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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美 비밀문서로 본 격동의 80년대⑤

전두환-레이건 서울 정상회담

“저는 각하의 ‘힘을 통한 평화정책’을 지지합니다”

  • 글: 이흥환 美 KISON 연구원 leescorner@hotmail.com

전두환-레이건 서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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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 가서 쉬실 시간이 되었습니다만, 내일 전선 시찰을 하러 가시기 전에 한 말씀만 덧붙였으면 합니다.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전투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세네월드 장군(당시 미8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 옮긴이)과 워커 대사의 공이 큽니다. 두 사람은 우리의 문화와 관습과 특수한 환경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에 대해 저는 대단히 만족스러워합니다. 전세계의 어느 연합군보다도 협조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확신합니다.

레이건 : 그런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확인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국가적 비극 겪은 두 지도자의 동병상련

이것이 두 정상간의 이른바 ‘비공개 단독 회담’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한미 양국간 현안을 놓고 씨름하기보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리다. 전두환과 레이건 사이의 이 정도 분위기가 양국 대변인 입으로 옮아가면 ‘화기애애’한 것이 되고, ‘신뢰와 우의를 바탕으로 진지한 대화가 오간’ 것이 된다.



레이건은 랭군 참사와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을 언급하며 한미일 3국의 공조와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레이건의 동남아 순방 목적 가운데 하나를 짚은 셈이다. 대북 관계도 포함시켰다. 레이건은 이 사적인 자리에서 그레나다 침공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자신으로서는 당시 가장 곤혹스러운 외교 현안이었고, 전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던 사안이었다.

전두환이 그런 그를 전폭 지지한다고 했으니 레이건으로서는 더없이 고마웠을 것이고, 이 참에 하고 싶던 하소연도 했다. 레이건이 한 얘기의 절반이 그레나다 건이다.

전두환은 ‘백악관 친구’를 손님으로 맞아 개인적으로는 햇수로 3년짜리 ‘우정’을 상기시켰고, 공적으로는 미국과 레이건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다 못해 노골적으로 밝혔다. 이만하면 문제 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최상의 분위기다. 랭군 참사, 베이루트 사태 등 국가적인 비극을 겪은 지도자끼리 동병상련까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11월12일 오후의 전두환-레이건 단독 회담은 실무 오찬에 이은 첫 공식 회동이었고, 이튿날인 13일 오후에는 두 번째 회동으로 확대 회담을 갖는다. 그만큼 첫 회동 때의 분위기로 봐서는 한미간 현안을 논의하는 두 번째 회동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첫 비공개 회담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11월13일 회담록은 전두환-레이건의 12일 비공개 회담에 비해 훨씬 길다. 미 국무부의 2급 비밀문서 9장짜리이고, 확대 회담인 만큼 참석자 수도 많고 발언자도 다양해진다. 배석자들이 두 정상이 참석한 이 확대회담 자리를 빌려 한미간 현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 실무자인 양국 관리들이 현안을 거론하는 시점과 방식 등이 이채롭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대화록에서 주목할 점은 양국간 회담인 만큼 미국의 한국 시장 개방, ‘미국의 소리 방송(VOA)’ 송신기 한국 배치, 전력 공급, 공동성명 합의문안 최종 결정 등 양국의 국익이 걸려 있는 민감한 의제를 다루는 부분이다. 회담 진행이나 대화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전두환이나 레이건의 말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부분도 그대로 옮긴다.

“정말 무서운 것은 한국군 호신술 시범”

『주제 : 레이건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 간의 11월13일 회담

다음은 1983년 11월13일 오후 6시, 한국 서울의 청와대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 간에 있었던 확대 양자 회담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기록한 것임(통역관이자 외교관인 데이비드 스트라웁이 작성했음).

미국측 참석자 : 레이건 대통령, 슐츠 국무장관, 워커 주한 미 대사, E. 미즈, 제임스 베이커, M. 디버, R. 맥팔레인, R. 다먼, 폴 월포위츠, R. 맥나마, 개스틴 시거

한국측 참석자 : 전두환 대통령, 신병현 부총리, 이원경 외무장관, 김만제 재무장관, 류병현 주미 대사, 강경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병훈 의전수석비서관(통역), 정순덕 정무수석비서관, 사공일 경제수석비서관, 황선필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 박건우 외무부 미주국장

전두환 : 레이건 대통령과 일행이 한국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하는 바입니다. 레이건 대통령께서 비무장지대의 경계초소(GP, Guardpost)를 방문하셨다는 것은 매우 놀랍고 전례 없는 일이었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레이건 대통령께서 비무장지대에 가시는 것을 가능하면 막아보라고 경호원들에게 지시했었습니다. 어쨌든 대통령께서는 초소를 방문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초소는 북한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곳입니다. 그곳의 병력은 밤낮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적이 침투해 우리 병사의 목을 베어가기도 한 곳입니다. 아주 위험한 지역입니다.

세네월드 장군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장성급이라 하더라도 초소 지역을 방문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고, 특수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레이건 대통령께서 그곳에 들어갔다 오셨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대통령께서 그런 용기를 지니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각하께서 전선을 시찰하시는 동안 필요하다면 각하를 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포의 장막을 치도록 지시했고, 매분마다 상황을 보고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장교로 근무했던 한국전 때가 생각났습니다. 초긴장 상태였으나, 각하께서 리버티 벨 캠프에서 점심식사를 마치셨다는 얘기를 듣고는 긴장을 풀고 혼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여러분, 자유와 평화 방위를 위해 용기를 보여주신 레이건 대통령을 위해 박수를 보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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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흥환 美 KISON 연구원 leescorne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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