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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전문의 없는 응급실 의료사고 百態

맹장염·탈장·천식 오진으로 뇌손상에 사망까지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전문의 없는 응급실 의료사고 百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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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오후 2시반경 아이가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 가서 진료한 결과 식중독이라며 주사를 놔주었는데도 계속 복통을 호소해 다른 병원으로 갔다. 거기서는 체했다며 다시 주사를 맞혔다. 병원에서는 다음날까지도 아프면 한번 더 오라고 했다. 다음날 아이가 계속 아프다고 해서 또 다른 병원으로 갔다.

오전 10시반경 병원에 도착해 진료한 결과 의사는 복막염일지도 모른다는 소견서를 적고 119구급차를 불러주며 ○○대학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곳에 전문가가 계시니 전화를 해놓겠다며 응급실로 가지 말고 직접 그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했다. 그쪽이 응급실로 가서 수속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고 해서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에 도착한 것이 12시15분경. 마침 의사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를 직접 안고 진찰실로 갔다.

먼저 병원 의사가 급하다는 소견서를 써주고 전화까지 해서 대기를 시켜놓았다면 얼마나 급한 환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종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지만 그처럼 응급한 환자에게 응급처치는 안 하고 별의별 검사를 다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결국 오후 5시경 CT촬영을 끝내고 약물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죽었다. 사망원인은 장파열이라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는데 장이 꼬여 산소공급이 안돼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네 번째 병원에서 아이는 수술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었다. 의료사고시민연합 부설 ‘솔로몬번역분석원’의 정상미 원장은 “병원측 과실여부는 진료기록을 봐야 알 수 있고, 환자는 일단 장중첩증으로 판단된다”면서 “장중첩 부위가 눌려 피가 통하지 않고 괴사하여 터지면 이처럼 복막염, 장출혈, 쇼크 등으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응급실 내에서 벌어진 상황은 아니었으나 119구급차를 타고 온 응급 환자가 5시간 가까이 병원에 머무는 동안 과연 적절한 처치를 받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3월에도 일산 ○○병원에서 비슷한 이유로 8세 남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홍모씨는 밤중에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아들을 안고 집 근처 의원으로 갔다가, “급성 충수염이나 장중첩증으로 보여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야간응급실에서 소아과전문의는 보이지 않았고 아이는 계속 복통을 호소하며 아침까지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에 나타난 소아과 전문의는 홍씨가 받아온 소견서를 무시하고 장염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미 아이가 실신하는 등 증세가 심각해 홍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병원측의 만류로 일반병실에 입원시켰다. 아이는 탈장으로 인한 장괴사로 입원 3일 만에 숨졌다.

홍씨는 이 병원 전문의와 수련의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의사 과실을 찾기 어렵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소견을 근거로 불기소 처리했다. 그러나 의정부지청은 병원 진료기록을 다시 조사하고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의사들의 과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해 사건 1년 만에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위급한 신생아 1시간 넘게 이송

경기도 김포에 사는 이모씨의 딸 연지(가명)는 곧 첫돌이 돌아오지만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 연지는 김포 ○○병원에서 분만 직후 무호흡 상태여서 수동호흡(앰부 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통해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신생아실로 옮겨졌다. 이씨는 이처럼 중증가사상태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 병원이 검사를 게을리했다고 말한다. 이틀 후 오전 5시반 무렵 연지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면서 청색증이 나타나자 병원측은 기관 삽관을 통해 호흡을 유지하다 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씨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김포에서 10여분 거리의 대학병원, 종합병원들을 두고 1시간이 훨씬 넘는 거리에 있는 서울 강남의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연지의 심장은 멈춘 상태였고, 40여분의 심폐소생술 끝에 호흡은 회복됐으나 이미 5분 이상 호흡이 멈추면서 저산소성 뇌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병원측이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연락을 했으나 모두 신생아 중환자실에 여유가 없다고 받아주지 않아 결국 1시간 이상 거리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급차에 소아과의사가 동승했지만 앰브호흡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박동과 호흡이 멈추고 온몸이 파래져도 의료적인 처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씨는 “연지가 태어난 병원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다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나도 의사가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가까운 병원으로만 이송됐어도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면 억울하다”고 했다. 이씨는 연지를 분만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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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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