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군검찰 ‘장성진급자 비위 자료’ 문건

“도청, 보직대가 뇌물, 성희롱, 공금사용 부적절… 41건 비위 의혹, 심사 없이 준장 진급시켰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1-24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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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 검찰단(이하 군검찰)이 육군 장성진급(2004년 10월) 인사비리의혹사건 피의자 4명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공소장과 함께 제출한 ‘진급자 인사자료 정리’ 문건을 단독 입수해 소개한다.
    • 군검찰이 지난해 진급한 현역 육군 준장 52명 중 32명의 개인 비위 의혹 41건을 정리한 자료다.
    • 군검찰이 이 자료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법정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장성진급 인사비리의혹 파문의 핵심 쟁점과 문건 주요내용, 육군측 반론을 차례로 싣는다.
    군검찰 ‘장성진급자 비위 자료’ 문건

    국방부 검찰단의 ‘진급자 인사자료 정리’ 문건.

    육군장성진급 인사비리의혹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육군의 장성진급 인사 절차부터 알아야 한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장성진급(대령→준장)은 5단계를 거친다. 갑·을·병 3개 (진급)추천위원회가 위원회별로 모든 진급대상자들을 1차 심사한다. 1개 추천위원회는 중장 또는 소장 1명이 위원장, 소장 또는 준장 4명이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어 (진급)선발위원회가 2차 심사한다. 선발위원회는 중장이 위원장, 하위 서열 중장이 부위원장, 추천위원장 3인이 위원이 된다.

    3개 추천위원회에서 모두 준장 진급추천을 받은 대령들은 선발위원회에서도 자동적으로 준장 진급추천을 받는다. 추천위원회 1곳 또는 2곳에서 추천을 받은 대령들은 선발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심의를 거쳐 준장 진급추천을 받는다. 2004년 10월 이런 과정을 거쳐 52명의 대령들이 진급추천을 받았다. 이어 육군참모총장의 결재,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준장진급자가 결정되는데 2004년 10월의 경우 육본에서 추천된 52명 중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교체된 2명을 뺀 50명이 육군 준장으로 진급했다.

    육군본부 산하 인사참모부와 인사검증위원회는 진급대상 대령들의 인사자료를 추천위원회와 선발위원회에 제공해 위원회의 심사를 돕는다. 인사검증위원회는 육군 중앙수사단,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올라온 대령들의 개인 비위자료를 검증해 인사에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추천위원회에 제공하게 된다.

    대령들에 대한 진급심사 평가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100점 만점 가운데 ‘표준평가’가 85점, ‘잠재역량평가’가 15점인 것. 표준평가는 장교로 근무하면서 쌓은 공적, 경력, 상훈, 근무성적 등을 기초로 한 것으로 대부분의 진급대상 대령들은 82~84점을 획득해 큰 변별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고 15점이 부여되는 잠재역량평가에는 자기계발, 공과(功過), 자질덕목 등 민감한 평가항목이 들어 있어, 진급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육군 중앙수사단,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올라온 개인 비위자료는 잠재역량평가시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기무사, 중앙수사단에서 작성

    군검찰은 이 같은 육군 장성진급 심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최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L준장, C중령, 육군본부 인사검증위원회 J대령, J중령을 기소했다. 군검찰은 공소장에서 “L준장, C중령은 준장 진급 대상자 1151명 중 52명의 진급내정자를 진급심사도 하기 전 미리 정해놓은 뒤 실제로 이들 내정자들 모두가 준장으로 진급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군검찰은 준장 진급자들의 비위 의혹을 정리한 ‘진급자 인사자료 정리’라는 제목의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공소장은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육군 준장 진급 대상자 315명에 대해 비위조사를 벌인 결과를 담은 ‘지휘참고자료’에 진급 내정자들에 대한 비위사실이 담겨 있었음에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L준장(피고인)은 이들의 비위 내용을 진급심사에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진급자 인사자료 정리’ 문건은 진급 대상자 315명의 지휘참고자료 중 진급자 52명에 대한 비위 내용을 군검찰이 따로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공소장은 이어 “L준장 등은 진급내정자(유력경쟁자) 52명과 경쟁관계에 있는 17명의 비위 내용을 담은 ‘지휘참고자료’의 경우 육본 산하 인사검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추천위원회가 인사검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친 자료로 오인하게 하여 진급심사자료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17명은 진급추천을 받지 못하게 하고, 반면 52명은 모두 진급 추천을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A4지 2장 분량의 도표형식으로 된 ‘진급자 인사자료 정리’ 문건에는 52명 진급자 전원의 실명, 출신(육사 3사 학군), 기수, 병과, 특기와 각 비위 의혹이 기록되어 있다. 비위 의혹은 개인별로 구분되어 있으며 육군 중앙수사단 자료, 국군기무사령부 자료 등 출처별로도 나눠져 있다.

    이 문건은 육군 중앙수사단 자료에서 19건, 국군기무사령부 자료 22건 등 총 41건의 비위 의혹을 적고 있다. 비위 의혹이 전혀 기록되지 않은 준장 진급자는 52명 중 20명이며, 한 가지 비위 의혹이 기록된 진급자는 23명, 두 가지 이상의 의혹이 기록된 진급자는 9명이었다. 문건에 적힌 비위 의혹은 다음과 같다.

    입주금 미납, 보직관련 물의, 음주추태, 당번병 보직 의혹, 교육시간 미준수, 군의관 부탁, 공직자재산 일부 미신고, 군무원에게 욕설, 음주, 부대관리 부실로 군사령관 경고장, 부사관에게 반말-잡일 시킴, 준장 진급시 경호실장 접촉, 부하들에게 욕설 및 편향적 부대관리, 타임캡슐 매립, 소령 진급시 부적절 발언, 병사에게 스키강습 받음, 부사관들에게 욕설, 위병소 근무자 부당 질책, 보직대가 상품권 수령 기무 지적받자 반납(이상 육군 중앙수사단 자료), 공금불투명, 음주운전 빈번, 준-부사관 무시, 음주추태, 인사기강 문란, 언행문제, 부인 경망 처신, 공사 구분 불명확 처신, 공금사용 부적절, 부인의 과거 처신 미흡, 음주언행, 민원처리 지연으로 물의 야기, 직무태만 경고, 보안위반 2회로 경고, 음주 불경 언행, 비인격적 부하대우, 음주측정 불응, 도청, OOO 후배로 경솔 처신, 지휘책임 견책, 언행문제, 성희롱, 과거 부인 처신 부적절, 공금사용 부적절 (이상 국군기무사령부 자료).

    군검찰은 공소장에서 진급자들의 이러한 비위 의혹들이 진급심사대상에도 오르지 않은 채 진급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한다. 비위 의혹 중 욕설, 음주 언행, 부인의 과거 처신 미흡, 부사관 무시 등 일부는 사안이 경미하거나 사실관계가 불투명한 사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청, 성추행, 보직대가 상품권 수수, 공금사용 부적절, 음주운전 빈번, 인사기강 문란 등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내용들도 눈에 많이 띈다. 군검찰이 공소장에서 주장한 대로 이런 비리 의혹들이 진급 심사과정에서 모두 누락된 채 육군 장성 진급자가 결정됐다면 이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거꾸로 군검찰이 비위 의혹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이 사실확인이 안 된 상태임에도 이를 사실인 것으로 규정해 이 문건을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면 군검찰이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어느 쪽이 됐든 이 문건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군검찰 공소장을 살펴보면 이 문건에 대해 군검찰은 “…기재된 바와 같은 ‘비위사실’이 있음에도 유력경쟁자 52명에 대한 ‘비위사실’은 진급심사에 활용하지 않기로 하고…”라고 적었다. 군검찰은 ‘비위사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문건에 기록된 비위 의혹을 ‘확인된 사실’인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공소장에 따르면 진급자의 비위 의혹은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제공한 장성진급 대상자 315명의 비위 의혹을 담고 있는 ‘지휘참고자료’ 중 진급한 52명분을 발췌한 것이다. 육본측 설명에 따르면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제공하는 ‘지휘참고자료’는 그 자체로 사실은 아니며, 육본 인사검증위원회에서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공소장은 52명분의 ‘지휘참고자료’가 인사검증위원회의 사실확인 검증을 거쳤는지 여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실명으로 거론된 해당 진급자들로부터 해명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다음은 군검찰의 ‘진급자 인사자료 정리’ 문건에 대한 육본 정훈공보실 입장이다.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의 지휘참고자료가 장성진급심사에 참고가 된다. 그러나 비위 의혹이 확인결과 사실이 아닌 경우, 사실이긴 하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 같은 사안으로 과거 진급에서 불이익 처분을 받은 경우엔 진급심사시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52명에 대한 진급심사는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이들의 비위 의혹이 심사도 받지 않은 채 고의로 누락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비리사실임에도 진급심사에 활용하지 않아 진급하게 했다’는 기소내용은 군검찰의 주장일 뿐이며 법정에서 사실 유무가 가려질 것이다.”

    ‘병과별 추천현황’ 문서 입수

    군검찰은 공소장에서 육군 장성진급을, 진급자를 사전 내정한 ‘인사 비리’로 규정하며 구체적 혐의내용을 다음 4가지로 기록하고 있다.

    첫 번째 비리 의혹은 육본 인사참모부와 (진급)추천위원회 간의 업무에서 제기됐다. 앞서 일부 소개된 대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L준장은 국군기무사령부, 육군 중앙수사단의 315명 자료에서 사전 진급 내정자 52명과 경쟁관계인 17명의 비위사실만을 골라 사실확인이나 본인 해명 제공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17명의 심의참고자료에 육본 인사검증위원회 명의의 ‘자료활용 적합’ 도장을 찍었다”는 것. 이어 공소장은 “인사참모부 C중령은 위 자료를 (진급)추천위원회 위원장들에게 건네줌으로써 17명 전원이 진급추천을 받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비리 혐의는 육본 인사참모부와 (진급)선발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다. “육본 인사참모부 C중령은 진급 내정자에 대해선 ‘대표성(지명도) 높음’‘자력(경력, 평정, 추천) 우선’ 등 유리한 사항을 기재한 반면 경쟁자에 대해선 ‘평정 다소 저조’ 등 불리한 사항을 기재해 선발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건네줌으로써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유리한 사항이 기재된 내정자에게 투표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갑·을·병 (진급) 추천위원회 3곳 모두로부터 진급추천을 받은 대령은 상위 심사기구인 (진급)선발위원회에서 자동으로 진급추천을 받는다. 그렇지 못한 대령들은 (진급)선발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의 투표를 받아야 진급추천을 받을 수 있다. 공소장은 또한 진급 내정자의 심의번호엔 음영처리가 되어 있어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이들에게 투표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군검찰은 이와 관련, ‘병과별 추천현황’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신동아’가 단독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2~4명의 대령이 한 자리의 준장 진급을 놓고 경쟁을 벌인 10개 사례에서 ‘우수’ ‘양호’ ‘높음’ 등 유리한 사항이 기재된 대령은 모두 위원장 또는 부위원장의 투표를 받았으며, ‘보통’ ‘저조’ ‘낮음’ 등 불리한 사항이 기재된 대령은 예외없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투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밖에 세 번째는 L준장이 진급심사과정을 녹화한 CD를 파기했다는 비리 혐의이고, 네 번째는 육본 인사검증위원회의 인사비리 혐의다. 공소장은 “육본 인사검증위원회 J대령과 J중령이 ‘모 진급 내정자의 음주측정 거부’ 사실을 ‘단순 음주운전’으로 바꿔 그를 진급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J대령은 다른 진급 내정자의 ‘정보사업 예산집행 부적정’이라는 경력이 진급심사 때 한번도 활용되지 않았음에도 전년도 진급심사 때 통보됐다고 보고함으로써 ‘이번에 적용하면 같은 사실을 2회 적용하여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오인하게 하여 내정자가 진급선발되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 같은 군검찰 기소내용에 대해 육본측은 “장성진급 인사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육본 한 관계자는 “군검찰이 죽든지, 육군이 죽든지 끝까지 진실을 가려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4가지 의혹에 대한 육본 정훈공보실의 반박내용이다.

    1. 진급 내정자와 경쟁관계인 17명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부분 : 기소된 L준장 등은 “17명의 진급심사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명을 미리 탈락시키기로 계획해서 모두 탈락시킨 것이 아니라 정당한 진급심사 결과 17명이 탈락된 것이다. 준장 진급자 52명 중 갑·을·병 추천위원회 3곳 모두로부터 진급추천을 받아 자동적으로 진급된 사람이 41명에 이른다. 추천위원회 3곳 모두가 인사부정에 연루됐다고 할 것인가.

    2. 추천위원회의 상급기관인 선발위원회 심사에서도 진급 비리가 있었다는 부분 : L준장 등이 사전에 진급 내정자(52명)와 탈락자(17명)를 미리 정해놓은 뒤 불법행위를 통해 실제로 그렇게 진급결과가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 군검찰 기소의 요지다. 그러나 L준장 등 피의자들은 진급인사와 관련,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군검찰은 L준장이 불법 인사비리를 저지른 이유와 동기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

    음영처리된 문서는 선발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심사를 할 땐 전달되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선발되는 추천위원회와 선발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들, 육본 인사참모부 간부들, 육본 인사검증위 간부들이 52명 진급을 사전 공모해 손발을 맞췄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3. 진급심사과정 녹화 CD 파기 부분 : 진급심사과정 녹화용 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었으나 실제로 녹화하지는 않았으므로 CD 파기 사실도 없다.

    4. 불리한 경력 고의 누락 부분 : ‘음주측정 거부’ 경력 문제는 진급심사과정에서 음주측정기록이 나와 있는 것을 근거로 해 음주측정 거부가 아닌 음주운전으로 판단한 사안이다. ‘정보사업예산집행 부적정’ 경력 문제의 경우엔 군검찰의 기소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당사자로부터 경위를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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