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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유영철 스터디’

독특한 善惡체계, 과대망상증 가진 사이코패스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유영철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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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이코패스는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얼마든지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고, 허구적인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할 수도 있다. 사람을 속이는 데도 능숙해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지적이며 친절한 사람으로 자신을 주변에 인식시킨다. 조 교수는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엔 ‘살인’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살인행위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포장합니다. 유영철도 그렇습니다. 부유층과 윤락여성을 죽이면서 ‘나는 사회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유영철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가족을 끔찍하게 챙겼다고 말한다. 유영철의 한 친척은 “가족에게 용돈도 잘 주고, 제사 때는 직접 장도 봐오고 제기도 닦고 설거지까지 거든다”고 했다. 윤락여성을 빈번하게 살해하던 와중인 7월11일에도 유영철은 할머니 제사를 지내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큰형 집을 찾았다.

관념에 머무르는 가족애

조 교수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유영철을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행위는 ‘관념’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가족을 자신만의 ‘선’의 영역에 두고 정성스럽게 돌보지만,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거나 주변에 심어주는 이미지일 뿐 진정한 ‘관계 맺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연쇄살인사건의 유가족 중 한 명이 검찰에 ‘유영철을 용서하니 사형에 처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를 읽은 유영철은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써보냈다. 그러나 조 교수는 “그건 일종의 쇼”라며 “유영철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다”고 단정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러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사이코패스 유발요인에 대한 정확한 이론은 없으며 단지 선·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가톨릭대 성한기 교수(심리학)는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등 아동기에 겪은 정서적 결핍, 그리고 자기 기분에 따라 아이를 칭찬하거나 혼을 내는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가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의 폭발

현재까지 유영철에 대한 정신·심리학적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유영철이 사이코패스가 된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내기 어렵다. 단지 1993년 국립서울병원에서 받은 심리검사 결과가 유영철의 정신·심리상태를 엿보는 참고자료가 될 뿐이다. 당시 유영철은 프린스 승용차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는데, “간질발작 후유증으로 절도 충동을 느꼈다”고 주장해 정신감정을 받게 됐다.

당시 심리검사 결과에 따르면 유영철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극단적인 불안반응을 나타냈다. 자아 기능과 수행 기능이 위축됐고, 자발적으로 부적당한 행동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었으며, 정신적인 퇴행이 나타났다. 그러나 뇌손상 등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는 없다는 결과였다. 가장 일반적인 간질 종류인 ‘측두엽 간질’이 보인다는 뇌파검사 결과도 나왔다(그러나 국립서울병원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나빠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발견된다”며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연쇄살인범의 근본적인 범행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분노의 폭발이며, 다른 하나는 사디즘(sadism·가학적 변태 성욕)의 발로다. 충북대 박광배 교수(심리학)는 “유영철은 분노의 폭발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화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보지 말고 그림을 보라’는 말이 있다. 범죄자도 마찬가지다. 우선 범죄현장을 봐야 한다. 노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집 안에서 사람을 맞닥뜨리자마자 단호하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했다. 이는 엄청난 분노의 폭발로 읽힌다.

“사디스트(sadist)들은 사람을 단번에 죽이지 않습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죽이죠. 유영철은 둔기를 이용해 단번에 살해했습니다. 사디스트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에요. 내적으로 쌓인 분노를 살인행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이 그토록 엄청난 분노를 쌓이게 했느냐, 그걸 찾아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상태로 몰아갔을까. 전주교도소에 갇혀 있을 때 전해진 이혼통고서일까, 아니면 청혼을 거절한 애인의 태도일까. 혹은 예술고등학교에 낙방한 경험? 화대를 지불하고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미성년자 강간·폭행죄로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일?

전문가들은 일련의 실패와 좌절의 경험에 앞서는 성장과정을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진술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도 중요한 단서다. 국립서울병원의 정신감정 자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유영철이 기억하는 지난날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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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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