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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선고받은 獄中 정대철의 격정 토로

“정치 신의라곤 쥐뿔도 없는 이 정권, 넌더리난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5년 선고받은 獄中 정대철의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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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내심 바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판결 직후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유인태 의원, 문학진 의원 등 여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일 구치소로 정 전 의원을 위로차 방문해 “조금만 참아라. 얼마나 오래 있겠느냐”며 ‘조만간 풀려날 것’ 같은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머니 사진 앞에 흘린 눈물

이 변호사도 올해 안에는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이 특별사면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사로 풀려나려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야 하고, 그러면 정 전 의원은 ‘뇌물 전과자’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특사라는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는 정 전 의원이 못마땅했다.

“왜 굽실거리며 기어나오려 하느냐. 나는 반대다. 내가 너라면 끝까지 간다. 특별사면으로 나오면 그건 송장이다. 5년 실형 받은 놈이 노무현이 봐줘서 나왔다는 낙인이 찍힌다. 네 건강이면 앞으로 20년 동안은 치매 안 걸리고 살 수 있다. 20년 동안 그런 굴레 속에서 살고 싶은가. 내가 비록 거칠기는 해도 비굴하게 살지는 않았다. 우리 비굴한 인생 살지 말자.”

이 변호사는 “그동안 속에서 천불이 나서 여러 차례 변호를 그만두려 했지만 이 사진을 보고 계속 맡기로 했었다”며 준비해간 사진을 보여줬다. 정 전 의원은 그 사진을 보고 한참 울었다.



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부모와의 인연으로 5년 전 경성사건 때부터는 정 전 의원을 위해 무료변론을 해주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번번이 이 변호사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해왔다. 지난해 신당 추진세력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도 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신당행을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한 달 후 신당을 택했다.

김원기의 세 가지 약속

이 변호사의 이야기다.

“그때 정대철이 일본으로 나갔을 때 김원기(현 국회의장)가 일본까지 찾아와 집요하게 신당 입당을 설득했다. 그러자 김상현 민주당 의원이 나가서 만류했다. 정대철이 들어와서 고민하기에 내가 그랬다. ‘너 들어가면 죽는다.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들기 위해서는 지렛대 밑에 괼 돌멩이가 필요하다. 작은 돌멩이로는 들 수가 없다. 너 정도 돼야 쓸모가 있지. 가면 그 돌멩이밖에 더 되겠느냐’고. 그렇게 신당행을 말렸지만 신당으로 갔고 결국 구속되지 않았나. 정대철이 나중에야 ‘형님 말씀이 맞았다’고 후회하더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구속된 후 김원기 의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그 속내도 잘 알고 있다. 2심 판결이 나오기 며칠 전 이 변호사는 기자에게 정 전 의원이 김 의장에 대해 왜 그토록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털어놨다.

“김원기는 일본에 있는 정대철을 찾아와 세 가지 카드를 제시했다. 당 대표와 비례대표 1번, 그리고 굿모닝시티 사건을 원만히 해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당도 비슷한 제안을 해왔지만 결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해줄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정대철이 신당을 선택한 이유이자, 김원기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김 의장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상식 밖의 이야기다. 분당 될 때 김 의장과 정대철 의원은 방법의 차이가 있었을 뿐 같이 갈 운명을 갖고 있었다”며 “두 사람은 입당의 조건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서로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심전심으로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만큼 별도의 약속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몇 차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추석 직전인 지난 9월21일부터 25일까지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병원을 찾은 지인들에게 “정치 신의라곤 쥐뿔도 없는 이 정권, 정말 넌더리난다”면서 “밖으로 나가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변호사도 “지난번 병원에 있을 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했고, 그 이야기가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적 해결 가능하면 특사 포기

사실 정 전 의원의 성토가 구치소나 병원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은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 또는 여당 지도부가 2심 재판부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주거나, 아니면 재판부가 알아서 처신하기를 바라는 정 전 의원측의 노림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정 전 의원측에서 그런 기대를 했다면 2심 재판부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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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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