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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선은 전쟁할 생각 버린 지 오래됐다”

남북협상 북측 밀사 최수진

  • 글: 이정훈 hoon@donga.com

“조선은 전쟁할 생각 버린 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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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를 통한 남북경협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조선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역이기 때문에, 동북아의 물류중심이 될 때 그 가치가 올라갑니다. 남측 동부의 부산-속초에 철로를 놓고 이를 북측 동부의 원산-청진 철로와 잇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투먼-하얼빈-만저우리를 지나 러시아의 치타(chita)까지 연결된 철로를 개량합니다. 치타에는 유럽과 연결된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선 동부 철도를 통해 조선반도를 유럽과 연결하자는 것입니다.

조선 서부로는 서울-평양-신의주를 잇는 철도(경의선)를 개선해, 이를 중국의 단둥-베이징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 철도는 바다와 호흡하는 항구와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항구와 철도로 조선반도의 물류사업을 부흥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치타에서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만주 횡단 철도가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는 러시아 철도를 통해 시베리아의 자원을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려고 합니다. 북한에서 하얼빈-만저우를 잇는 철도와 북한 두만강 노동자구에서 하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철도는 크게 다릅니다. 러시아의 생각과 최총사장의 생각은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두만강 노동자구에서 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치타로 이어지는 철도는 청진에서 투먼-하얼빈-만저우리를 거쳐 치타로 이어지는 철도보다 2000㎞가 더 깁니다. 어느 쪽이 경제순리에 맞는 노선인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요. 하얼빈 노선을 개발하는 것도 결국은 러시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러시아는 하얼빈-청진 철도 개선사업에 참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신의주특구는 성공 못해

-그러한 국제물류망을 구성하려면 여러 나라와 교섭해야 할 것 아닙니까.

“남측은 38선으로 막혀 있어 국제철로 련운(連運)협정을 잘 모르고 있겠지만, 철도수송문제는 국제련운협정대로 진행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고 국경선에서 두 나라의 열차가 만나 화물만 옮겨 싣는 것이 국제 련운입니다. 그런데 조선반도와 중국에 깔린 철도는 표준궤라 기관차만 바꾸고 화물을 실은 대차(臺車)는 그냥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북한의 SOC 건설을 위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자는 것입니까.

“앞서 말씀 드렸듯, (북)조선의 SOC 건설은 북과 남을 가릴 것이 아니라, 전민족의 일입니다. 동부철도(부산-속초-원산-청진) 건설 사업은 조선을 돕는 것 같지만, 사실 조선은 통과비만 벌 뿐입니다. 반면 남측은 대륙과 유럽에 연결돼 섬나라 신세를 면하게 되어 거액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변나라인 중국·러시아·일본도 큰 덕을 볼 것입니다.

조선반도에서 유럽을 잇는 철도가 구성된다면, 일본은 영국(영국-프랑스 해저철도인 유로스타)처럼 부산과 연결된 바다 철도를 놓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선반도는 물론이고 전 동북아 경제권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조선반도 횡단 철도를 주축으로 한 동북아 철도 연결은 한 나라가 아닌 모든 나라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이 일어나 북과 남의 정부가 보증한다면, 7000만 동포와 해외 동포의 참여로 (가칭)조선통일발전은행 혹은 민족발전은행을 설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7000만 동포가 주주형태로 100달러씩 투자하면 70억달러의 자본금이 만들어집니다.

자본금을 갖추면 국제금융시장에서 700억달러의 융자가 가능할 것입니다. SOC를 건설할 때는 얼마만큼 자금이 필요한가부터 계산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와 투자 회수 가능성이 있는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이 철도 건설은 경제순리에 맞는 것이라 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중국계 네덜란드인인 양빈(楊斌)을 행정장관으로 앉혀 신의주 특구를 개발하려고 한 것은 경제순리에 맞는 것이었습니까.

“신의주특구는 조선경제를 국제경제와 융합시켜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조선정부의 강한 의지에서 나온 것인데, 과연 그러한 구상대로 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구로 개발되는 신의주가 조선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가 되려면 물류중심이나 유흥중심·금융중심·산업중심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신의주는 그러한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신의주보다는 나진·선봉특구의 개발이 좋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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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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