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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3주년, ‘미국 요새’는 안전한가

11월 대선 앞두고 ‘악몽’재연 공포…테러정보는 부재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9·11’ 3주년, ‘미국 요새’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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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이 전처럼 아프간 같은 곳에 밀집돼 있지 않고 전세계로 퍼져 동조세력들과 함께 제2의 대형테러를 준비중이란 점이다. 9·11테러 뒤 반미 이슬람조직의 특징으로 분산(decentralization)을 들 수 있다. 원래 알 카에다는 재정이 튼튼하고 잘 조직된 대형조직이었다. 그러나 9·11테러 뒤 반미 테러의 지도력은 널리 분산된 상태다. 부시행정부의 테러전쟁에서 사실상 큰 타격을 입은 알 카에다는 위기국면을 맞아 연계 또는 동조 조직들에게 반미투쟁의 선봉대 역할을 넘긴 셈이다.

이에 따라 미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뿐 아니라 전세계 반미조직들의 움직임에 감시의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를테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를 납치·참수했다고 알려진 요르단인 알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 이라크와 스페인에서 잠행중인 모로코인들의 테러조직이나 독일의 알 타위드 같은 조직들의 동향에도 알 카에다 못지않게 수사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알 카에다보다 동조세력이 더 위험

9·11테러 뒤 알 카에다와 그 동조세력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제3세계 안의 서방목표물을 겨냥해왔다. 이를테면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섬, 모로코 카사블랑카, 튀니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위협이 계속되긴 했지만 2년 반 동안 미국과 유럽은 상대적으로 테러의 무풍지대였다. 서유럽 국가의 정보기관들은 2003년 11월 터키에서 유대인과 영국인들이 드나드는 건물들에 폭탄 테러가 저질러졌을 때도 ‘서유럽은 알 카에다의 공격목표에서 벗어나 있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3월에 터진 마드리드 열차폭파사건은 서유럽이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빈 라덴은 9·11테러 이전에도 ‘이교도인 미국인을 죽이는 것은 이슬람 교도의 의무’라는 파트와(fatwa, 우리말로는 ‘율법’)를 발표했었고, 9·11테러 뒤에도 알 자지라를 비롯한 아랍권 언론매체들을 빌어 이슬람 교도들의 대미 지하드(jihad, 우리말로는 ‘성스런 전쟁’) 참여를 거듭 강조해왔다. 이후 알 카에다 동조 또는 연계세력들의 테러행위들은 빈 라덴의 그러한 투쟁 메시지에 대한 호응이라 여겨진다.



9·11테러 뒤 일어난 테러사건들은 대부분 알 카에다 연계 동조세력들이 벌인 것들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서유럽국가 정보기관들은 여전히 알 카에다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사실상의 위협이 알 카에다에서 그 연계 (또는 동조) 세력들에게 넘어갔지만, 워낙 컸던 9·11테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는 1년에 한번 꼴로 테러를 벌여왔다. 그러나 알 카에다 동조조직들은 석 달에 한번 꼴로 테러를 감행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잊을 만하면 터지는 폭탄 테러들이 그랬다. 테러사건도 전보다 더욱 늘어났다. 테러전문가들은 그같은 수적 증가는 알 카에다가 조직에서 운동으로 변환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9·11 뒤 일어난 테러의 큰 특징은 이른바 경성 목표물(hard target)에서 연성(soft) 목표물로 과녁이 옮아갔다는 점이다. 부시행정부는 테러전쟁 공세를 벌이는 한편 ‘미국을 요새화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테러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해외주재 대사관, 군사기지, 정부 관공서 건물들에 대한 테러공격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반면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철도역이나 상업 중심지 등 이른바 연성 목표물들이 테러리스트들의 새로운 과녁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들 연성 목표물에 대한 테러공격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3세계 연성(soft) 목표물

부시행정부의 압박에서도 알 카에다는 연계조직들과 손을 잡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반미운동(테러공격)의 한 축으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9·11테러 이후 올 상반기까지 미국과 유럽의 정보기관들은 100건에 달하는 테러공격을 사전 준비단계에서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40건은 미 정보당국의 몫이다. 이처럼 강화된 경계조치와 보안검색으로 일부 테러공격 계획이 실행되지 못하고 말았지만, 또 다른 여러 계획들은 그 때문에 미뤄졌을 뿐 포기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다.

미 CIA가 밝힌 바에 따르면, 9·11 테러를 입안했던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별명은 ‘두뇌’)는 9·11테러 뒤 강화된 경계조치에도 불구하고 영국 히드로 공항을 테러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또 터키와 마드리드에서의 동시 테러공격이 말해주듯, 알 카에다와 그 연계세력들은 테러비상이 걸린 서유럽에서도 작전을 펼칠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슬람권 테러리스트들은 유럽을 자금과 인력 조달, 피난처로 활용해왔다. 이를테면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그룹과 알 안사르 알 이슬라미 그룹은 유럽에 따로 근거지를 마련, 유럽에 머무는 이슬람 교도들로부터 자금과 인력충원 면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받아왔다.

미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원이 그들 조직 안으로 파고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신 베트는 하마스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지도자들의 동향을 손금 들여다보듯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부 침투는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9·11테러가 일어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알 카에다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 정보기관에겐 ‘보이지 않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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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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