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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포트

기로에 선 ‘왕따 전경련’

생존모델은 ‘헤리티지’ 아니면 ‘왕사쿠라’?

  • 글: 윤경호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yoon218@mk.co.kr

기로에 선 ‘왕따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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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왕따 전경련’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전경련 회장단 및 기업 총수들과 오찬을 갖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1월19일).

전경련은 “시장경제의 창달과 자유기업주의의 확산을 통해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민간경제 협력 선도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환경 개선 ▲기업시민의 역할 선도와 자유시장 경제 실현 ▲회원 서비스 확대와 경제계의 구심점 역할 수행 등을 제시한다. 420여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인 만큼 이런 비전과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나름의 기능에 충실한 편이다.

7월21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IT센터에선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전경련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마련한 ‘대기업 경영 노하우 중소기업 전수 프로그램’이 그것.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협력사업의 하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더불어 발전해가는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중소기업청이 추천한 각 지역 중소기업 CEO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날 노하우 전수에서는 대기업과 협력회사와의 상생 방안이 제시됐다. 아토 등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대표들이 삼성전자와의 국산 설비 공동개발, 6시그마 구축사례,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성공사례 등을 발표했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는 삼성전자 외에 현대자동차, LG전자, SK 등의 대기업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동 핵심기술 개발사업, 투자 및 제휴, 해외시장 개척 등의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늘려갈 방침이다.

전경련은 올해부터 체계적인 시장경제 교육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올초 새로 만들어진 사회협력실에서 이를 주도하는데, ‘시장경제원리 확산과 반기업정서 해소를 위한 경제교육’을 2004년 최대 역점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인원 2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전개한다는 목표다. 단순한 강좌개설 차원을 넘어 교육 이수자들의 자율적인 동아리모임 등 다양한 후속모임을 적극 지원해 시장경제 이념의 지속적 확산을 위한 전방위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취지다.

전경련은 “민간 차원에서 이러한 대규모 경제교육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한다. 전경련 사회협력실장 김석중 상무는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고조된 사회 전반의 반기업정서가 위험수위에 도달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반기업정서의 확산은 과거 기업의 일부 불합리한 관행에서 비롯됐지만, 다른 한편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 부족에 기인한 측면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이 먼저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에 매진하는 동시에 친시장·친기업적인 사회여론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기업 규제에는 총력 대응

전경련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일을 자임하면서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조치의 하나로 꼽는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대표적인 사안이다.

출자총액제한이란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기업이 본연의 영업이나 투자와 상관없는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총자산의 25%를 넘겨서는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재계는 이 규정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경련은 7월26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출자총액규제와 의결권 제한 등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를 성토하고 나섰다. 자산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이런 규제가 신규 투자에 장애물이 된다는 내용이다.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으려고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지 않도록 고의로 억제하는 등 부작용도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4일 ‘대기업집단 차별규제 주장에 대한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전경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정위는 자산 기준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총수에 의한 그룹총괄경영, 순환출자를 통한 무분별한 계열사 확대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로 인한 불투명한 기업경영과 소액주주권 침해 등은 결과적으로 대외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같은 문제가 재계 상위 그룹에 집중돼 있어 자산규모를 선정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일부 개선됐으나 아직 크게 미흡하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 감시장치가 정착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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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경호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yoon218@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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