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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에세이

그들을 위한 새로운 당신

  • 글·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그들을 위한 새로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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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단순 공식’을 제시한다. “잘살려면 좋은 대학 가야 한다, 좋은 대학 가려면 공부 잘해야 한다.” 어른들에게 이 단순한 공식은 절체절명의 진리요, 법칙이다. 아이들은 이를 암기해야 하고 삶의 공식으로 받아들여 실천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이 공식을 주입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런데 이 공식이 맞지 않거나 거부하는 아이들,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흥미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침대 밖으로 튀어나온 긴 다리는 자르고, 침대 길이에 못미치는 짧은 다리는 늘려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어른들이 신봉하는 단순 공식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생활양식, 사고방식, 인간관계 방식 등의 질과 양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라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기 방에서 세계에서 가장 성능 좋은 컴퓨터로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 아이들을 가장 먼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른들은 더 이상 지식과 정보의 양으로 아이들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어른들의 머리에 저장된 정보량의 수천 배, 수만 배나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수직적인 관계, 일방적인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모든 관계는 수평적이며 쌍방적, 다면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상하의 수직이 아니라 호혜평등의 수평관계에 익숙하다.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는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너무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인터넷 음란물의 피해자일 뿐 아니라 가해자로까지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기경찰청은 인터넷 음란사이트 운영자의 20%가 청소년이라고 밝혔다. 해킹을 비롯한 사이버 범죄 역시 아이들이 주도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자면 그러한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점들 투성이다. ‘도대체 나중에 어떻게 살려고 저 모양인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꼭 부모가 아니라 해도 모든 어른들은 모든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게 어른의 의무다. 그러나 비난이나 일방적 가르침, 혹은 분노로는 세대간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부모자식간 소통불능의 가장 큰 문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나의 생각, 나의 가치관, 나의 삶의 방식이 가장 옳다는 자만에 빠진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몰라서 그렇기도 하고, 자신의 것에 익숙해 그렇기도 하다. 그 착각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강하게 충돌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새로움이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른을 똑같이 닮았을 뿐, 새롭지 않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어른이 맡아야 할 역할은 젊은 세대의 길을 터주는 일이다. 길을 열어주고 그 길을 가는 동안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길을 모조리 청소해줄 필요도 없고, 만들어줄 필요도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자기 인생이나 잘 챙기면 된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행복과 삶의 보람을 위해 열심히 사는 부모가 아이에게만 모든 관심을 쏟아붓는 부모보다 더 이로울 수 있다.



아이들이 변화하고 있다. 어른들은, 부모들은 그 변화의 속도와 양상을 얼마나 간파하고 있으며, 또 이해하고 있을까? 그 변화를 발전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변화하는 청소년, 그들을 위한 새로운 청소년보호위원회’. 우리 아이들과 보다 더 친밀해지고픈 바람이 담긴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캐치프레이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대신 우리 각자의 이름을 넣어보면 어떨까? “○○○, 그들을 위한 새로운 당신.”

신동아 200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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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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