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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학문도 설교도 아닌 공상만화”

재야 동양철학자 기세춘이 조목조목 짚어낸 ‘도올논어’ 8가지 오류

  • 글: 기세춘 동양철학자

“학문도 설교도 아닌 공상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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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과 民이 다름을 모른다.

“학문도 설교도 아닌 공상만화”

성균관을 찾은 사람들이 공자상 앞에서 담소하고 있다.

사회역사학계에서는 춘추시대를 신분이 계급적으로 차별되는 노예적 봉건사회로 규정하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2500년 전 공자시대는 고사하고 우리는 약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양반과 상놈, 상민과 종놈이 있는 신분계급사회에서 살았다. 그런데 도올은 2500년 전 공자시대가 계급사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렇게 황당한 신학설을 주장하면서도 그는 아무런 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하기야 설교에 무슨 논거가 필요하겠는가?

‘좌전(左傳)’ 은공11년 조에 “禮는 民과 人을 차례 지우는 것(序民人)”이라 말한 것으로 보아 당시 人과 民은 분명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人과 民은 어떻게 달랐을까?

아래 인용하는 글은 人과 民이 전혀 다른 신분계급임을 말하고 있다. 人은 귀족계급으로 애(愛)의 대상이며, 民은 피지배계급으로 사(使)의 대상이다. 바꾸어 말하면 人은 禮로 교화할 뿐 부리는 대상이 아니며, 民은 법(法)으로 제재할 뿐 사랑과 교화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도올은 人과 民을 계급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논어’ 대부분 글의 본뜻을 놓치고 왜곡한다.



子曰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논어/학이)

필자 : 절용하여 人(귀족계급)을 사랑하고, 四民(평민계급)을 때에 알맞게 부려야 한다.

도올 : 쓰임을 절도있게 하며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백성을 부리는 데는 반드시 때에 맞추어야 한다.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을 때 공자는 “仁者 人也”라고 말했다. 여기서 ‘人’은 ‘귀족다운 것’ 또는 ‘군자다운 것’을 뜻한다. 도올처럼 ‘仁은 아랫것들다운 것’ 혹은 ‘仁은 백성다운 것’이라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仁은 사람다운 것’이라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다.

‘시경’ 소아편의 ‘4월’이라는 시에 “先祖匪人(선조비인) 胡寧忍予(호녕인여)”라는 글이 있는데 “우리 선조님은 大人이 아니었던가? 어찌 나에게 이런 재난을 감당하라 하는가”라는 뜻이다. 도올에 따르면 ‘先祖匪人’을 “선조님은 아랫것들이다” 혹은 “선조님은 백성들이다” 또한 “선조님은 사람들이다”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해석은 있을 수 없다.

‘논어’ 헌문 편에서 제나라를 패자로 만든 관중에 대해 묻자 공자는 “人也”라고 대답했다. “관중은 귀족답다” 혹은 “관중은 군자답다”는 뜻이다. 도올처럼 “관중은 아랫것답다” 또는 “관중은 백성답다” 혹은 “관중은 사람답다”로 해석할 수는 없다.

공자는 정나라 경대부인 자천(子賤)에 대해, 그리고 제자인 남궁괄에 대해 “君子哉(군자재) 若人(약인)”이라고 칭찬했다. “군자로다! 귀족답구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을 도올처럼 “군자로다! 아랫것들답다!” 또는 “군자로다! 백성답구나!” 혹은 “군자로다! 사람답구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仁은 귀족다운(noble), 시민(gentleman)의 품성을 말한 것이지 ‘서민다운’ 것은 결코 아니다.

공자가 “仁者 人也”라고 말한 것은 “仁者 民也”는 성립되지 않음을 뜻한다. 왜냐하면 공자는 民은 仁과는 물과 불처럼 상극(相克)이 심한 것이며, 民은 복종하게 할 수는 있어도 깨닫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고, 신분차별이 문란해진 것을 난세의 원인이라 믿은 수구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仁者 小人也”는 성립될 수 없다. 공자는 “군자라도 不仁者가 있을 수 있지만, 小人으로서 仁者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仁者 人也를 “仁은 사람다움이다”라고 해석할 수는 결코 없다. 人과 民은 반드시 신분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도올은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논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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