다
  • ●공작 시인한 김정일은 우물안 개구리
  • ●2003년 한반도 위기 다시 오는가
‘도박사’ 김정일,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웃는 남북(위), 냉랭한 북·일

북한의 적극적인 변화 시도로 한반도 문제가 속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녀 응원단’을 앞세운 북한은 부산아시안게임에 ‘웃는 얼굴’로 참여하였고, 중국계 네덜란드인인 양빈(楊斌) 행정장관의 낙마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9월12일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전격 발표했다.

9월17일 김정일(金正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사상 최초로 북·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같은 날 북한은 지난 1년간 미뤄오던 ‘남북철도와 도로 공사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합의서’ 교환에 응함으로써, 경의선과 동해선을 잇기 위한 비무장지대 내의 지뢰제거 작업을 가능케 했다.

부시의 ‘매’ 앞에서 옷 벗은 북한

그러나 한번 돌이켜 살펴보자. 일본 근해로 침투하던 북한 공작선이 일본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에 발각된 것은 지난해 12월21일이었다. 도주에 도주를 거듭하던 이 공작선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자, 자폭(自爆)해 동중국해에 침몰했다.

지난 9월1l일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 공작선을 인양했는데, 이 공작선은 무려 네 개의 스크류를 단 초고속 선박으로 확인되었다(상선은 한 개, 군함은 보통 두 개의 스크류를 단다).



지난 6월29일에는 남북한 해군이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 남북한과 북한-일본이 살벌하게 대치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남북한과 일본에 갑자기 해빙무드가 찾아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선택에 의해 일어났다. 북한은 왜 갑작스럽게 평화공세로 나오는 것일까. 북한은 진정으로 변한 것일까.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과연 동북아의 미래를 평화로 이끌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을 풀어나기기 위해서는 작금의 사태를 각론으로 나눠 살펴보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비판 받는 첫째 이유는 ‘햇볕정책을 해야 한다’는 총론을 설정해놓고, 그 총론에 각론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총론과 목표는 다른 것이다. 총론 ‘햇볕정책’은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총론은 수많은 각론으로 구성된다.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지혜가 모아져야 하고, 모아진 지혜는 평화통일을 위한 ‘방법론’인 총론을 도출한다. 총론은 각론과 목표 사이에 있는 중간자이지, 각론과 목표를 끌고 나가는 주체가 아니다. 여기서는 각론을 경제·외교·안보·통일로 설정하기로 한다.

먼저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오게 된 외부 요인부터 따져보자. 이 문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선도했느냐,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소작전’을 선택하게 했느냐란 질문으로 귀결된다.

남북한은 2000년에 정상회담을 했으나 북한은 올해 6월 서해교전으로 대응하는 등 남북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동맹국과 의회의 협조를 얻어나가자,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뻗대던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고 일본과 정상회담을 갖고 켈리 차관보를 만났다. 김정일로 하여금 스스로 외투를 벗게 만든 것은 DJ가 비추는 ‘햇볕’이 아니라 부시가 든 ‘매’였다.

지난 9월23일 김대통령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북-미 대화 재개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권유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선언’의 채택을 주도했다. 이 선언은 여러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핵심은 역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고립시키지 말고 한국처럼 햇볕정책을 펼쳐라’는 것이었다.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 DJ가 북한을 변화시키고 있는 부시를 향해 ‘잔소리’를 한 격이 되었다. 여기서 북한 문제를 살피는 전문가들은 “부시가 이뤄낸 변화를 DJ가 자기가 주도한 것으로 가로채 간다면 한미관계는 크게 삐걱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10월3일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켈리 차관보는 ‘매’를 든 미국의 생각을 그대로 전했다. 즉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생산과 수출을 중단해야 진정으로 변한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반미주의자들이 말하는 ‘오만한 일방주의(一方主義)’로 북한을 상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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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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