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불황 모르는 여성 향락산업

“누나, 춤추고 놀다 ‘초이스’해도 돼요” 예쁜 오빠는 정빠·디빠, 아저씨는 제비방·아빠방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4-08-25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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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명의 미소년 중 한 명을 찍어 옆에 앉힌다.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슬쩍 만진다. 지불한 액수만큼 당신은 ‘여왕’이다. 출장마사지사는 단골이 좋다. 마사지 외에도 ‘특별 서비스’가 기다린다. 연예인 같은 외모에 군살 없는 몸으로 女心을 유혹하는 남자들.
    불황 모르는 여성 향락산업
    “절반 이상은 정말 ‘순수’하게 마사지만 받으려는 여성들이었죠. 하지만 옷을 벗고 오일을 묻힌 채 애무에 가까운 마사지를 받다 보면 인간인 이상 흥분하게 마련이잖아요. 우선 숨소리가 달라져요. 그럴 때 슬며시 물어보죠. ‘원하시냐고.’ 그러면 대부분은 ‘OK’ 사인을 보내요. 마사지는 6만원인데 그 이상의 특별서비스는 15만원 받아요. 다들 만족하시던데요.”

    1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는 여성대상 출장마사지사 장모(23)씨. 현재 모 대학 음대에 재학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그가 전신 마사지를 해준 여성고객은 40여 명. 그중 90%는 성적 관계를 의미하는 ‘특별서비스’까지 했다. 가격은 마사지가 5만∼6만원, 특별서비스는 15만∼25만원. 놀랍게도 주고객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자들이라고 한다.

    “고객들이 미리 모텔에 방을 잡고 연락을 하면 제가 그리로 가요. 모텔방까지 잡아놓고 그냥 마사지만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가끔 있더군요. 저는 보통 팬티만 입고 마사지를 하는데 그런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분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극소수고요, 한번 마사지와 ‘서비스’를 받고 나면 단골이 돼요. 저만 해도 1년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는 고객이 5명이에요. 이분들에게는 3번 하면 1번은 공짜로 해주기도 합니다(웃음).”

    그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홍보를 한다. ‘여성전용 출장마사지’라는 카페를 만든 뒤 호기심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홍보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채팅사이트에 방을 만들어놓고 호객행위를 한다. 그래서인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여자 고객이 많다. 대학생, 일반 직장인, 주부, 유흥업소 종사자 등 고객의 면면도 다양하다.

    “재미있는 건 열 번 중 세 번은 남자가 부른다는 거죠. 동성애자도 있지만 발기불능인 40∼50대 남성이 아내를 위해 출장마사지사를 부릅니다. 성적 불만으로 아내가 바람을 피울 바에야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게 낫다는 거예요. 정말 놀랍죠? 요즘 남자들 많이 관대해졌더라고요. 물론 저랑 하는 걸 보면서 흥분하는 ‘변태’도 있지만요.”



    키 175cm에 꽃미남 스타일인 장씨는 군대 가기 전 호스트바에서 ‘선수(남성 접대부)’로 일했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초보’ 선수라 출장마사지사를 겸했다. 당시 주요 고객은 호스트바 단골손님인 일명 ‘나가요걸’들.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호스트바 생활을 접고 아예 출장마사지 전문으로 바꿨다. 호스트바는 밤새 일해야 하지만 마사지는 1시간에 15만원 이상 벌 수 있어 몸도 편하고 수입도 괜찮았다.

    “학생인데 밤새워 일하기는 좀 그래서요. 평균 2∼3일에 한 번꼴로 일을 하는 데도 수입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주로 ‘선수’였던 사람들이 이 일로 업종을 전환하죠. 대학에서 스포츠마사지 기술을 배운 후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하는 체육학과 학생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들은 일반 마사지 업체에 취업한 후 은밀히 영업을 해요. 저는 개인 플레이를 하고 있죠.”

    그는 기자의 질문에 연신 생글거리며 자세하게 대답했다. “왜 하냐”고 묻자 “돈 때문”이라고 했고 “창피하지 않으냐”고 묻자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발기가 가능하다. 짧은 시간에 그만큼 돈을 번다는 사실이 수치심을 없애기에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호스트바에서도 일했고 호스트다방에도 있어봤어요. 1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향락시설을 찾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뭐 어때요? 남자들도 다 하는 건데…. 싸게 해줄 테니 기자 누나도 한번 받아볼래요? 마사지만 받아도 되는데(웃음).”

    과거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여성 대상 향락산업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고가 멤버십으로만 운영되던 서울 강남의 호스트바도 ‘여성전용클럽’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가격대를 많이 낮춰 일반 여성을 끌어들인다.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만 뒤져도 ‘남자출장마사지’ 광고가 수두룩하다. 여행사들도 여자를 위한 아주 특별한 해외여행 패키지를 마련해놓고 있다.

    T팬티 입고 춤추는 남자 DJ

    8월10일 밤 11시경. 강남 모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에 여자들이 삼삼오오 들어간다. 국내 최초 여성전용 나이트클럽을 표방하며 문을 연 이곳에는 실제로 호스트바와 나이트클럽을 접목한 형태로 오로지 여자만 입장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30여 개의 테이블과 20여 개의 룸이 보였다.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다양한 스타일의 호스트 100여 명이 테이블에 앉아 있고 몇몇은 무대에서 춤을 춘다. 키 크고 반듯한 얼굴은 기본. 술값은 양주 세트가 30만원에서 50만원 선이다. 호스트를 선택해서 옆에 앉히면 10만원의 팁을 줘야 하지만 홀에 앉을 경우 꼭 호스트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여자 2∼4명이 30만∼40만원이면 충분히 놀 수 있다.

    이곳의 남자마담(보통‘선수’생활을 하다가 20대 중반 이후 선수들을 관리하는 마담으로 전업한다)인 강모(32)씨는 “일반 나이트클럽에서 양주를 마시는 것보다 저렴하다”면서 “외국처럼 여자들이 편하고 싸게 원하는 스타일의 남자와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자랑했다.

    “기본세트에 선수 하나면 여자 둘이서 50만원이면 충분해요. 과거 정통 호스트바에서 제대로 놀려면 적어도 200만원은 들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무척 싸죠. 일본의 호스트바가 이것과 비슷해요. 일본 호스트바는 룸이 아니라 개방형 테이블에서 손님들을 접대하기 때문에 비교적 건전한 유흥문화로 자리잡았어요. 또 여기서는 선수를 처음부터 선택할 필요 없이 같이 춤추고 놀다가 멋진 사람이 보이면 그때 ‘초이스’해도 돼요. 나이트랑 똑같은데 남자들이 선수라고 보면 되는 거죠.”

    마담 강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무대가 시끄러워졌다. 두 명의 남자 라이브 DJ가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 이들은 현란한 음악과 함께 섹시 댄스를 추면서 옷을 하나씩 벗어던졌고 결국 앞만 살짝 가리는 T팬티 하나만 남았다. 이들은 앉아 있던 여자 손님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뒤 앞뒤로 서서 몸을 더듬으며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춤을 함께 추기도 했다. 매일 이런 쇼가 5회씩 진행된다고 한다.

    홍보 포스터를 보고 이곳을 찾았다는 30대 초반의 웹디자이너 심모씨는 파트너인 남성 호스트와 무대에서 계속 춤을 추었다. 댄스 음악이 나올 때는 친구들, 그리고 각각의 파트너와 둥글게 서서 춤을 췄지만 발라드 음악이 나오자 마치 연인처럼 파트너에게 몸을 맡겼다. 부둥켜안은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서로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심씨는 이런 곳에 온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남자가 술도 따라주고 같이 춤도 춰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도 띄워주니까 좋던데요. 또 술도 한잔 마신 상태에서 처음 본 잘생긴 남자와 껴안고 춤을 추니까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웃음). 짜릿한 경험이었죠. 친구 4명이 같이 왔는데 호스트 팁까지 100만원 정도 든 것 같아요. 솔직히 이런 곳에 매일 오기는 힘들지만 특별한 일이 있거나 보너스를 받으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주고객

    대부분 20대 중반인 호스트 중에서 대학생 비율은 20% 정도, 졸업생까지 합치면 50%가 넘는다고 한다. 취업 못한 백수나 카드값에 시달리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삼아 뛰는 공익근무요원도 많다. 한 달 수입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른바 ‘에이스’는 1000만원도 넘게 벌지만, 외모나 ‘말발’이 떨어지면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

    기자가 “호스트들이 거의 연예인급 외모”라고 추켜세우자 마담 강씨는 “여기 있는 친구들은 연예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실제 음반 한 장 내고 망한 가수, 백댄서, 드라마 단역 배우 등 현재 연예계에 몸담고 있거나 연예인 지망생이 대다수라고. 한편 이곳을 찾는 여자 중엔 연예인뿐 아니라 방송국 아나운서, 프리랜서MC, 대학생, 의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른바 ‘나가요걸’을 제외하면 이곳에 오는 여자 가운데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요. 호스트바에 간다고 하면 ‘생각 없는 날라리’로 보지만 실제로는 커리어우먼들입니다. 이들이 당당하게 업소를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더 평범한 여자들을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연 거죠. 하지만 새벽 2시 영업이 끝나면 다시 정통 호스트바로 바꿉니다.”

    강씨는 대학가나 유흥가 주변에 포스터를 붙이고,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하듯이 거리에서 여자들에게 손거울, 기름종이(화장이 번들거리는 것을 막아주는 종이) 등 홍보물을 나눠주며 홍보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국가에서 1종 유흥주점 허가를 받은 마당에 대놓고 홍보하지 못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스트바의 경우 단속할 근거가 없다. 우선 접대부의 부(婦)가 부녀자를 뜻하기 때문에 남성은 법적으로 접대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접대부를 둘 수 없는 단란주점이나 일반음식점이 변칙 호스트바 영업을 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2002년 경찰대학 치안연구소가 풍속영업단속을 담당하는 현직 경찰관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명이 호스트바 등의 남자 접객원을 ‘접대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법이 바뀌어 남자가 접대부로 인정된다 해도 업소가 접대부를 둘 수 있는 1종 유흥주점 허가를 냈다면 처벌할 수 없다. 요즘 드러내놓고 호스트바 영업을 하는 업소들은 ‘당당히’ 1종 유흥주점 허가를 받은 곳이다. 일반인들도 남자를 위한 룸살롱이 합법이듯, 여자를 위한 호스트바로 당연히 합법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호스트100명, 업소 대형화 바람

    이런 가운데 호스트바는 서울 강남지역을 벗어나 서울시내 전역과 수도권 일대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실 호스트바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정통 호스트바를 뜻하는 ‘정빠’, 디스크자키가 직접 음악을 틀어주고 여성 고객의 술시중을 들어주는 일종의 가라오케인 ‘디빠(DJ바 또는 정빠가 아니라는 뜻으로 뒷빠라고도 불린다)’, 남성 노래방 도우미를 고용한 ‘노래빠’ 등이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여성전용 나이트클럽’도 새로운 형태의 호스트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가 남성 접대부를 골라 옆에 앉히고 술시중을 받는 것은 동일하다.

    불황 모르는 여성 향락산업

    ‘여성전용’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호스트바가 서울 시내에만 5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이태원 주변에는 남자와 여자 손님을 같이 받는데다 게이도 찾을 수 있는 ‘준빠’가 많고 성남, 안산, 분당, 일산의 수도권 일대에서는 호스트바와 티켓다방을 합쳐 부르는 ‘호다방’과 30∼40대 남성이 접대부로 있는 ‘제비방’과 ‘아빠방’이 성행한다. 남자 대상 업소들이 가격이나 서비스에 따라 룸살롱, 단란주점, 미시촌, 티켓다방으로 나뉘는 것과 비슷하다.

    성인전용 놀이문화 웹진 나가요닷컴(www.nagayo.com)의 목영두 대표이사는 “이름만 다를 뿐 그냥 호스트바라고 보면 된다. 호스트나 마담의 능력이 출중하면 ‘정빠’에서 일하고 나이가 많거나 외모가 떨어지면 조금씩 수준이 낮은 업소에서 일하게 된다”고 했다.

    “새벽 2시 이후 단란주점에서 호스트바로 바뀌는 형태를 속칭 2부집이라고 하는데, 대개 호스트바는 2부집으로 운영됩니다. 주요 고객인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영업을 시작하는 거죠. 요즘은 아예 망한 단란주점, 노래주점을 인수해 새벽에만 장사하는 곳도 있습니다. 한때 강남에만 200여 개의 호스트바가 난립했는데 최근 구조조정이 돼 몇몇 큰 업소로 통합됐어요. 그래서 호스트 100명이 넘는 업소도 꽤 많습니다. 이런 업소들은 당당히 1종 유흥주점 허가를 내고 영업합니다. 몇몇은 ‘여성전용’이라는 간판을 달았고요. 앞으로 더 많은 업소가 ‘커밍아웃’을 할 것 같아요.”

    실제로 호스트바가 밀집돼 있는 서울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20여 명의 호스트바 호객꾼들이 여자들에게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기자가 “호프집이냐, 춤추는 클럽이냐”고 묻자 한 호객꾼이 피식 웃으며 “다 알면서 왜 그러냐. 저렴한 가격에 최선의 서비스를 해줄 테니 한번 들러달라”고 했다. 30년 동안 유흥업소 웨이터 생활을 한 윤민호씨는 “자정이 지난 시각에 서울 강남지역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남자의 상당수는 호스트바 삐끼(호객꾼)”라면서 “여자들도 바로 ‘거기예요’라고 물을 정도다. ‘나이트클럽이냐’고 물으면 촌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애무는 기본, 성적 학대까지

    노래빠가 성행한다는 서울 길동 지역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카바레, 나이트클럽이 밀집한 길동 사거리. 새벽 1시가 넘자 나이트클럽 등에서 여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노래빠 호객꾼들이 “노래 좀 더 부르고 가라”며 여자들에게 접근했고, 가격을 흥정하더니 어디론가 데려 갔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을 따라 노래빠로 들어갔다. 노래주점이다 새벽 2시 이후에는 호스트바로 운영되는 이른바 2부집이었다. 룸마다 노래방 기기가 설치돼 있었다.

    “강남 호스트바에선 선수들 팁이 10만원이잖아요. 여기는 노래방 도우미와 똑같이 시간당 2만원밖에 안 해요. 양주 세트도 15만∼20만원이어서 부담 없이 놀 수 있죠. 이 지역은 특히 일반인이 많이 와요. 30%는 넘을 겁니다. 근처 나이트에서 놀다가 오는 30∼40대 주부나 직장 여성도 많고요.” 노래빠에서 일하는 호스트 이모(27)씨의 이야기다.

    이 지역에서 여성전용클럽 간판을 내건 업소가 두 곳이나 됐고, 그중 하나는 ‘선수 대모집’이라는 플래카드까지 걸어놓았다. 이 여성전용클럽은 다른 노래빠와 달리 아예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후 7시부터 영업한다.

    그렇다면 호스트바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이름만 다를 뿐 룸에서 생기는 일은 비슷하다. 일단 선수들이 4∼5명씩 조를 짜 룸으로 들어가 자기 소개를 하면 손님은 “몇 조의 몇 번 남자가 마음에 든다”고 ‘초이스’를 한다. 그러면 선수들은 자기를 찍어준 손님 옆에 앉아 함께 논다.

    호스트바 생활을 담은 ‘호빠일기’라는 책을 펴낸 호스트 출신 오샤례(29)씨는 “이야기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게임도 한다. 게임에서 걸리면 옷을 벗거나 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 사이에 바나나를 끼워서 춤을 추는 야한 벌칙을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통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만 ‘진상(술버릇이 좋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유흥업계 은어)’ 손님을 만나면 고약한 일도 해야 한다.

    “손님이 키스를 하거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는 것은 애교죠. 한번은 팬티까지 벗기더니 제 성기를 얼음통에 담그라더군요. 그러고 한 30초 있었나. 그 얼음물을 모두 돌려가면서 마셨죠. 같이 일했던 선수 중 한 명은 손님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적도 있었다고 해요. 사실 저도 룸살롱에서 놀아보긴 했지만 그렇게 ‘더럽게’ 놀진 않았는데, 여자들이 더 심한 것 같아요.” 강남 역삼동의 한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일했다는 윤모(23)씨의 이야기다.

    윤씨는 호스트바에서는 공식적으로 2차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여자가 2차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인데다 2차 요청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마담이 선수들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절하기 때문.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비싸다.

    여자친구끼리 섹스관광 인기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이들 호스트바 류의 업소들은 어찌됐건 법 테두리 안에 있다. 하지만 출장마사지같이 불법 윤락행위를 하는 남자들은 어떤가. 앞서 언급한 출장마사지사 장씨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안마시술소 직원으로 일하면서 윤락행위를 한다.

    잡지 등에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 김모(32)씨는 몸이 찌뿌드드해서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그중 시설이 좋아 보이는 서울 한남동의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가 그만 기겁했다.

    “가게로 오면 8만원, 출장은 10만원이라더군요. 스포츠마사지를 전문적으로 배운, 몸 좋고 잘생긴 트레이너가 마사지를 해준다고 했어요. 연예인이나 저명명사도 많이 온다면서 부담 갖지 말고 한번 들르라고 했죠. 그러더니 슬며시 오일이나 ‘특별’ 서비스를 받으면 가격대가 다소 올라가지만 확실히 ‘뿅 가게’ 해준다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가게를 열고 버젓이 불법 마사지를 한다니 놀라웠어요.”

    남자의 전유물로 여기던 ‘동남아 섹스관광’도 여자 여행객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회사원 최모(28)씨는 최근 고교 동창들과 동남아 여행을 준비하다 여행사에서 낯뜨거운 제의를 받았다.

    “여자들끼리 가는데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상품이 없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대뜸 ‘호스트바나 남성 누드쇼를 코스에 넣은 패키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최씨의 이야기를 듣고 기자도 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네 분이 가신다고 했죠? 방은 2개로 잡아드릴까요? 아니면 4개로? 태국인이나 현지에 있는 한국 남자를 만나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 대부분 태국인을 선호하더라고요. 한국인을 만나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태국인은 주로 20대가 많고 대개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친구들이에요. 원하신다면 대학생을 찾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가격대는 조금 올라가지만요. 아, 혹시 러시아 남자는 어떠세요?”

    “여행을 같이 할 만한 남자를 소개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었다. 호스트바나 남성 누드쇼 방문은 새로울 것 없는 코스이고, 아예 여행 내내 태국 남자와 함께 보내는 코스도 준비돼 있었다. 여행사 직원은 “1년에 2∼3건 그런 문의가 들어오는데, 우리나라에 여행사가 8000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여행을 즐기는 여성의 수는 꽤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과 사랑은 별개

    고대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성을 사고파는 일은 매우 오래된 매매(賣買) 형태다. 그 동안 성을 사는 주체는 주로 남자였고 여자의 경우 상류층에서나 은밀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여자의 권익이 신장되면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구를 당당히 주장하는 일이 많아졌다. 여기에 자본주의가 결합되면서 여성 대상 향락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면서 여자들이 ‘타락했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이강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과적으로 보면 여자나 남자나 인간의 욕망은 똑같다. 성욕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여자의 경우 사회·문화적으로 억눌려 있었을 뿐이죠. 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또 어느 정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되니까 호스트바 등에 가서 남자한테 접대받는 겁니다. 여자가 호스트바에 갔다고 하면 남자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를 치지만, 실제로 이들이 느끼는 기분은 남자들이 룸살롱에서 느끼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억압이 심했던 만큼 더욱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겠죠.”

    페미니즘 잡지 ‘이프(IF)’ 편집위원인 권혁란씨의 생각은 더욱 확고하다. 그는 “여자도 성을 즐길 수 있고, 남자의 접대를 받을 수 있으며, 돈으로 성을 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향락산업은 남자를 대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좁은 틈새에 여자를 위한 것이 생겨난 거지요. 그러자 ‘이것도 양성평등이냐’ ‘여자들이 돈이 많아져서 그렇다’ ‘여자들이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말부터 ‘세상 말세다’까지 아주 다양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물론 향락산업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늘 형평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든 여자든 ‘언제 누구와 성을 나눌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또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성을 돈으로 사는 것 역시 개인의 선택입니다. 따라서 향락산업이 여자들을 파고들었다 해서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에요. 경제력 있는 여자가 과도한 업무부담을 덜기 위해 남자의 접대를 받으며 술을 마시고 싶어서 ‘쿨’하게 호스트바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고 보면 되죠. 대부분의 여자는 성과 사랑을 분리할 줄 알거든요.”

    또 그는 “호스트바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여자가 줄어드는 반면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여자가 늘고 있다”며 “경제력을 가진 싱글족이 많아지는 요즘 여성 대상 향락산업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면 쓰고 ‘후딱 해주세요’

    하지만 여성을 위한 향락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난다고 해도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까지 사회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출장마사지사 장씨는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면을 쓰고 와서 후딱 관계만 맺고 가는 여자도 있다”고 했다. 당당하게 성을 사는 남자들과는 비교가 되는 모습이다.

    여성학자인 권명아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는 여자는 “돈을 지불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만 권력을 누릴 수 있다. 그 공간을 벗어나면 권력 관계는 다시 전복된다. 따라서 여자는 항상 ‘(성을 판 남성에 의한) 후환이 있지 않을까’ ‘혹여 이상한 스캔들이 생기지 않을까’ 등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자도 성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호스트바 같은 향락산업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자에 비해 여자에게 씌워진 억압의 굴레가 너무 가혹하고 여자들이 성욕을 해결할 만한 ‘긍정적’인 공간이 없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한때 사창가는 군대 가는 남자에게 필수코스였다. 하지만 요즘 젊은 남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여자친구(또는 파트너)와 마음만 맞으면 얼마든지 섹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성욕을 풀 수 있는 다양한 기제가 있다면 굳이 돈으로 성을 살 필요가 없다. 끌리는 남자에게 여자가 먼저 ‘원나이트스탠드’를 제안할 수 있고 이런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때가 오면 모든 향락산업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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