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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보증계약은 불법

무지, 무원칙, 무대책으로 2억달러 날렸다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보증계약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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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환관리규정 제13장은 금융선물거래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선물거래란 ‘금융선물시장에서 금융선물거래소가 정한 기준 및 방법에 따라 행하여지는 거래’로서 여기에는 통화선물거래, 이자율선물거래 등과 함께 주식선물거래가 포함됐다. 하지만 장외 금융선물거래에는 통화선물거래, 이자율선물거래, 스왑금융거래만 포함시켰을 뿐 주식선물거래는 제외했다.

아울러 13-3조는 금융선물거래를 ‘외화자산 및 부채의 환율변동위험, 이자율변동위험, 주가변동위험을 방지하거나 외화차입비용의 절감 등을 위한 경우’에 한해 허용하며 ‘금융공여 또는 금융비용의 보상 등을 목적으로 행해져서는 아니된다’고 못박았다.

자금이동 투명성 위해 규제

당국이 장외 금융선물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자금이동의 투명성을 높여 불법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장내 금융선물거래의 경우 거래대상을 통화, 주식, 채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허용하는 것은 거래소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불특정 다수의 경쟁매매를 거친 공정한 가격인 데다, 선물거래법 등에 따라 선물회사를 통한 위탁형태로 거래되므로 자금이동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장외 금융선물거래는 가격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힘들고 자금회수 여부도 불투명하다. 특히 현대투신과 같은 비상장기업의 주식은 경쟁매매와 대량거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이 없어 사전 이면계약에 따른 매매가 이뤄져도 불공정 행위를 포착하기 어렵다. 그래서 장외 금융선물거래는 이자나 환율변동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금융기관과 장외에서 주식선물거래를 할 경우 향후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외화가 불법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국내 기업 A가 해외 금융기관 B에 주식을 담보로 외자를 유치하면서 주가 변동에 대비해 옵션계약을 했다고 하자. 즉 A는 일정 시점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는 콜옵션을, B는 일정 시점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되파는 풋옵션을 가졌다. 약속한 시점에 주가가 내렸다면 B는 당연히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풋옵션을 행사할 테고 그 차익은 해외로 불법 유출될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올랐다면 A에게 시세차익이 생기므로 B에게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A는 국내에서 차익을 실현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애초 계약 자체가 위법인 이면계약이므로 시세차익을 낸 사실을 밝히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는 B로 하여금 자신이 지정하는 해외 계좌로 결제하게 해 외화를 도피시킬 공산이 크다.

1997년 삼성자동차의 계열사이자 주요 주주들인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전기는 아일랜드 소재 투자회사인 팬퍼시픽과 2억8000만달러를 삼성자동차에 신규 출자하는 내용의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겉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만기인 10년, 혹은 그 이전에라도 회사 정리, 지급불능 등으로 삼성자동차의 상환능력에 이상이 생길 경우 삼성전자 등이 원금과 이자에 해당하는 외화를 상환하고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풋옵션계약이 담겨 있었다. 팬퍼시픽이 주식을 담보로 차관을 제공하면서 삼성자동차 계열사들이 그 차관에 보증을 선 것이다. 현대중공업-현대전자-CIBC간 계약과 여러 모로 유사하다.

참여연대는 이 계약과 관련, 삼성전자 등을 외자도입법과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1998년 6월 검찰은 이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외자도입법 위반에 관한 한 관계 장관이 고발할 일이고 외국환관리법의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참여연대가 들이댄 법리가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등이 재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런 거래를 했다며 외국환관리법상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자본거래에 대한 위반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은 이 거래가 신고수리나 허가가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면계약을 한 것이므로 이는 비거주자와의 옵션거래, 즉 외국환관리법상 금융선물거래 규정에 따른 법 적용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같은 장외 주식선물거래는 신고나 허가를 요하는 사항이 아니라 금지사항이었다.

보증계약이자 채권계약

일부 로펌들은 장외 주식선물거래에 대한 법적 자문을 해주면서 이 거래가 외국환 관련법상의 옵션이 아니라 주식 우선매수청구권(합작 자본 중 일방이 주식을 팔 경우 제3자보다는 합작 상대방에게 먼저 매수를 제시하는 것) 성격에 가깝다며 관행의 일종이라는 의견을 내놓아 법망을 피하려 의도했다. 법은 옵션을 ‘권리를 일방에게 부여하고, 권리가 부여된 일방은 상대방에게 대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거래’라고 정의했는데, 대가(옵션 프리미엄)가 지급되지 않았으니 법상의 옵션이 아니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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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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