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론] ”개발 아닌 복원... 따뜻한 서울이 보인다” 강병기/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대표 bkkahng@yahoo.co.kr
민선3기 서울시정을 이끌 이명박 신임시장이 ‘비전 서울 2006’이란 서울시정 4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취임 후 서울시정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그동안 참모와 보좌진, 연구기관 등이 선거공약의 현실성 검토를 끝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이시장은 비전을 3가지로 요약하고 그 실천과제로 20대 중점과제를 내세웠다. 3가지 비전은 ‘시민을 위한 따뜻한 서울’ ‘사람 중심의 편리한 서울’ ‘경제 활성화로 활기찬 서울’이다. 이 모든 비전이 미사여구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그러한 슬로건이나 플래카드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았던가. 시민의 마음을 설레게 해놓고는 실망으로 끝나버린 목표나 방침이나 시책이란 것들이 식상하도록 많이 스쳐갔다.
알기 쉬운 시정 약속
이번엔 어떻게 될 것인지 필자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장담하는 이시장도 모를 것이다. 마음 먹는다고 모두 실현되고, 소망한다고 모두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고 편하겠는가. 어떤 일이 실현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전이든 슬로건이든 어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실현을 향한 첫걸음이자 필수요건이다.
이시장은 비전을 구체적인 20대 중점과제로 풀어서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신뢰성을 높이고 그 성과를 평가하기 쉽게 구체적인 목표값을 정량적으로 발표했다. 예컨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을 지금의 21%에서 임기내에 100%로 올리겠다거나, 잠실상수원의 수질을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 1.6ppm에서 1.3ppm으로 개선하겠다는 식이다.
약속이 구체적이고 알기 쉬우면 흠 잡히기도 쉽다. 다시말해 시민들이 시장의 업적이나 공약을 감시하기가 쉽다. 이시장이 한발짝 더 나아가 시청 홈페이지에 삶의 질 지표의 현재값과 약속값을 공개하여 시민들이 언제든 시장의 약속을 중간평가할 수 있게 한다면 더욱 신뢰가 쌓여갈 것이다.
필자는 ‘비전 서울 2006’ 가운데 ‘따뜻한 서울’이란 비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20대 중점과제에서 시장이 생각한 ‘시민을 위한 따뜻함’에만 머물지 않고, ‘환경과 시민에게 따뜻한 서울’을 표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점과제들을 보면, 서울의 지역간 격차를 없애고 서민용 임대주택 10만호를 건설해 소외계층을 어루만지려 할 뿐만 아니라, 치매노인 문제와 장애인 이동권 확보 문제, 맞벌이 부부 육아문제 등 그동안 공공정책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상습침수지역을 없애겠다는 약속은 부디 지켜져야 할 정책이다. 많지 않은 비에도 침수되는 지역을 보며 국제도시 서울을 부끄럽게 여기는 시민이 많았다. 당해 지역의 수재민들은 얼마나 큰 배신감과 상실감을 느껴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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