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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박수룡의 화필기행 붓 따라 길 따라

서울 인사동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세월의 더께

  • 글: 민병욱 사진: 박수룡

서울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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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 인사동은 0.2㎦에 불과하다. 북쪽 안국동 교차로에서 남동쪽 종로2가까지 500여m의 비스듬한 길 주변이 실제 인사동이다. 거주인구는 고작 800명. 그러나 흔히 ‘문화지구’로 인사동을 얘기할 때 주변 관훈동 공평동 견지동 낙원동과 경운동 일대를 포함다며 하루 유동인구는 7만~8만명을 육박한다.

빨리 걷자면 인사동 길은 5분이면 관통한다. 그걸 어떤 이는 ”3년을 헤집고 다녔지먄 항상 못 본게 있는 느낌” 이라고 말한다. 한 문인은 ”20년 넘게 드나들어도 싫증을 느끼지 못했다.” 고 했다. 반면 토박이 상인 일부는 ”요즘 인사동은 타락했다. 문화는 달아나고 장삿속이 판친다.”며 흥분한다.

어떤 게 진짜 인사동인지 정답은 물론 없다. 보면 볼수록 소록소록 정이 든다는 말도, 또 매일 출근하다시피 찾아도 새로운 볼거리가 있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우리 화백의 지적처럼 ”입으로 그리고 로비로 전시하는 그림” 들이 애호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가짜 골동품, 고서화가 버젓이 눈먼돈을 노리는 곳인 것도 사실이다. 속임수가 두려워 눈을 부릅뜨고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않는다면 보고 멱고 즐길 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동네다.

수천만원 대 진품 도자기나 전통 목가구를 전시한 한켠에선 동남아산 싸구려 공예품이 눈을 흘긴다. 옛 부채나 물레 삼태기 짚신 놋숟가락에 곰방대와 말총 갓을 파는 상점 앞에선 포터블 오디오 볼륨을 한껏 높인 엿장수가 가위를 찰각대며 신나게 가락을 뽑는다. 분필 모양 향을 피워놓고 싸구려 귀고리나 반지를 파는 외국인 노점상도 낯설지 않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리 풍경은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부추긴다. 인도를 반쯤 메운 좌판대마다ㅣ온갖 잡동사니가 그득하고 잘고르면 싸고 쓸 만한 걸 건질 걱 같은 설렘이 인다. 상점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마냥 밝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놓쳐선 안될 꺼리라도 본 양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북적대고 흥겨운 광경을 연출하는 건 길가 상점들만이 아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은 음식점과 주점에서도 살가운 정이 묻어난다. 등을 후리는 찬바람을 뒤에 남기고 미닫이문을 열면 안경에 훅- 서리는 김이 우선 정겹다. 주모가 부치는 빈대떡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람회를 연 화가들이 시골집 분위기가 나는 주점을 잡고 지인들을 부르지요. 처음에 서로 진지하게 작품을 얘기하다 술이 거나해지면 소리가 높아져요.‘니들이 그림을 알아’하는 호통도 나오지만 웃고 떠드는 편한 분위기를 해치진 않죠.”

언젠가 눈 내리는 밤 손을 호호 불며 인사동 주점을 찾았다가 그런 분위기를 보고 홈빡 빠져 벌써 수년째 인사동 골목을 배회한다는 어느 직장인의 얘기가 생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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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병욱 사진: 박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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