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에 만난 이운학(李雲鶴·42) 중국 인민대학 금융증권연구소 부동산자산관리 수석연구원은 베이징에 8년째 체류하면서 중국의 부동산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함께 다루고 있는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 국내 대기업과 컨설팅회사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담당을 역임했고 ‘중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을 지냈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의 베이징한국문화관광홍보센터 빌딩 매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운학 연구원과 함께 중국인의 주거문화 및 부동산 관련 현황과 속사정을 알아본다.
먼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사회주의 중국에서의 부동산 개념과 개혁개방 이후 변화하고 있는 주거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토지사용권의 개념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부동산의 개념 자체가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한국에서는 토지가 환금성이 있는 자산입니다. 개인은 토지를 소유할 수 있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지요. 그러나 중국에서 토지는 국가와 인민이 공유하는 개념입니다. 국가는 원천적으로 토지의 소유권리를 가지고 있고, 인민은 국가로부터 일정기간 토지사용권을 취득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를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국유토지사용권을 확보한 개인이나 기업은 매년 국가에 토지사용료를 납부해야 하고, 이 토지를 용도에 맞게 활용해야 합니다. 토지를 개발하지 않고 보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일정 기간 토지를 개발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토지사용권을 강제로 환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기본적인 보상비를 지급합니다.
중국에서 부동산의 가치는 토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부가 개인에게 토지사용권을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것도 토지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토지보다는 지상권을 더 중시합니다. 한국에서는 토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념이 형성돼 있지만 중국에서는 개발 프로젝트 중심으로 부동산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사고파는 거래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중국에서 부동산 거래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입니까.
“부동산 거래는 토지사용권 거래와 지상물 거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토지는 사용권을 거래하고, 건물은 소유권을 거래한다고 보면 됩니다. 올해부터 토지는 국가와 개발자가 직접 공개입찰을 통해 거래하고 있습니다. 입찰은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는데, 토지를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에서는 토지 자체보다는 개발 프로젝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토지거래시 토지의 용도에 맞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인허가 여부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준비돼 있지 않은 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폐율과 용적률 그리고 사용권의 기간도 매우 중요한 요소지요. 그러나 일단 개발이 완료된 뒤에는 지상건축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중국의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토지의 사용기간과 지상권, 즉 건물의 소유권 문제입니다. 토지의 사용기간은 주택의 경우 70년, 문화 상업용지는 40년, 사무용지는 50년, 공업용지는 30~40년이 보통입니다. 이 기간에는 개발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토지사용기간이 만료될 경우 그 위에 들어선 건물의 소유권이 어떻게 되느냐가 모두의 관심사항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인뿐 아니라 중국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업 모두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토지사용 기간이 만료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중국정부의 입장은 토지사용기간이 끝나면 토지사용세나 토지출량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사용권리를 연장해주겠다는 것입니다. 토지출량금은 토지개발 담보금 성격이 강하지만 개발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토지관련 세금입니다.
토지는 무(畝) 단위로 거래하는데, 1무는 660㎡로 200평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지상권은 ㎡ 단위로 거래되는 것이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