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건강 정보

현미밥+된장국+김치… 소박한 밥상이 한국인 살린다

일본의 ‘밥 전도사’ 마쿠우치 히데오의 ‘粗食 건강론’

  • 글: 마쿠우치 히데오

현미밥+된장국+김치… 소박한 밥상이 한국인 살린다

2/5
서구의 학문인 영양학이 그 배후에 자리잡고 있다. 영양학은 일찍이 독일에서 시작됐다. 서양의 음식문화는 일본이나 한국·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와 달리 주식과 부식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유럽에 주식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여름이 짧고 기온이 낮으며 강수량이 적은 기후 때문이다. 즉 식물이 자라기에 아주 좋지 않은 조건이라는 뜻이다. 특히 쌀은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풍부하지 않으면 재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대륙에서 쌀은 비교적 따뜻한 포르투갈·스페인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그래서 밀을 재배해왔는데, 밀은 밭작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배하면 여러 가지 장애가 일어나는 결점이 있다. 때문에 한해 밀을 재배한 밭은 다음해에 목초지로 사용하고 또 그 다음해엔 순무나 채소, 완두, 감자를 심는 등 지력을 되살리기 위해 토지를 쉬게 하면서 작물을 재배하게 된다. 게다가 유럽은 온도와 습도가 낮아 식물이 일본에서처럼 쑥쑥 자라지 못하고 어린 상태에서 성장을 멈춘다. 이런 풀들은 소·양 같은 초식동물의 좋은 먹이가 된다.

유럽인들이 고기와 유제품, 야채에 소량의 빵을 먹는 식생활을 해온 이유도 빵을 배불리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더욱 잘 살기 위해’ 만들어진 식생활 체계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같이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는 나라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므로 곡류와 야채를 주로 한 식생활이 가능했다. 논을 이용한 쌀농사는 연작이 가능하고 토양도 거의 소모되지 않아 굳이 낙농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단백질도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성격이 다를 뿐이다. 일본과 한국에선 육류 대신 콩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특히 콩을 발효한 된장이나 청국장은 콩에 함유된 소화방해물질이 분해돼 있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한국이나 일본의 요리는 어디까지나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다. 때문에 반찬의 칼로리도 낮다. 미소와 간장을 사용한 요리는 칼로리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서양인에게 빵은 주식이 될 수 없었다. 주식이 없다 보니 반찬으로 배를 불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기름, 마요네즈, 케첩, 소스 등이 발명된 것이다.



유럽엔 유럽의 환경과 농업이 있고, 그에 따른 식생활이 있다. 일본과 한국에는 그 특유의 환경에서 태어난 농업이 있고 식생활이 있다. ‘후진국일수록 곡물 섭취량이 많다, 단백질을 늘려야 한다’라든가, ‘밥은 남겨도 좋으니까 반찬을 먹어라’는 구호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들이다. 전후의 영양교육은 단지 ‘서양숭배사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옥수수 민족’이 돼버린 일본

식생활은 이른바 ‘인체실험’의 반복이다. 부수적 문제도 있지만, 일본의 전통식은 수백 년 동안 상당히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전후 음식은 불과 50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 ‘풍요로운 식생활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전후의 식생활은 앞서 말한 건강문제는 물론이고 농업과 환경, 식품 안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수입 밀가루로 만든 빵과 면을 열심히 먹은 결과, 주식인 쌀의 소비가 감소해 경작면적을 줄여야 했고 농업 전체가 쇠퇴했다. 게다가 외국산 가축사료나 사료원료는 유전자조작 검사나 농약검사도 할 수 없다.

2000년 가을에 유전자변형 곡물을 수입한 것이 발각되면서 수입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1997년 일본은 1600만톤의 옥수수를 수입했다. 같은해 밀의 수입량은 약 600만톤이었고, 쌀 생산량은 약 1000만톤이었다. 옥수수와 밀가루의 수입량이 쌀 생산량의 배가 넘는다. 이와 같은 수입의존형 식생활을 계속하는 한, 앞으로도 유전자조작식품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 많은 옥수수를 직접 먹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소나 닭의 사료로 사용된다. 밀은 빵, 과자, 면류, 스낵 생산에 이용된다. 예전에 일본인은 쌀을 먹는 민족으로 불렸다. 그러나 1980년이 되자 옥수수 수입량이 쌀 생산량을 넘어섰다. ‘옥수수 민족’이 된 것이다.

기름진 땅, 따뜻한 날씨, 풍부하고 깨끗한 물 등 풍요로운 자연조건을 가진 일본은 1억200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쌀이 있다. 그런데도 현대 일본인들은 쌀 생산량을 계속 줄인다. 반면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곡물시장에서 대량의 옥수수를 사들이며, 고기와 식육가공품, 우유 및 유제품을 끊임없이 먹고 있다. 그 옥수수는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제3세계 사람들의 주식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행동이 언제까지나 용서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의 식생활은 유전자조작 식품과 식품첨가물 등으로 인해 그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빼놓고 식생활을 이야기할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의 영양교육은 수입식품과 사료에 기대는 식생활을 장려해왔다. 그러한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우리는 우리의 식생활에 대해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2/5
글: 마쿠우치 히데오
목록 닫기

현미밥+된장국+김치… 소박한 밥상이 한국인 살린다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