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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9·23 성매매 특별법 ‘폭격’ 이후

국가 ‘性관리’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여자 장사’ 뿌리 뽑으려면, 성착취·성매매부터 구분해야

  • 글: 박숙자 전 국회 여성위원회 전문위원 parksj16@hanmail.net

국가 ‘性관리’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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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 특별법 발효 한 달.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은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벌써부터 특별법 집행이 용두사미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매매 특별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성매매 근절은 과연 요원하기만 한가.
국가 ‘性관리’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는 성매매 여성들.

새로 제정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이 9월23일 발효된 이후, 연일 성매매 종사 여성 및 업주들의 항의성 시위가 그치지 않는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법인데 바로 그 여성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항의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남편의 성매매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신고로 남편이 처벌받는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 그동안 남성의 외도를 공공연히 묵인해온 관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물론 성매매 특별법 이전에도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하 ‘윤방법’)에 의해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윤방법은 부녀 보호 차원에서 입법화된 것으로 윤락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여성을 선도보호시설에 입소시키고 중간알선자(포주)는 처벌하되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가, 1995년 법을 개정하면서 남성도 처벌토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은 남성의 성구매 행위는 범법행위가 아니며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오랜 사회적 통념에 밀려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거의 사문화되고 말았다.

다만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구매자를 처벌할 뿐만 아니라 신상까지 공개함으로써 미성년자를 성범죄 대상에서 보호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성매매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

국제사회에서는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성매매 문제를 국제적 인신매매의 산물로 보고 이를 방지하고 다국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도 이들 협약에 대부분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의 조약으로 인신매매금지조약(1949년 채택, 1962년 비준), 인신매매 금지 및 타인의 매춘행위에 의한 착취금지에 관한 협약(1950년 채택, 1962년 비준), 인신매매 예방 및 억제의정서(2000년 채택, 2000년 비준), UN여성차별철폐협약(1979년 채택, 1984년 비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는 여성 인신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는 효과적 방안을 강구할 것을 각국에 요구했으며, 인권보호를 위한 규정을 강화해 인신매매를 방지해야 한다는 실천 강령을 채택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EU) 북유럽이사회는 소련 붕괴 이후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여성 인신매매의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2002년부터 ‘발트해 및 북구 국가들의 여성 인신매매 퇴치 캠페인’을 재정지원하고 있다.

동유럽과 인접한 스웨덴은, 국경을 넘어오는 성매매 여성들 때문에 자국의 남녀관계가 왜곡될 뿐 아니라 그들의 배후엔 폭력조직과 마약 등이 연계돼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 1998년 7월 성적 서비스 구매 금지 및 성구매자 처벌이라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담은 포괄적 형태의 ‘여성에 대한 폭력금지법’을 제정해 1999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대다수 유럽국가는 인신매매 범죄는 엄하게 처벌하되 성매매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를 제외하곤 비(非)범죄(다만 성판매자의 연령이 18세 이하인 경우는 불법)로 간주한다. 네덜란드는 매춘을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하고 있고, 독일·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지역에 한해 성매매를 허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이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도록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할 경우 판매자만 눈에 띄므로 먼저 수요자를 찾아내 처벌함으로써 수요를 줄이면 공급도 감소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했다고 한다.

한편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서 성매매 알선자와 구매자에 의해 착취당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보호대상으로 간주해 처벌하지 않는다. 이는 윤방법이 성판매자와 성구매자 및 중간알선자 모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성구매자는 극소수만 검거됐던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우리 법 집행의 잘못된 단면을 일깨워주는 사례라 하겠다.

특별법은 여성 인권 위한 것

이번에 발효된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와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보호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성매매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성구매자와 판매자보다는 성매매 공급자와 중간매개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인식하에 성매매 알선행위에 대한 처벌을 윤방법보다 세분화하여 대폭 강화했으며,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취득한 금품 및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하도록 했다. 선불금 등 성매매와 관련한 채권도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완전 무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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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숙자 전 국회 여성위원회 전문위원 parksj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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