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탕평채와 톳나물 무침

동서남북 하나로 뭉친 맛과 영양의 조화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입력2005-01-25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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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영양분을 고루 갖춘 탕평채, 몸에 흡수가 잘 되면서 영양도 풍부한 톳나물 무침. 이들 음식은 만들기 쉬우면서 맛도 있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탕평채와 톳나물 무침
    “당직자들이 표정관리를 좀 하래요. 그런데 어떻게 합니까, 자꾸 웃음이 나오는걸.”

    1월11일 오전 한나라당 당직개편이 확정, 발표되자 김형오(金炯旿·58) 의원은 홀가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오래 전부터 사무총장직 사의를 표명해온 터였다.

    하긴 그가 그럴 만도 하다. 지난 2004년 3월 사무총장을 맡은 이후 8개월 동안 한나라당은 엄청난 변화와 시련을 겪었다. 당사만 두 번 옮겼다. 여의도공원 천막당사를 거쳐 염창동으로. 전당대회도 두 번 있었다. 대통령 탄핵역풍으로 4·15총선을 힘겹게 치러야 했고, 곧바로 두 번의 보궐선거가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졌다. 중앙당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불가피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저지하기 위해 때아닌 철야농성을 벌여야 했다. 이런 모든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자리가 바로 사무총장이다.

    그 가운데 김 의원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당직자 구조조정. 중앙당 당직자 350여명 중 무려 40%가 넘는 150여명을 정리해야 했다. 김 의원은 “길게는 20년 이상 당에 몸담아왔던 이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그들의 협조와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감사하고 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정당생활도 올해로 15년째다. 지역구는 부산 영도구.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지만 중고교 시절 이사와 터잡은 부산 영도구 영선동이 고향이나 다름없다. 지역에서 그는 영선동 ‘맏머리새미’ 둘째아들로 통한다. 김 의원의 돌담집을 일컫는 맏머리새미가 무슨 뜻인지는 정작 본인도 잘 모른다. 동네 사람들이 지역사투리를 섞어 만든 말 정도로 추정할 뿐. 아쉽게도 맏머리새미는 지난해 말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새 주인이 신축하기 위해 집을 허물어버렸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것은 숙명인지도 모른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에 이르렀다. 1975년 그는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다. 유신의 망령이 시대를 유린하던 때라 언론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3년 정도 지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 후 1982년 가을 청와대 대통령공보비서실을 거쳐 1986~90년에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정무비서실에서 그의 주된 업무는 정국운영 프로그램 기획. 현실에 대한 분석과 이론적 접근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탕평채와 톳나물 무침

    “나는 수필 쓰는 사람을 가을산 오솔길 걷는 사람으로 생각해 왔다. 이제 그 냄새가 내게서도 난다고

    1990년 그에게 또 한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3당 합당으로 거대 민자당이 출범하면서 영도구지구당 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은 것. 그때 그는 “정치라는 게 이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킬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년간 지구당위원장을 하면서 지역기반을 다진 뒤 14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김 의원은 이후 15·16·17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어느덧 당내 최다선 의원이 됐다. 당 중진이자 다선 정치인으로서 바라본 요즘 국회는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다.

    김 의원은 “재야 출신이나 386 의원들이 홀로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념적 대립각만 세우는데, 공존하지 못하는 정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반면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자기수혈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가치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수다.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는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며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탕평채와 톳나물 무침을 권한다.

    먼저 톳나물 무침. 조리법은 더없이 간단하다. 톳을 소금물에 깨끗이 씻은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데친다. 그러면 짙은 갈색이던 톳이 녹색으로 변한다. 데친 톳을 찬물에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물을 뺀다. 끓는 물에 살짝 삶은 두부를 으깨 멸치액젓과 깨소금, 준비된 톳과 함께 잘 버무리면 요리가 완성된다. 맛은 더없이 담백하다. 칼슘 요오드 철 등 무기질이 많은 톳은 혈관경화 방지 및 치아건강에 좋고 머릿결을 윤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탕평채와 톳나물 무침

    아빠가 요리를 한다니 딸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오른쪽이 첫째 하연(27), 왼쪽이 둘째 소연(23)씨(左). 소연씨가 사진이 잘 나오도록 김 의원에게 눈썹을 그려주고 있다(右).

    한편 탕평채는 동서남북이 하나로 합쳐진 요리다. 주재료인 청포묵은 서인(西人-흰색)을 상징하는 것으로 딱딱한 부분을 도려낸 후 깍둑썰기하거나 약간 두툼하게 채썰어 참기름으로 살짝 무친다. 동인(東人-푸른색)에 해당하는 미나리는 잘 다듬어 2cm 길이로 자른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쇠고기는 잘게 썰어 양념(설탕+간장+맛술)을 한 후 프라이팬에 볶는데, 남인(南人-붉은색)을 상징한다. 북인(北人-검은색)에 해당하는 것은 김가루다.

    여기에 숙주나물을 다듬어 끓는 물에 데치고, 지단을 부쳐 채썬다. 동서남북이 모두 준비되면 한꺼번에 버무려서 간장과 참깨로 간을 맞춰 먹으면 된다. 매끈매끈한 묵과 아삭아삭한 야채가 조화를 이룬다.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탕평채와 톳나물 무침

    김 의원의 의정활동을 돕는 국회의원회관 (627호) 식구들이 김 의원이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다.

    이 요리가 담고 있는 의미는 여야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한나라당이 깊이 새겨야 할 듯싶다. “지난해 총선 이후 한나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범위가 극우에서 극좌까지 무척 넓어졌다. 계파별 갈등이 심한 것도, 리더십이 부재한 것도 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그런 만큼 그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당분간 쉴 생각이다. “그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좀 쉬어야죠. 못 읽었던 책도 읽고,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려고 해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큰 야망을 품게 마련. 그러나 정치인이기에 그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김 의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을 보면. “앞으로 다선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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