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포커스

‘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기업은 선택과 집중, 정부는 R&D에 공공투자

  • 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leejy@hufs.ac.kr

‘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2/5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 일본 모두 금융산업이 취약했다. 한일 양국은 오랜 기간 금융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발전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때문에 구미(歐美)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일본 은행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하에 호송선단(護送船團) 방식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국제적 경쟁이 시작되자 일본의 금융산업은 적지 않은 충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기능의 취약성이 일본경제가 장기불황 상태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다.

주주자본주의와 구조조정

1980~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규제완화라는 커다란 흐름이 자리잡게 된다. 규제완화는 금융기관간 경쟁을 격화시키게 되고, 그 결과 고객의 증권매매를 중개하는 유통시장업무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들은 거래규모의 대형화를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게 된다.

투자은행간 합병 내지 매수가 빈번해지며 이에 따라 증권매매, 발주업무가 소수의 대형 투자은행에 집중된다. 결국 주식은 투자은행의 주요고객인 보험회사, 연기금 및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가에 집중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은 주가차익을 극대화하는 수동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기의 영향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소유주식의 주가를 올리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즉 대주주 자격으로 이사회에 대표를 보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활동에 돌입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주가 상승에 대한 대주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한다. 이 방침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이 적극적인 구조조정 정책이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일본 기업들은 종래와 같은 이해관계자 중심에서 주주 가치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1990년대 들어 일본의 실업률이 높아진 데는 이러한 가치관 변화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1970년대까지 일본경제는 구미(歐美)경제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따라잡을 것인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단계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은 구미 기술을 도입하여 이것을 흡수 개량하는 생산기술, 그리고 종신고용 및 연공서열 중심의 일본식 경영 등이다.

일본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없던 기술을 개발하는, 말하자면 창조적 기술의 개발을 의미한다. 그런데 과거와 같은 종신고용 내지 연공서열 중심 구조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 창조적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전력투구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그러한 자세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정책의 효과

일본경제는 1990년대초 버블 붕괴와 더불어 불황이 시작되었다가 최근 들어서야 회복세를 보일 정도로 장기간 불황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정책당국이 이러한 경기침체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를 회복시키려 100조엔 이상의 재정자금을 투입했을 뿐 아니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했다.

초저금리 정책은 거대한 경상흑자를 초과할 만큼의 자본 유출을 유도함으로써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증대를 꾀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1995년 8월 단행한 금리인하는 그야말로 엔화가치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 의도는 그대로 적중하여 비록 일시적이나마 1996~97년에는 수출수요의 증대에 힘입어 경기가 활기를 띠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일본경제는 결국 다시 침체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이 주효하지 못하고 다시 침체가 지속된 요인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첫째,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이 성장산업의 잠재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잠재수요가 큰 부문에 맞춰지지도 못했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과잉공급 상태의 산업에 재정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극히 미미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수급불균형을 확대시키기도 했다.

둘째,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됨으로써 은행의 대출여력이 극히 제한되었다. 뿐만 아니라 불황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부동산 담보 대출의 규모는 축소된 데 비해 신용평가에 입각한 기업대출 능력은 향상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특히 은행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억제와 나아가 대출 회수 현상이 나타나 중소기업과 지방경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2/5
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leejy@hufs.ac.kr
목록 닫기

‘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