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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나라당 ‘40대 기수론’의 주역 원희룡 의원

“박 대표, 제대로 유신 사과하고 정수장학회 내놓아라”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한나라당 ‘40대 기수론’의 주역 원희룡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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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유신문제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여권이 박 대표에게 ‘사과한 적 없다.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나도 박근혜 대표가 유신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과를 할 때는 격과 내용과 강도를 적절히 갖춰야 합니다.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사과를 한다면 듣는 사람에게는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신 시절 억울하게 감옥 가서 청춘을 보낸 사람,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박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과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인이라고 연좌제를 물어선 안 됩니다. 유신 말기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사과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부인이 불행하게 돌아가신 뒤 딸이 그 일을 대신한 것까지 비판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때 박근혜 대표가 무슨 의사결정권한이 있었겠습니까. 박 대표가 독재수호와 인권탄압에 관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 앞에 겸허해지자는 마음, 당시 고통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적절한 자리에서 국민을 향해 정중하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다시 유신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친일진상규명 등 과거사 정리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 원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동의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개정안은 친일진상규명의 대상을 일본군 소위 이상으로 확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사대상에 포함되게끔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대상 확대에 반대할 명분이 궁합니다. 다만 일제강점 36년 동안 독립투사가 되지 않은 대다수 한국인은 경제생활, 직업생활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민족에 직접적 위해를 가한 악질적 친일행위와는 구분되어야겠지요.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엔 국가지도자까지 된 분이므로 짚고 청산할 문제가있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런 문제를 압도하는 공적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수장학회 이사진도 교체해야

내친김에 박근혜 대표를 둘러싼 커다란 논란 중 하나인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물었다. 원희룡 의원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물러난 뒤 ‘수렴청정’하지 말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박근혜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것을 두고 ‘정수장학회는 군사쿠데타 세력이 부산의 기업인에게서 강압적으로 빼앗은 재산인 만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데….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대표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의미 있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단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수장학회 형성과정에 강압적 요소가 있었다’는 논란은 쉽사리 해소될 사안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그야말로 쿠데타적인 방식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명분이 약합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지도자는 역사적 가치가 충돌하는 논제에서는 처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자기 것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해선 곤란합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정수장학회를 해산하거나 부일장학회측에 되돌려줄 필요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박 대표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은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러나더라도 완전히 손을 떼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것으로 비치면 더 곤란해집니다.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신망 있는 인물로 정수장학회의 새 이사진을 구성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한나라당, 몇 걸음 못갔다”

-박근혜 대표에게도 이런 견해를 전했나요.

“네. ‘자기 것을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다. 적절한 명분과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재선의원 중심의 소장파가 당의 전면에 배치된 것은 한나라당 창당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많이 젊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민이 원하는 수준까진 아직 멀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어느 정도 체감하나요.

“반짝 서광이 비친 정도입니다. 과거에 비해선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정치 운동체로선 몇 걸음밖에 내딛지 못했습니다. 간판으로 내세우는 인물을 바꿔 지지를 얻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20, 30대는 여전히 한나라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서 뭘 담아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경제 문제의 경우만 해도 한나라당은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격려성, 순시성 현장방문에 그쳐선 안 됩니다. 특정 현안마다 그 원인을 깊이 연구하고, 정부에 매섭게 따지고, 나름의 대안과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국민과 함께해야 합니다. 영남 출신 의원들도 변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러나 집권전략에 인식차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보수적 의원들은 이대로면 집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고 다른 쪽에선 더 변하지 않으면 어림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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