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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카운트다운! ‘화폐혁명’

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비밀

위조방지 장치만 10여 가지, 홀로그램 지폐도 선보일 듯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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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권에 숨겨진 위·변조 방지장치 중 일반인이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다.
  • 금융기관의 특수장비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 판별할 수 있는 암호들은 관계자만 아는 ‘대외비’.
  • 이제 지갑 속 만원짜리가 달리 보인다.
만원짜리 한 장에 담긴 비밀

최근 들어 적발되는 위조지폐는 컬러복사기나 스캐너의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여러 장의 원본 지폐를 이용, 소량씩 위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의 정치학자 클라우스 뮐러가 지은 ‘돈과 인간의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히틀러를 전범이 아닌 위조지폐범으로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저자 클라우스 뮐러는 히틀러가 독일 작센하우스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화가, 인쇄전문가, 은행원 출신 포로를 모아놓고 엄청난 위조지폐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여파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영국에서 유통되는 화폐 중 50%가 위조지폐일 정도로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했다는 것이다.

영화 ‘빠삐용’에서 빠삐용과 함께 자유를 향한 탈출을 감행하던 ‘드가’(더스틴 호프만 분)도 위조지폐범이었고 최근 개봉했던 한국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완벽하게 위조한 당좌수표로 한국은행을 턴 ‘휘발류’ 역시 위조지폐 전문가였다.

위조지폐범들이 ‘전문가’라는 호칭을 들으며 이렇게 ‘멋지게’ 묘사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조지폐는 사람들에게 묘한 범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해마다 늘어나는 위조지폐가 조직적 범죄에 의해 제작되기보다는 컬러 복사기나 스캐너 등 첨단 디지털 기기의 성능과 자신의 ‘실력’을 동시에 시험해보기 위한 ‘실험’ 때문이라는 사실도 위조지폐에 대한 이런 그릇된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위조지폐의 수는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2003년 발견된 위조지폐는 모두 4000장 정도 되는데 이는 5년 사이 무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01년 1500장 수준이던 위조지폐는 2002년 들어 3000장 규모로 늘어났고 최근 그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발권당국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것은 ‘기술자’들에 의해 대규모 범죄에 사용되는 대량의 위조지폐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기술을 시험해보기 위해 소량의 위조지폐를 만든 뒤 호기심 차원에서 유통시켜보는 젊은 층의 화폐 위조가 더욱 문제라는 것이 한국은행측의 설명이다.



조직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위조지폐범이라면 한 장의 원본 지폐를 대량으로 위조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한 장의 원본 지폐를 대량 위조하기보다는 여러 장의 원본 지폐를 이용해 소량씩 위조하는 수법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컬러 복사기, 스캐너 등 첨단 디지털 기기의 확산에 따라 이들의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한 목적으로 제조·유포되는 ‘실험용’ 위조지폐가 점증한다는 이야기다.

창이 날카로워지면 방패를 더욱 튼튼하게 해야 하는 법. 따라서 신권 화폐가 발행될 때마다 한국은행은 새로운 위·변조 방지장치를 고안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한다. 아니, 위·변조 방지장치를 개선하거나 추가하기 위해 신권화폐를 발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당장 1만원권 지폐 한 장에 어떤 위·변조 방지장치가 숨어 있는지 쉽게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은선(隱線)이라고 불리는 은색 점선이나 지폐를 빛에 비출 때 세종대왕 형상이 나타나는 숨은그림 형태의 은화(隱畵)가 들어 있다고 알 뿐이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1만원권 지폐에는 줄잡아 10여개가 넘는 위·변조 방지장치가 숨어 있다. 물론 한국은행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만 그렇다.

명절 지나면 구화폐 출현하기도

퀴즈를 하나 내보자. 1만원권 지폐가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발행된 1만원권 지폐는 몇 종류나 될까. 얼른 머릿속에 1980년대 초 1만원권 지폐의 크기와 디자인이 전면 교체되었던 것이 기억날 것이다. 또 컬러 복사기로 위조하는 일이 빈발하자 지폐 한가운데 세로로 은선(隱線)을 넣은 것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는 위조 방지장치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발행된 1만원권은 모두 세 종류?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지점은 여기까지일 것이다.

1만원권 지폐가 여태까지 다섯 종류나 발행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만원권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73년 6월12일이다. 지금과 같은 크기와 디자인으로 바뀐 것은 1983년. 1973년 발행된 구 1만원권도 두 종류였고, 1983년 이후 발행된 새 1만원권도 이미 두 번이나 옷을 갈아입어 현재 시중에 가장 많이 유통되는 1만원권은 다섯 번째 발행된 지폐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다섯 차례 발행된 1만원권 지폐마다 ‘가’ 만원권부터 ‘마’ 만원권까지 이름을 붙여 사용한다. 현재 유통되는 만원권은 ‘라’ 만원권과 ‘마’ 만원권인 셈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시중에서 간혹 은색 선이 없는 ‘다’ 만원권이 발견되기도 한다. 1983년부터 현재의 크기와 디자인으로 신규 발행한 ‘다’ 만원권은 1993년까지 10년간 발행됐다. 지금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지만 당시 이 돈을 장롱에 보관하고 있다가 뒤늦게 사용하는 경우 눈에 띌 수도 있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마다 노인들이 지갑에 오랫동안 간직해놓은 이 ‘다’ 만원권을 손자손녀 용돈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한국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때 시중은행 점포에서는 위조지폐 신고가 잇따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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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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