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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21세기 한국, 19세기 감옥

466일간 온몸 결박, 벌레 우글대는 0.5평 징벌방의 절규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21세기 한국, 19세기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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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성질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욕하면 주먹부터 올라갔다. 징벌방에 갇히면 늘 후회하면서 앞으론 얌전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또 사고를 치곤 했다. 여러 번 징벌방을 드나들자 교도관들 사이에서 ‘요시찰’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꼬투리를 잡혔다. 초기의 징벌사유는 주로 폭행이었지만 그 후로는 지시불이행이 대부분이었다.”

박씨는 징벌방의 구조 자체가 비인간적이라고 주장했다. 0.5평도 채 안돼 누우면 다리를 겨우 뻗을 수 있는 크기였고, 창문에는 아크릴판을 붙여놓아 햇볕도 제대로 쐴 수 없었다고 한다. 방에 설치된 CCTV는 하루종일 그를 감시했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벌레들이 기어다녔다. 그래도 징벌방은 참을 만했다. 2001년 9월11일 청송 제2교도소에서 8일간 수갑과 사슬을 차기 전까지는.

그는 ‘소지(교도관을 보조하는 재소자를 뜻하는 은어)’에게 면도기를 갖다달라고 했다가 큰 소리로 옥신각신 다투게 됐다. 담당 교도관이 오더니 소란을 피운 그를 조사실로 끌고 갔다. 손에는 수갑을 채웠고 온몸을 사슬로 묶어 징벌방에 넣어버렸다.

“팔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수갑을 꽉 채워 무척 아팠다. 온몸에 채워진 자물쇠을 세어보니 10개나 됐다. 억울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슬을 차고 생활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대변을 보는 일이었다. 제대로 앉기도 힘들었고, 변을 보고 나선 칫솔대에 휴지를 말아 간신히 뒤처리를 했다. 그런데 징벌방 화장실엔 차단시설이 없어 그러는 내 모습이 바깥에서 다 보였다. 그래서 대변을 자주 보지 않으려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징벌을 내리는 과정에 다리와 허리를 구타당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도소측은 징벌 과정에 수갑과 사슬을 사용한 것은 인정했으나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합법적인 인권탄압’ 만연

교도소에서 구타 등의 가혹행위는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다. 취재 중 만난 출소자들 중 상당수가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교도관들에게 가혹행위나 구타를 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계구를 사용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징벌을 가하는 등 ‘합법적인 인권탄압’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03년 6월 현재 전국 45개 교정시설에서 계구를 착용하고 있는 재소자는 95명. 착용한 계구의 종류별로는 금속수갑이 87명, 가죽수갑이 5명, 포승이 1명, 사슬이 2명이다. 계구 사용의 사유는 95명 중 89명이 ‘자살 및 자해 우려’였다. 법무부 교정과 김안식 교정관은 “중형을 받은 재소자들은 자살이나 자해의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재소자를 보호하려면 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간사는 “자살이나 자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을 너무 쉽게 내린다. 재소자가 그저 ‘죽고 싶다’고 한마디만 해도 자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 더욱이 재소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였다 해도 계구 사용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신과 진료와 상담 등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인권단체들은 계구뿐 아니라 징벌제도 자체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행형법 제46조에 따르면 ‘형벌규정에 저촉되는 행위, 자해행위, 근무를 거부하거나 태만히 하는 행위와 기타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규율(규칙 제3조)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징벌할 수 있다. 그런데 징벌대상 행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데다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징벌 남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예를 들면 규칙 제3조에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하는 등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규율이 나오는데, ‘큰 소리나 소란’의 기준이 모호해 교도관이 자의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징벌을 하려면 징벌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야 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징벌에는 경고, 신문 및 도서 열람 제한, 작업 상여금 삭감 등도 있지만, 실제로는 일정 기간 독거실인 징벌방에 수용하는 금치가 대다수를 이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상희 변호사는 “교도관들이 ‘이제 유일하게 남은 통제 수단은 징벌뿐’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징벌이 남용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금치 처분을 받으면 비좁고 환기도 안 되는 좁은 징벌방에서 운동도 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고통스런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관절, 근골격계 질병에 걸릴 수 있고 공간감각이 없어져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상태로 2개월을 지낸다면(금치 최장기간이 2개월)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재소자의 가장 큰 희망은 가석방인데, 금치 처분을 받으면 행형성적이 나빠져 가석방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재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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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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