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권을 획득한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11월 말까지 카지노 유치를 희망하는 사업자의 접수를 받고, 12월 중 선정된 호텔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된 호텔은 2005년 하반기쯤 사업장을 개장한다. 이렇게 될 경우 2005년 한국은 카지노 17개를 보유, 아시아 최다 카지노 보유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추가 허가 문제는 지난 10년간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마지막으로 허가한 것이 1994년. 그러다 김대중 정권 초기인 1998년 관광진흥법 통과 전후, 또 2000년 2월 박지원 당시 문광부 장관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카지노 개설 논의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번번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런데 취임한 지 2개월도 안 된 정동채 장관이 카지노 추가 개설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갖은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문광부가 내세운 신규 허가 이유는 표면적으론 설득력 있어 보인다. 관광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특정 업체의 카지노 독점을 막겠다는 것. 더불어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불식한다는 명목으로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에 사업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문광부가 내세운 근거는 여러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문광부는 그동안 ‘도심형 카지노’가 갖는 한계 때문에 ‘리조트형 카지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번에 신규허가를 내줄 3곳은 모두 ‘도심형 카지노’다. 일단 정책 추진에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카지노 유치 기대효과를 부풀렸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10월4일 국회 문광부 국감에서 “문광부는 카지노 신규허가시 1억5000만달러의 외화획득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최근 3년간 평균 가동률은 3.8%에 불과하다”며 “계산을 부풀려 정책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11개 업체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카지노 신규 허가가 관광수지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끊이지 않는다.
우려와 비판에도 정책 결정이 강행된 데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9월7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토지공사 주최로 열린 복합레저관광단지 활성화에 대한 공청회 축사에서 “장관 취임시 대통령에게 복합관광레저단지 활성화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확대를 두 가지 중점과제로 전달받았다”고 밝혀 외국인 카지노 확대가 노 대통령의 의지임을 내비쳤다.
‘노심(盧心)’과 정 장관의 의기투합으로 밀어붙인 정책결정은 사방에서 협공을 받고 있다. 먼저 사행산업 종합대책 법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신규 허가를 결정한 이유가 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17일 당시 이창동 문광부 장관에게 “사행산업이 사회윤리, 질서,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감안, 사행산업의 실태, 물질과 정신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광부는 2개 연구소에 의뢰한 사행산업 대책 연구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게다가 한국관광공사는 정 장관의 발표가 신문에 보도된 후에야 자사가 카지노 사업자로 선정된 사실을 알았다. 사업자 선정 기준, 사업 구상 방향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가운데 문광부로부터 “카지노 운영자로 선정됐다”고 통보받은 것이다. 이충기 경희대 교수(관광학부)는 “신규 허가의 목적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카지노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허가부터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 전 투자 제의
속전속결로 추진된 카지노 신규 허가는 사전 낙점설, 로비설 등의 소문을 낳았다. 문광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