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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상의 21세기 일본인 탐험

베풀며 살아가는 92세 현역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3년치 스케줄 짜놓고 하루 18시간 일하는데 늙을 짬이 있나요?”

  • 글: 박권상 언론인·경원대 석좌교수

베풀며 살아가는 92세 현역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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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며 살아가는 92세 현역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日野原重明<br>●1911년 야마구치(山口)현 야마구치시 출생 ●교토대 의학부 졸업, 동 대학원 의학박사(심장학 전공) ●성루카국제병원 내과과장·원장·이사장 겸 명예원장(現), 성루카간호대학 학장·이사장(現) ●일본의학교육학회 명예회장, 일본음악의료학회 이사장, 세계내과학회 이사 ●저서 :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 ‘죽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신노인을 살다’ ‘의학개론’ 등 235권

그러나 히노하라씨는 지난 64년간 의료현장을 지켜온 임상의(臨床醫)다. 일본 의료계에도 연구 우선, 대학 우선이라는 일종의 계급제도와 유사한 전통이 있지만, 그 틀을 떠나 교수들도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가 히노하라씨의 참모습이다. 그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베스트셀러 저서를 통해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국민적 의사이고, 이제는 의사의 영역을 넘어 인생의 교사 혹은 사상가로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1911년 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에서 태어난(부친은 목사) 히노하라씨는 교토제국대 의학부에서 의학박사(내과학 전공) 학위를 받았다. 전문분야는 심장병이고, 관심분야는 예방의학, 건강교육, 허혈성 심질환, 종말의료, 노인의료 등이다. 일찍이 ‘환자 참여 의료’를 제창했고, 이를 위한 의사·간호사 교육에 진력했다. 1973년에는 ‘평생에 걸친 건강 유지’를 목표로 라이프 플래닝 센터를 설립했고,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국제내과학회장이 됐으며(1984년), 1994년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세웠다.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개칭하는 캠페인도 전개했다. 2000년부터는 7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을 위한 ‘신노인운동’을 벌여 현재 3000여명의 회원이 고령화 사회에서 생산적인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2000년에는 베스트셀러 ‘잎사귀의 프레디’를 음악극으로 만들어 본인이 직접 출연했으며,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 ‘삶이 즐거워지는 15가지 습관’ ‘의학개론’ ‘간호·의학사전’ ‘죽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늙음과 죽음의 수용’ ‘인생 백년, 나의 연구’ ‘생명, 살아가는 것’ ‘생활습관법을 아는 교본’ 등은 널리 알려진 저작이다.

93년의 인생행로에서 히노하라 박사가 무엇보다 관심과 정력을 쏟은 것은 인간이다. 궁극적으로는 삶과 죽음에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명제다. 그 자신 수십 년 세월 동안 쉴새없이 일했고 초인적인 건강을 누렸다. 아흔을 넘긴 지금도 빈틈없는 일정표에 따라 움직인다. 아마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일본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다음은 월간지 ‘이키이키’가 2001년 6월의 어느 하루 동안 히노하라 박사를 밀착 취재,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 책머리에 실은 그의 일과다.

“의사는 현장에서 배운다”



·오전 8시30분 : 병원 도착. 바로 회의실로. 차로 이동중 집필하는 일이 많아 차 안은 자료들로 산더미를 이룸.

·8시30분 : 병원 스태프와 업무 일정 의논.

·9시 : 성루카병원 부설 토이슬러(병원 설립자인 미국 성공회 교단 의사 루돌프 토이슬러 박사의 이름에서 따옴) 클리닉에서 중년 남성 상담자를 진단. 상담자가 긴장하지 않도록 흰색 가운을 입지 않음. 1시간 예정이었으나 본인과 가족이 만족할 때까지 40분 더 연장 상담. 토이슬러 클리닉은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해 수술 여부 등을 결정하게끔 이 병원 전문의뿐 아니라 외부의 명의들도 참여해 도움을 준다.

·10시40분 : 병원내 토이슬러 하우스로 이동, ‘아트(Art)로서의 의료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잡지사의 취재에 응하다.

·11시15분 : 토이슬러 하우스에서 거래은행 사람들을 면담하고 병원 이사장실로 향하다.

·11시40분 : 이사장실에서 음악요법에 관해 신문사의 전화 취재에 응하다.

·오후 12시10분 : 점심을 들면서 병원 스태프들과 업무 논의. 점심은 우유 한 팩과 쿠키 3개 정도.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요청받은 과제에 대해 몇 장의 색종이에 메모를 하다.

·1시 : 병원 맨 윗층에 있는 완화 케어 병동(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병동)을 1시간 반 동안 회진하다. 그는 “의사는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소신에 따라 지금도 완화 케어 병동과 일반 병동을 주 1회씩 회진한다. 입원한 후 1∼2주 만에 사망하는 환자도 있으므로 완화 케어 병동의 환자와 가족들에겐 잔여 생존 기간이 매우 소중하다. 따라서 사망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병상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판독해 이를 데이터로 보존하는 방법을 젊은 의사들에게 가르친다. 환자들에겐 “어떻게 지냈습니까”라든가 “어떻게 되기를 바랍니까”처럼 환자의 삶을 부각시키는 질문을 던지도록 의사들에게 조언한다.

·2시30분 : 토이슬러 하우스에서 의료보험제도의 위기상황에 관해 통신사의 취재에 응하다.

·3시15분 : 다시 토이슬러 클리닉에 가서 2명의 상담자를 진찰. 1명은 30분, 다른 1명은 50분.

·5시 : 빠른 걸음으로 간호대학 회의실로 이동. 5층까지 단숨에 뛰어오른다. 성루카대학의 미래 구상을 주제로 1시간 동안 격한 토론을 주재하다.

·6시10분 : 회의를 마친 직후 병원 구내식당으로 이동, 회식을 겸한 일본종합검진(인간도크)의학회 회의에 참석.

·8시25분 : 일과를 끝내고 지하주차장으로.

이처럼 빡빡한 병원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면 작가로서의 일과가 기다리고 있다. 독서와 원고 쓰기가 그것. 2002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살아가는 방법의 선택’에는 히노하라 박사와 젊은 여가수 시마다 가호의 대화가 나온다. 다음은 그 중 일부로, 히노하라 박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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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권상 언론인·경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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