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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 인권위 조사기록

허벅지 짓이기고 다리 꺾기, 바가지로 코·입에 물 붓기, 성기·낭심 골라 때려 기절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 인권위 조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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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 인권위 조사기록

검찰조사 중 숨진 조아무개씨 사망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2002년 11월29일 서울지방법원에 홍경령 전 담당검사가 출두하고 있다.

홍검사의 내사에 따르면 박씨의 죽음은 당시 교도소에서 파주스포츠파 두목 자리를 노리던 신○○이 ‘박○○을 제거하라’는 밀지를 교도소 밖으로 내보낸 것과 관련돼 있다는 것. 이 사건엔 또 하나의 죽음이 연루돼 있다. 이 밀지 내용을 아는 이○○가 출소 후 파주스포츠파 조직원들을 협박하자 조직원들이 이○○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2002년 8월 서울지검 강력부로 배속된 홍검사는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뚜렷한 물증을 잡지 못해 수사가 진전되지 못했다. 2002년 10월23일 수사팀은 죽은 이○○와 친분이 두터웠던 장○○을 잡아들였고, 장○○의 자백에 따라 10월24일 권○○과 정○○을, 10월25일엔 권○○의 자백에 따라 최○○, 박○○, 조○○을 공범으로 긴급체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0월26일 조○○이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것이다.

인권위 조사의 핵심은 적법절차 위반 및 가혹행위 여부다. 먼저 적법절차 위반 여부부터 살펴보자.

[긴급체표 규정 위반]

형사소송법 제200의 3 제1항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 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며 긴급체포의 요건을 범죄의 상당성, 필요성, 긴급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장주의의 예외규정인 만큼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 요건의 엄격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사기관이 법원의 통제를 받는 체포영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먼저 장○○의 경우. 수사팀은 2002년 10월19일 인천에서 장○○의 소재를 확인하고 잠복근무를 하던 중 10월21일 장○○이 외출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들은 홍 전 검사의 지시에 따라 10월23일 장○○을 그의 이종사촌형 집 앞에서 긴급체포했다. 수사팀은 10월19일 이미 장○○의 소재를 파악했으므로 4일 후 긴급체포하기까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권○○은 2002년 10월24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긴급체포됐다. 먼저 체포된 장○○이 공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권○○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파주읍 소재 현 거주지에서 30여 년간 살아오는 등 주거가 일정한 데다 어머니, 부인, 두 아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런 그가 살인사건에 연루됐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는 오로지 장○○의 진술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긴급체포한 것은 범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정○○은 2002년 10월24일 서울 상계동 식당 앞에서 긴급체포됐다. 역시 장○○이 공범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이 공범이라고 의심할 만한 근거는 장○○의 진술밖에 없는 데다, 주거가 일정하고 주민등록상 전출입사실을 성실히 신고했으며 결혼해 처자식과 동거하고 있고 모 자동차운전학원 영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박○○은 2002년 10월25일 긴급체포됐다. 하루 전 체포된 권○○이 가혹행위를 당한 상태에서 공범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체포 당시 박○○은 결혼해 처자식이 있고 주거가 일정한 상태였다. 불법수사로 이뤄진 권○○의 진술 외에 그를 긴급체포할 만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고 체포영장을 청구할 만한 시간이 충분했는 데도 긴급체포한 것은 헌법 제12조와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규정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체포이유와 변호인조력청구권 고지의무 위반]

헌법 제12조 5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 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현행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①체포·구속사실을 통지받을 자로서 변호인이나 변호인 선임권자가 없는 경우를 대비해 피의자가 지정하는 자를 추가하고 ②늦어도 24시간 내에 서면으로 체포·구속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며 ③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체포·구속됐다는 취지 및 체포·구속의 일시, 장소를 전화, 모사전송기 기타 상당한 방법에 의해 우선 통지하도록 하되, 이 경우에도 체포·구속 통지는 다시 서면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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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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