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태산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
산자락이 높고 험준한 곳은 골짜기가 깊고 길게 마련이고, 숲이 울창하면 계류의 수량은 사시사철 풍부하다. 이곳에도 대골, 적가리골, 지당골 등의 이름난 계곡 이외에 무명의 크고 작은 골짜기들이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이들 골짜기 가운데 맏형 격은 적가리골. 옛날부터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달둔, 살둔, 월둔과 함께 이른바 ‘삼둔사가리’의 비장처(秘藏處; 난리를 피해 숨어 살 만한 곳)로 알려진 오지다.
적가리골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에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개장된 뒤부터다. 그 이전부터 개설돼 있던 임도(林道)를 다듬고, 풍광 좋은 물가에는 산림문화휴양관(복합산막), 야영장, 정자, 나무다리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특히 이곳의 유일한 숙박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은 웬만한 콘도를 능가할 정도로 내부구조와 시설이 좋다. 게다가 객실 앞쪽에는 커다란 통유리 창문이 설치돼 커튼만 열어젖히면 깨끗한 원시림이 통째로 방안까지 들어온다.
적가리골의 비경은 방태산 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하나둘 자태를 드러낸다. 산림문화휴양관 바로 앞쪽의 물가에는 곱게 물든 단풍과 나지막한 폭포와 소(沼)가 한데 어우러진 마당바위가 있고, 여기서 비포장 찻길을 따라 400m쯤 더 올라가면 적가리골 최고의 절경인 이단폭포(일명 이폭포저폭포)가 나타난다. 높이가 각기 10m에 이르는 두 폭포 주변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한 각종 활엽수들이 빼곡이 둘러쳐 매혹적인 가을 풍광을 연출한다.
이단폭포 위쪽으로도 찻길은 계속 이어진다. 원색의 단풍잎이 둥둥 떠가는 물길 위에는 작은 나무다리가 하나 걸려 있어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다리를 건넌 뒤 조금 더 오르면 찻길은 끊기고 호젓한 등산로가 시작된다. 여기까지만 올라가도 아쉬움은 없지만, 방태산의 속내를 더 보고 싶거든 정상까지 등산을 시도해볼 만하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4㎞이며 왕복하는 데에는 4~5시간이 소요된다.
그밖에도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위치한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는 탄산철분약수인 방동약수가 있다. 그리고 방동리에서 418번 지방도를 따라 방대천 상류쪽으로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최대의 원시림으로 꼽히는 점봉산 진동계곡에 이른다. 몸통 지름이 1~2m가 넘는 신갈나무를 비롯해 전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 피나무 등 각종 활엽수가 밀림을 이루는 이곳은 ‘마지막 처녀림’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33)
※여행 적기: 10월 중·하순(절정의 단풍을 보려면 10월 중순, 만추의 정취를 느끼려면 10월 하순 이후가 좋다.)
▷숙식
방태산자연휴양림(463-8590)의 숙박시설로는 복합산막인 산림문화휴양관(총 8실)뿐이다. 여느 자연휴양림과는 달리, 단독형 통나무집이 하나도 없다. 더욱이 요즘은 인터넷(www.huyang.go. kr)을 통해 예약을 받기 때문에 주말에는 객실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럴 경우 휴양림 입구의 대골마을에 있는 왕솔농원민박(463-5947), 방태산쉼터(463-5433), 산촌민박(463-1930) 등을 이용하면 된다. 진동계곡 들어가는 길가에도 ‘언덕 위에 하얀집’(463-2161), ‘하늘밭 화실’(463-9975) 등 근사한 민박집이 여럿 있다. 맛집으로는 방동리 직전의 큰길가에 자리잡은 두부 전문점인 고향집(461-7391)이 권할 만하다. 이 집 두부 맛은 지금껏 필자가 먹어본 것 중에서 최고였다.
▷가는 길
① 영동고속도로 속사IC(31번 국도)→운두령→현리(우회전, 418번 지방도)→방동→방태산자연휴양림
② 서울→양평(44번 국도)→홍천→철정검문소(우회전, 451번 지방도)→상남(31번 국도)→현리→방태산자연휴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