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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카운트다운! ‘화폐혁명’

‘고액권’은 선택, 리디노미네이션은 필수

‘인플레이션 착시’는 일시적, 화폐 선진화가 급선무

  • 글: 황의각 고려대 교수·경제학

‘고액권’은 선택, 리디노미네이션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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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1만원권이 처음 도입된 1973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100배 이상, 소비자물가는 11배 상승했다. 총 화폐발행액 중 1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92%로 1만원권 중심의 권종화(券種化)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와 거래규모의 확대에 맞추어 현재까지의 최고액권인 1만원권 발행을 중심으로 돈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지폐 보유 장수는 1975년 7장이던 것이 2003년에는 68장으로 늘어났고, 이미 10만원권 수표가 고액권 대용으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OECD 12개국의 최고액권 평균가액은 우리돈으로 13만원 수준이다. 미국의 100달러짜리 지폐는 한화 12만원 수준이고, EU의 최고액권인 500유로는 한화 65만원에 해당하며, 일본의 최고액권 1만엔은 한화 10만원의 가치를 갖는다.

고액권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 통용되는 10만원권 수표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표는 평균 1회 사용으로 폐기되며 제조비가 지폐의 50배나 될 뿐만 아니라 위변조의 위험성이 크며, 일일이 이서(裏書)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른다. 그리고 폐기 후에도 발행은행이 5년간 보관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보관비용도 만만치 않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발행 유통하는 데 드는 인쇄, 보관, 폐기 비용만 해도 연간 6000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고액권(예컨대 5만원권과 10만원권) 화폐의 신규공급에 최소한 2년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이미 우리 경제의 규모나 거래단위의 금액표시 숫자가 너무 비대해져서 어차피 3∼4년 뒤에는 화폐단위의 변경, 즉 리디노미네이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신규 고액권 도입을 도모하기보다는 화폐단위 변경 조치 안에서 현재의 10만원 및 5만원에 해당하는 신규화폐(예컨대 100원권과 50원권으로)를 도입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2008년경 실시 바람직

둘째, 화폐의 규격과 품질의 선진화 문제다. 우리나라 지폐나 주화의 규격은 선진국 화폐에 비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컴퓨터 기기를 통해 위조된 1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다량 유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따라서 선진국 수준의 규격과 품질, 그리고 최첨단 위조방지 장치를 갖춘 새로운 화폐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화폐 교체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화폐의 전면교환 조치(리디노미네이션)를 통해 일괄 추진하는 것이 시기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셋째, 왜 화폐단위의 변경, 즉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지를 좀더 현실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60년대 이후 엄청나게 커졌다. 우리나라 국부(國富)는 현 화폐 수치로 표시할 때 6000조원, 금융자산의 크기는 약 4700조원, 그리고 명목 GDP 규모는 750조원에 이른다. 가계, 기업, 정부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연간 평균 15% 증가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2008년에 ‘경(京)’(1만조원) 단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거시변수의 화폐표시 방식뿐 아니라,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거래단위가 너무 높아서 회계, 장부기장 및 거래에 불편한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울러 수치의 과대 인플레로 인해 월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은 ‘0’이 6개나 붙지만 백만장자가 아닌 저소득자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상거래의 최소 거래단위도 100원 이상이 된 지 이미 오래며 10원과 1원짜리 동전은 길에 떨어져도 줍는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수년 내에 ‘경(京)’ 단위 사용이 가져올 거래 및 기장상의 불편을 제거하고,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한편 화폐규격과 품질의 선진화를 도모할 수 있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지금부터 공개적으로 준비하여 2008년경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면 현재 원화의 대미(對美) 달러환율이 네 자릿수에 이르는 데 따른 불편도 해소될 것이다.

이상에서 필자는 화폐단위 변경의 당위성을 논해보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조치의 불필요성이나 이 조치에 수반되는 비용의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 반대 주장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우리 경제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데, 왜 하필 지금 리디노미네이션 문제를 들고 나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느냐는 주장이다. 둘째, 화폐단위 변경은 화폐가치의 혼란과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는 논지다. 셋째, 신규 고액권 발행은 뇌물 제공 등 부패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리디노미네이션이 부동산 투기와 국내 자금의 해외유출 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화폐단위를 변경하여 환율을 낮춘다고 해서 국가의 위상이 오르겠느냐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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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의각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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