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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 ‘깜짝쇼’ 북한의 얼굴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 글: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전 미국 공사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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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상적 통일지상주의보다 상호 안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통일추진, 1인 독재의 공산주의체제보다 자유민주사회에 대한 국민적 확신과 지지가 결국 북한의 정치와 협상행태의 변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지난 9월14일 열린 제7차 남북장관협회회담에서 남측대표 정세현 통일부장관과 북측대표 김영성 내각책임참사 등 양측대표단이 악수를 하며 회담을 마무리 하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직후 ‘신동아’(2000년 8월호)는 한국 내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응답자 98명 중 79명(80. 6%)이 ‘김정일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답변한 반면 17명(18%)만이 북한의 변화에 대해 비관적으로 답변했다. 1년여 전부터 각종 학술 세미나나 전문 학술지에서 북한의 변화에 비관적 의견을 개진하는 학자는 소수로 전락했다.

북한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회담이 중단되고, 서해에서 우리 해군이 선제공격을 당한 직후인 올해 7월 북한의 변화 여부에 대해 다시 인터뷰를 했다면 2000년 6월 이후 북한 변화론을 주장하면서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던 학자들은 과연 어떠한 의견을 제시했을지 궁금하다.

한동안 조용하던 그들은, 지난 7월1일 북한이 임금과 물가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9월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을 채택하고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인 양빈(楊斌)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북한이 시장개혁을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면서 그동안 북한은 변화하려고 하였지만 남한의 냉전 보수주의자와 부시(George W. Bush) 미 대통령이 이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협상행태가 바뀌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금년 한 해 동안 필자가 직접 인터뷰한 한국측 협상 대표 중 현직 대표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직 대표들은 북한의 협상행태는 한국의 협상행태와는 분명히 구별되며,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시했다.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의 남북한 당국간 대화에서 북한 협상 대표들은 타협과 양보를 기피하는 전사적(戰士的) 협상을 하는 공통적 특징을 보였다. 협상 대표들은 충직한 혁명전사로서 회담장 밖에서 전달되어 온 훈령에 따라 움직였고 때로는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꿔 남한측과 합의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협상과 선전을 철저히 병행했다.

이러한 북한의 협상행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은 북한의 정치문화다. 문화는 개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특성으로 가정·학교·직장에서의 교육, 종교, 군 복무 등을 통해 습득된다. 그중에서도 정치문화의 개념은 한 사회의 전통이나 정치적, 사회적 제도에 내포된 정신, 시민들의 감정이나 집단적 사고, 지도자들의 스타일이나 행동양식 등을 통해 규정된다.



북한 협상 대표들은 전사적 협상가

즉 정치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정향(定向) 또는 성향에 의해 형성되는 정치적 행동 패턴’이며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자세, 가치, 감정, 기술 등의 총화’ 또는 ‘정치적 전통과 관행, 민족성과 국민성, 개인성품과 정치의식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사회 전체의 총체적 정치정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개인주의적이냐, 집단주의적이냐에 따라 각국의 협상스타일이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 개성의 개발, 자아표현, 개인의 성취와 창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다. 단체나 사회보다 개인의 의견과 이익을 우선하며 직접적이고 단도직입적(getting down to business)인 대화자세를 선호한다.

반면 북한과 같은 집단주의적 사회에서는 단체나 공동체의 복지와 협동노력이 개인활동에 지침이 되고 개인의 희망이나 욕망을 종속시킨다. 개인보다 가족에 대한 명예와 사회에 대한 충성이 중요시되고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최고다. 이러한 상하관계는 사회와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사회는 계급체제를 자연 질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북한의 협상전략과 행태에 영향을 끼치며 북한 주민 및 사회 전체가 의식하고 있는 정치문화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지배한다. 가정, 학교, 직장, 사회단체에서의 교육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치성향, 태도 및 행동유형 등이 지속적으로 학습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적대적 대남관과 공산화 통일전략 ▲혁명적 협상관 ▲‘수령’과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독특한 정치체제 ▲군인식 사고와 행동을 하게 하는 군사체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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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전 미국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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