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벤처기업 경영을 맡아온 최 사장도 얼마 전 큰 좌절을 겪었다. 국내 모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측이 CEO 교체를 조건으로 내건 것. 하향세를 걷고 있는 회사 경영상황을 반전시키려 자금을 유치하고자 했는데, 은행은 경쟁사에 비해 CEO의 이력과 경력이 열악하다는 것을 하향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최씨는 지방대학을 나온 자신의 학벌 때문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상기됐다.
김 부장이나 최 사장과 같은 고민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직장인이나 경영진이 적지 않다. 회사를 대표하는 간부나 사장 자리에 오른 이상 실력은 물론이고 인적 네트워크, 학력과 학벌 등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 과거에 비하면 실력 위주로 평가하려는 추세가 강하지만, 이제 변화의 첫걸음을 뗀 상황일 뿐이다.
특히 상장을 하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 CEO나 임원의 이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평가전문가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최우선으로 꼽는 것이 CEO와 임원 구성이기 때문. 회사의 기술력과 제품 아이템 등에 앞서 CEO와 임원의 마인드, 역량, 자질 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승진에 개인의 학력과 학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학력이 부족한 것을 마냥 비관해서는 안 된다. 학력과 학벌은 중요한 이력사항 중 하나다. 나보다 학력이나 학벌이 나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학창시절 그만큼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야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을 두드려보고, 지방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을 고려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밖에도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물론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적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행복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력관리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평생 손놓지 말아야 하는 것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