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재 박사(왼쪽)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NBH-1)이 유 박사의 행동을 따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한층 업그레이드된 아시모가 등장했다. 시속 1.6㎞로 걷던 아시모가 시속 3㎞로 달리고 골프 퍼팅까지 하게 된 것.
최근 국내에서도 아시모의 아성에 도전하는 인간형 로봇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휴보’(HUBO)였다. 휴보는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두 발 로봇이다.
휴보는 2002년 개발된 ‘KHR-1’과 ‘KHR-2’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41개의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여 사람과 우아한 블루스를 출 수도 있다.
보행속도는 시속 1.2km로 아시모에 뒤지지만 다른 한편 아시모가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바로 ‘가위 바위 보’다. 아시모는 손가락 5개를 한꺼번에 움직이지만 휴보는 손가락 5개를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해요.’ 주인을 향해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애교’를 떠는 것은 또 다른 인간형 로봇 ‘NBH-1’. 키 150cm에 몸무게 67kg으로 ‘미끈한’ 몸매마저 인간을 꼭 빼닮았다.
NBH-1은 지난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 유범재 박사팀이 산고 끝에 내놓은 인간형 로봇으로 세계 최초로 원격두뇌 개념이 적용됐다. 원격두뇌란 로봇의 ‘뇌’를 머리에 내장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로봇에게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로봇 본체에서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만들어 이를 무선 LAN으로 연결된 여러 대의 컴퓨터나 외부 서버에 전송하고, 외부 서버는 이 데이터를 받아 처리한 후 다시 로봇에 영상을 인식하거나 움직이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로봇에 탑재하면 무게가 많이 나가 로봇의 지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원격두뇌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NBH-1은 외부 서버의 인식 DB에 저장해놓은 정보에 따라 얼굴이나 목소리를 인식하고 간단한 동작을 따라한다.
현재 NBH-1은 ‘사랑한다’뿐만 아니라 ‘이리와’라는 동작도 인식한다. 왼쪽 팔을 뻗었다가 안으로 잡아당기면 ‘이리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주인 앞으로 다가오는 것. 그밖에 1만원권 지폐를 식별할 수 있고 카푸치노와 일반 커피 상자도 구분할 수 있다.